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부터는 우리나라도 만 나이 계산법이 적용된다고 한다. 6월부터 시행이 된다고 하니 나는 만 나이로 계산이 되어도 이젠 정말 서른 살이 된다. 앞자리가 바뀌고 나니 새삼 느낌이 묘했지만 여자의 서른 이후의 삶은 1년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24살과 25살은 별 차이가 없었다면, 마치 30살과 31살은 꽤나 다른 삶이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내년에는 내 주변에서만 3명이 결혼을 한다. 그중에는 적절한 연애 시기를 거친 이들도 있었고, 혹은 너무나 긴 연애의 행복한 종결을 짓는 이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나이는 남성의 경우 33세, 여성의 경우 31세라는데 나는 곧 그 평균을 넘어설 듯했다. 20대만 해도 다들 남자친구, 여자친구 기념일 이야기만 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기념일이 아닌 결혼 예정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사귀었는지 그건 더 이상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이제 우리 나이는 결혼을 '진행'시키는 나이가 되었다.
이상하게 나는 갈수록 어려지고 있었다. 생각이 말이다. 20대엔 도통 찾지 않던 엄마를 많이 찾게 되었고, 딱 붙는 오피스룩에 구두보다 후드티에 굽이 적당히 있는 운동화가 좋아졌다. 주변 친구들에게 말도 안 되는 애교를 부리기도 했고 어떨 때는 잔뜩 삐진 아이처럼 혼자 토라졌다 풀리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져야 하는데, 나는 그 성숙함이 싫어 자꾸만 도망치고 싶었다. 너무 빨리 성숙해져 버린 나는 거꾸로 돌아가고 싶었다.
30~34살 여성의 평균 연봉은 4000만 원 초반. 30대의 평균 자산은 1억이 넘는다고 한다. 서른이 되고부터는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내 통장에 찍혀있는 숫자와 '평균'치에 대한 비교. 소소한 행복으로 살고 싶었던 나는 평균치에 다다르지 못하면 어느 순간 남들 눈에는 도태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20대에 내가 이뤄낸 것들은 숫자로 보이지 않으면 무의미해지는 걸까? 슬펐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내년을 열심히 살아가야지. 나만 나이 먹나 뭐 다 같이 먹는 거지. 어차피 나는 또 내년을 기약하며 잘 쓰지도 않을 다이어리를 살 것이다. 고르고 고른 다이어리에 지인들의 생일을 제일 먼저 기입하고선, 그리고 마지막에 내 생일이 무슨 요일인지만 체크한 채로. 나는 그렇게 내년에 정말로 서른 살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