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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Jan 28. 2024

아빠 저에게 힘을 주세요

아빠는 약해지기 전에 떠났다. 하루에 4끼를 드셨고, 꽁치김치찌개와 마늘 넣은 라면을 잘 끓였다. 나에게는 생선살을 깔끔하게 바르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반찬이 간소해도 엄마에게 투정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겨울에는 집에서도 꼭 양말을 신어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고 누나들에게는 머리카락 단속을 잘하라고 당부하셨다. 


아빠는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자신감이 넘쳤고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명절연휴 기차표를 못 구해 엄마가 발을 동동 구르면 우선 챙겨서 기차역으로 가자고 하고 역장실로 들어가 우리 다섯 가족 표를 가지고 나오셨다(아직도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늦둥이 아들을 보자 이름을 짓기 위해 전국의 작명소와 철학관을 돌아다니다가 출생 후 1년이 지나서야 이름을 지어 호적에 올렸다(옛날이나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그 이름이 탈 승乘 에 용 龍. 정직하게도 등록 후 생년 정정신고를 하여 원래의 나이로 되돌려도 주셨다(한 살 젊게 살 수 있었는데). 


일본 나리타 공항 기차역에서 아빠와 아들이 자판기에서 승차권을 구입하는데 아들이 아빠에게 볼멘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문득 아니 처음으로 아빠가 보고 싶어 졌다. 그 시절의 젊은 아빠와 나이 들어가는 지금의 내가 함께 여행하는 상상을 해본다. 먹는 것과 사람들 좋아하는 우리는 왁자지껄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찾는 지하층의 100엔 초밥집에서 옆 사람과 친구가 되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겠다. 아빠는 지금의 나처럼 서울을 떠나 고향도 아닌 바닷가 지역에서 식품사업을 했다. 돌창고 8년 차, 남해 간편식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남해의 바다와 땅에서 나는 식재료로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때의 젊은 아빠처럼 새로운 도전의 한 해를 맞이하고 있다. 어떠한 시련이 와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던 아빠가 그립다.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이고 따뜻했던 아빠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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