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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맘 Aug 18. 2021

6. 만성시간없어증후군 벗어나기

바쁜 내가 더 바빠지는 이유

 혼잣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그저 나지막이 말해도 부담스러운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꼭 목소리도 크다. 더군다나 다 같이 바쁠 때 그러면 옆 사람까지 정신없어진다.


“바빠, 바빠!!”

“아우 시간 없어.”

“아 이거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데 미치겠네!”


자기는 혼잣말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하는 심보 같다. 자신이 바쁜 걸 알아야 상대들도 본인에게 쓸데없는 부탁들을 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만성 시간 없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확실한 원인을 나타내는 검사 결과가 있다면 보통 이걸 ‘질병’이라고 부르지만, 원인도 많고 애매해서 확진이 어려운 것은 ‘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만성 시간 없어 증후군은 본인이 병에 걸린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만성이라니! 언제부터인지도 잘 모를 만큼 증상이 오래되었다는 거다. 마치 만성 비염같이 너무 오래되고 당연해서 원래 내 컨디션인 양 살아가는 것 같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바쁜 생활을 견디며 사는데 남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정보들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치유됐고,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 중이다. 내가 앓았던 증후군인 만큼, 효과적이었던 치료 방법을 세 가지로 간증해보고자 한다.     




 첫째, 사람이 이런 식으로 병이 나기 시작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사실 아까 말한 그 ‘말’ 때문이다. 입버릇처럼 시간 없다고 말하는 것 말이다.     

 한 때 ‘말’의 놀라운 힘, ‘부자가 되는 말의 힘’ 같은 내용의 책이 우후죽순 나오지 않았던가! 거기서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람들은 전부 말과 행동을 진짜 부자가 된 듯이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간도 마찬가지다. 나는 ‘시험 망하는 것 아니야?’라는 말은 부정 탄다며 불편해했다. 그러면서 왜 시간에 대해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을까? 왜 국가고시에 미끄러질 것 같다며 미역국도 안 먹었으면서, 바쁘다 말하면 정말 바빠지는 현실은 믿지 않았을까?  

 

 시간은 누구나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그러나 계속해서 시간을 부정하고 바쁘다고 외친다면 결국 진짜 바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 사실이 마땅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 같아 괴짜라 느껴질지 모른다.

러나 한번 시도해보라. 나는 효과를 봤고,

이 방법을 다룬 베스트셀러의 모든 작가들도 그랬다.     



 둘째, 병을 고치려면 진단을 하듯, 우리도 우리 생활태도를 진단해보자. 도대체 나는 뭐하느라 이렇게 하루가 바쁜지 자기 전에 24시간을 직접 글로 적어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가지고는 안될 것이다. 어떤 날은 아침, 어떤 날은 늦은 오후에 출근하는 교대근무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휴일과 일하는 날 또한 다르며, 같은 스케줄이라도 내 컨디션이나 잡히는 약속에 따라서도 그 내용이 달라지니 말이다.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꾸준히 진단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꼭 가지 않아도 되었던 술 약속, 10분 뒤 깨어나도 졸릴 건 똑같을 텐데 10분씩 미루는 알람, 어제 계획했던 일을 구태여 다시 점검하고 고치는 괜스런 꼼꼼함들이 나타난다. 지금 하기 싫은 일을 당장 하면 왜 안되는지, 나중으로 미루면 더 좋을 적당한 이유를 생각하며 합리화하느라 어영부영 시간을 써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고민의 시간마저 기록해보자. 내가 얼마나 많은 망상(?)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들로 채워지는지 직접 눈으로 본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과정을 시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망스러운 나의 하루하루를 스스로 직면하는 꼴이니까... 애써 잘 살고 있다 위안하는 내 생활을 스스로 우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무서운 병을 진단받을까 두려워서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 방문을 꺼려하는 환자의 마음 같달까! 그러나 치유하려면 진단을 해야만 했다. 사실 이 문제는 희망적이다. 암이라는 청천벽력의 진단도, 고치기 어려운 희귀병도 아니다. 표적 치료를 위해 미리 검사하는 과정일 뿐이고, 그 덕에 생각한 것보다 빠르고 쉽게 고칠 수 있는 간단한 부분이라는 것을 상기시킬 수 있다.



셋째, ‘하지 말아야 할 목록’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느라 과로로 죽는 사람이 많아졌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환상의 인력거 중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보통은 ‘해야 하는 것’ 들의 목록을 만들어 행동한다. 그런다면  해야 할 목록들로 인해 줄어들게 되는 건 결국 시간이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드는 순간 그만큼의 시간들이 비워진다. 예를 들어,



1. 새로운 글쓰기 두 꼭지 쓰기

2. 요가 30분 하기

3. 화장실 대청소

4. 유튜브 편집하기     


등으로 해야 할 일을 차곡차곡 써 나가다 보면 내게 남은 시간은 24시간에서 20시간, 18시간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이나 습관들을 적어보면 이렇다.   

  

1. 어제 쓴 글 수정금지(내일 하기) (오늘 쓸 두 꼭지에 집중)

2. 오늘은 간식 만들어먹기 금지의 날

3. 친구랑 30분 이상 전화하지 않기 (웬만하면 오늘은 먼저 걸지 말자)

4. 저녁에 유튜브 키지 않기


 그럼 자는 시간 7시간 빼고 0시간이었던 시간이 +1시간, +2시간 늘어난다. 말장난 같지만 실제로 이렇게 적는 행동으로 인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괜히 끌어와하지 않게된다. 그 결과, 오늘 할 일을 위한 시간이 비워지고 그 일에 집중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흔히 비워야 채워진다고 한다. 우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들, 으레 그러려니 해왔던 일들을 내려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해왔다고 해서 안 하면 불안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당연하다. 만성이 원래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떼어낼 때 비로소 치료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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