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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Jan 16. 2024

댓글이 심장을 스치더라도

당신이 덜 외롭길 바랍니다

  

첫 번째 원고 ‘엄마, 내가 미치고 있는 건가요?’가 2023년 12월 25일, 「한겨레 21」(2024년 1월 1일 자, 1494호)에 게재되었다. 이 글은 2023년 12월 29일 자 한겨레신문 사회면에도 실렸다. ‘11살에 온 조현병, 폐쇄병동 입원날 “엄마, 엄마, 엄마”'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포털 기준, 좋아요가 1,406건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좋아요 중 후속강추가 995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감백배가 336건으로 그다음이었으며, 댓글은 270개가 쓰였다.   

    

2주일 뒤, 두 번째 원고가 「한겨레 21」(2024년 1월 15일 자. 1496호)에 실렸다. ‘아이는 정신병동에서 춤을 배웠다’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글에 비해 조회수나 댓글은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읽었다. '소아조현병'이라는 주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었던 모양이다. 이 기사를 읽고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독자들도 많이 늘었다.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 기사들의 댓글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자꾸 눈이 갔다. 독자들의 반응도 궁금하고, 어떤 마음으로 댓글을 써 주시는 지도 궁금했다. 댓글을 하나씩 읽으며 격려하고 응원하는 글은 마음에 담아두고, 비난의 말들은 모니터 뒤로 숨기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었다. “엄마가 문제네.” “여성학, 이게 문제네.” 이런 식의 댓글들. 그 말들이 나의 심장을 스치고 지나갔다.  

   

“잊자. 신경 쓰지 말자.”      


나가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일 년 전 우리 곁을 떠난 하늘이를 생각하며 북한산 자락길을 걸을까? 아니면 겨울날 오리들은 안녕한지 살피며 홍제천을 걸을까? 걷다 보면 잊을 것이다. 그까짓 말들 단련될 때도 되지 않았나.


그것보다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조현병 증상과 보호입원 사이, 환자와 가족의 안전과 환자의 치료 사이, 환자의 증상과 인격 사이, 환자를 돌보는 것과 강요되는 모성 수행 사이. 이런저런 생각들이 끊이질 않는다.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 대한 ‘염려’를 되찾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에 의해 필요와 가능성을 진단받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그의 자기 돌봄 능력을 옹호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 45쪽     


조현병 당사자인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환자 보호자가 아니었다면 100% 공감했을 문장이다. 하지만 보호자의 입장에선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정신장애인이 자기 돌봄 능력을 옹호하고 촉진하는 것이 어느 시점에서 가능할 것인가? 급성의 단계, 혼란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왔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정신질환이 어려운 질병인 것이고. 가까운 사람이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카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e)으로 여러 번 경찰 출동을 경험했던 나는 혼란스럽다. 그때는 그 결정이 최선이었는데.


긴 터널을 빠져나온 지금, 아이는 스스로를 돌보고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염려'를 되찾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입원의 트라우마는 깊이 남겨져 있다. 나도 마찬가지. 깊은 상처, 트라우마, 우울감. 이것으로부터 나를, 우리를 건져낼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고, 글로 세상 앞에 섰다. 그 글에 나쁜 댓글이 달리는 것쯤이야 견딜 수 있다. 지난 16년 동안 우리가 거쳐 온 고통과 모욕의 시간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글쓰기를 하면서 우리가 경험한 것을 객관화하고, 그것을 해석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록한 것을 비슷한 고통 속에 있는 분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가서 닿을 때 나도, 당신도 덜 외로울 테니까.     



한겨레 신문 사회면에 실린 첫번째 원고(네이버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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