내게 시간은 의식하면 흐르는 선택적인 것 같은 존재,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게 시간의 소비는 그러했으나 엄마는 늘 쓸데없이 시간만 축내지 마라 했다. 엄마에게 시간은 내가 시간을 의식하든 안 하든 그냥 떠나가는 존재였다. 거울을 볼 때면 엄마 말이 맞다. 시간은 나와 상관없이 강물 흐르듯 흘러간다.
이쪽엔 반응이 빠른 화학물질이 있고 저쪽엔 천년을 버텨온 돌이 있다.
이 둘의 절대시간은 같을까?
반감기가 한 달인 물질과 백 년인 물질의 시간은 같을까?
유속이 빠른 강물 위의 배와 아주 느린 강물 위의 시간은 같은가?
속도의 변화가 변하지 않는 기차 안의 모든 이들의 시간은 같을까?
뭐 하나 답을 알 수는 없으나 시간을 감지하는 존재를 구성하는 화학반응의 속도가 시간의 표현방식으론 제일 가깝지 않을까 한다. 우리 머릿속에 시간의 마디가 줄자처럼 동일한 길이로 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신이 주신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 알고 있듯 우주의 시간은 물리화학적으로도 줄자처럼 일정하지 않다. 다행히 너무 작은 샘플(지구)에서 시간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작을 뿐이다.
다만, 지구의 땅 위에서 진행되는 화학반응이 인간의 우주선에서도 같은 속도로 반응될지는 궁금하다. 여하튼 우주의 공간에서 시간은 절대로 같은 속도가 아닐 것이란 건 분명한 것 같다.
서두에서 말한 시간은 이러한 물리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고의 시간, 인지의 시간을 말하고 싶었다.
생명은 분명 유전적 성과를 얻기 위해 존재한다. 그 전제하에 시간의 소모는 의식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영혼의 성장을 위한 의식의 시간이 바로 시간의 소비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밥 먹듯 시간을 먹는 행위가 소비인 것이다.
1.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니 나는 시간을 잘 소비했다? 사실, 하기 싫은 일 돈 벌기 위해 꾸역꾸역 시간을 보냈다. 여하튼 중요한 몇 가지 일을 끝냈다.
2.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바람 소리가 지나간다. 따뜻한 햇살이 내려온다. 나의 사고가 하늘을 날아 우주까지 들어간다. 나는 나의 영혼이 가벼워지는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결과라고 할만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없다. 그러니 시간을 소비하지 못했다?? 일까?
3. 하고 싶은 사업을 시작했다. 일이 즐겁다. 수익이 크지 않았으나 하루가 보람되고 행복하다??
시간이 누구에게나 절대크기로 공평히 주어진다는 건 착각이다. 공평히라고 할 것도 없이 살아 있는 누구든 죽을 때까지 가져가도 한없이 남는 게 시간이니 그저 죽을 때까지 퍼가도 되는 게 시간이다. 이것보다 더 공평한 게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