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도시
남해군 신청사 건립을 위해 군청 주변 서변동네 사람들은 이주하였다. 이주 후 철거한 집터에는 신청사 건립 전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야자매트를 깔고 벤치를 놓고 화분을 가져다 놓았다. 이곳 단단하게 다져진 흙과 야자매트를 뚫고 접시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누구네 집 꽃밭"에 피었다. 이곳에 신청사가 들어서더라도 서변동네 누구네 집 꽃밭의 장소기억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
1439년 세종 19년에 남해읍성이 축성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남해군청사 터와 그 인근은 도심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1459년 세조 5년에 대대적으로 증개축하여 남해읍성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었다. 남해군청사 터는 1613년 광해군 5년 고을의 수령이 정무를 집행하던 동헌東軒이 건립된 장소이다. 서변동 남해군청사 터와 그 인근은 남해읍성 터로서 560여 년의 역사적 흔적이 쌓여있고, 동헌으로 시작된 행정청사의 기록으로는 400여 년의 역사의 흔적이 쌓인 장소이다.
남해군 신청사 건립의 가치는 현대적인 멋진 건축물 탄생이 아니라 남해군 행정의 중심지라는 장소성을 600년 동안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존중하여 군청 주변 서변동네 주민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떠나는 이주의 희생을 감수하였다. '남해읍성 터, 동헌이 건립된 터'라는 장소성과 '서변동네 누구네 집 꽃밭'이었다는 장소성의 가치는 동일하다. 남해읍이라는 도심이 600년 동안 이곳에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집 꽃밭을 공공을 위해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장소의 경관은 변하더라도 누구네 집 꽃밭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도록 보존해야 하는 이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의 기억을 존중하며 기념하며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인구가 줄어가는 남해가 오래가는 도시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