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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현 Mar 15. 2022

'유명한 식단', 효과가 있을까?

네임드 식단들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건강도 DIY가 되나요?


전문직, 전문인의 장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거의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개인적으로 구글이라는 기업의 힘이 크다고 생각하구요. 그에 따라 사회상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전문가'의 권위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학은 가장 전문화된 분야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체로 두 번의 기회가 없으며, 획일화된 이론으로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익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요즘은 의료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내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케아는 소비자에게 조립과정을 맡김으로써 저렴한 가구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국내에 한정해서는 저렴하지만은 않다.) 이렇게 전문인에게 맡겼던 일을 소비자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DIY(Do It Yourself)라고 합니다.


건강 역시 DIY로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먹으면 좋은지,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은지 끊임없이 찾습니다. 사실 이는 인터넷과 구글이 일으킨 정보혁명 이전부터 있어온 현상입니다. 다시 말해, 이 분들이 그다지 신뢰할만한 정보를 가지고 DIY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생활관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게 사회적 약속이라서요. 다만 그 방법을 정하는 데 있어서 믿을만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왜? 왜냐하면 우리는 맨날 그것만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태생적으로 더 잘났기 때문이거나 신으로부터 어떠한 권한을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그 분야에 할애했으며 보다 가치있는 정보를 익히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사명감을 떠나서 치료를 위한 지식을 익히는 것이 우리에게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됩니다..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의료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확률적으로 유리합니다. 정보의 질을 가려낼 지혜가 생기지 않았다면 더더욱이요.



어떤 식단이 좋을까?


그것은 각자의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살을 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건강을 유지하거나 개선시키고 싶은 것인지. 그리고 현재 자신의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쩍 마른 저체중자가 살을 더 빼고싶다고 하면, 극심한 기아 상태에 빠지는 것 밖에 답이 없으며 그것은 의사로서는 절대 추천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세세한 각론이야 여기서 다 이야기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 저로서도 답을 낼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그냥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 글을 빌려서 해봤습니다. 지우기는 아깝고...


그럼에도 꾸역꾸역 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아래에서 본문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늘 같이 살펴볼 논문


 https://www.bmj.com/content/369/bmj.m696.long


이 논문은 앳킨스 다이어트, 지중해식 다이어트 등 ‘인기있는’, ‘네임드’ 식이요법의 효과를 알아보고자 진행된 연구입니다. BMJ에 실렸으니 연구의 질에 대해서도 믿음이 갑니다.




※ 연구 방법 :


Systemic Review입니다.


검색엔진은 Medline, Embase, CINAHL(Cumulative Index to Nursing and Allied Health Literature), AMED(Allied and Complementary Medicine Database), CENTRAL(Cochrane Central Register of Controlled Trials)을 사용했습니다. 검색어는 RCT, diets, weight loss, cardiovascular risk factor와 관련된 검색어를 사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식단의 분류


연구하고 싶은14 종류의 ‘네임드’ 다이어트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각 ‘네임드’ 다이어트를 매크로 영양소, 즉 탄단지 비율을 기준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 저지방 식단, 그리고 나머지 식단으로요. 탄수화물과 지방을 특이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식단은 moderate macronutrient diet로 분류하였습니다. 이름이 기니까 매크로 영양소의 균형이 잡혔다는 뜻으로 ‘균형 식단’으로 부르겠습니다.


브런치에서 표 그리는 방법을 모르겠네요...


분류 결과는 위의 표와 같습니다.

Paleothic diet, 즉 구석기 다이어트는 2건의 RCT 연구를 포함하였는데, 중간~저탄수화물로 분류되었습니다.


14가지 식단은 어떤 것들인가요?
브런치에서 표 그리는 방법을 모르겠네요... 2


위의 식단들이 이 연구에서 살펴볼 식단들입니다.

식단들에 대한 설명은 정말 간략하게 적어둔 것이니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면 구글에 검색해보세요.




