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
아침에 부엌으로 나가니
식탁 위에 빨간 딸기가 있다
그럴리 없지만
밤새 서리 맞았는지
알갱이마다 이슬이 반짝인다
나는 한 알을 집어 들고
손끝으로 굴려 본다
물기 머금은 것이
탱글탱글하고
햇볕에 단내가 배었다
한입 베어 물면
새큼한 즙이 먼저 퍼지고
그제야 달큰한 맛이 올라온다
너의 하루도 그랬으면 좋겠다
처음은 조금 시큰둥해도
결국은 달아지는 그런 날
창문 너머 바람이 훅 하고 지나간다
나는 어쩐지 널 생각하며
딸기 한 알을 더 입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