※ 대조군 설정


대조군은 아래와 같이 분류되었습니다.


 * 일반식 : 평소의 식사습관을 유지

 * 식단 조언 : 식단 지침이 포함된 식단 자료 또는 메일이나 전화로 영양사와 상담

 * 저지방 식이 : 저탄수화물 식이의 대조군




※ 결과


먼저 이 논문에서 도표를 어떻게 시각화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값이 양수라면 가로줄이, 음수라면 세로줄이 선호됩니다. 예를 들어 저탄수화물 식이를 하면 일반식보다 6개월간 4.63kg 더 많이 빠졌다는 의미입니다. 칸의 색깔은 근거의 수준을 의미합니다. 초록빛이면 괜찮은 것입니다. 칸 내부의 숫자가 볼드처리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볼드처리된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한 줄 요약을 하자면 체중 감량에서는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단 중 한 가지 노선을 정해주는 것이 좋다고 기억하면 되겠습니다.


위쪽에도 칸이 하나 더 생겼는데, 보라색 대각선을 중심으로 거울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탄수화물 식단은 일반식보다 이완기 혈압은 5.14mmHg, 수축기 혈압은 3.21mmHg 유리했습니다. 


혈압에서는 그다지 근거수준이 높은 경우가 없는데요. 전체적인 흐름은 역시 적당히 조절하는 식단보다는 저지방이나 저탄수화물 식단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다만 고혈압에서는 DASH 다이어트와 같이 저염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나오겠지만, 개별 다이어트로서는 DASH보다 구석기 다이어트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매우매우 단순화시킨 것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LDL은 낮을수록 좋고, HDL은 높을수록 좋습니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있는 경우 LDL을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지방 식단에 비해 저탄수화물 식단은 6개월간 LDL이 6.08 증가하며, HDL이 4.19감소했습니다.


이 부분은 중요한 것이니 기억해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지혈증이 있거나 심혈관계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는 ‘식이 지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표는 각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따른 결과를 한 눈에 보이도록 요약한 것입니다. 각 칸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녹색 계통은 근거수준이 높고 붉은 색 계통은 근거수준이 낮습니다. 그리고 색이 진할수록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더욱 효과적임을 의미합니다.


a.     체중 감량

Jenny Craig와 Atkins 다이어트가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근거 수준을 무시한다면 체중 감량에있어서는 South beach 다이어트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b.     수축기 혈압 & 이완기 혈압

DASH 다이어트가 압승할 줄 알았는데, 구석기 다이어트가 매우 선전하였습니다. 구석기 다이어트는 원시인이 먹었던 음식물만을 먹는다는 컨셉입니다. 만약 수축기 혈압이 높다면 구석기 다이어트를 권해볼 수 있겠습니다. 구석기 다이어트 역시 나트륨을 극도로 제한하는 식단이니만큼, 고혈압 환자에게는 무조건 저염식을 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c.     LDL & HDL

LDL 수치를 낮추는데에는 지중해 식단이 효과적이며 근거수준도 높았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올리브 오일과 견과류 등 지방의 품질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식단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포트폴리오 식단은 근거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LDL을 낮추는데에는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트폴리오 식단은 비건 식단의 일종입니다.


HDL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 식단은 없었습니다. 착한 콜레스테롤을 늘리기 위해 좋은 지방을 먹는 시도가 큰 의미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d.     CRP

CRP와 특정 식단 사이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집중된 연구가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 내용을 1차원적으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은 플로 차트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이어트 진료시에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식단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만족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식단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개별성을 고려하여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식단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도 다음에 짧게 다루어보겠습니다.


아무튼 복잡계를 다룰 때에는 빈도주의 확률론보다는 베이지안 확률론을 따라야 합니다. 지금 내가 익힌 지식이 전부이고 진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의학 교육을 받은 의료인이건, 그렇지 않은 일반인이건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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