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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Jan 29. 2023

어른이라면 꼭 봐야 할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설 이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4년 전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촬영지를 다녀오고, 슬램덩크라는 단어를 살면서 수없이 들어왔지만 '남자들의 농구'라는 소재가 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고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도 '그렇구나'하고 넘겼다. 하지만 내가 피해 갈 수 없는 마지막 관문이 있었으니, 바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도장 깨기 하듯 보고 있는 나에게 추천목록으로 <슬램덩크>가 떠 있었던 것. 


1990년대 애니메이션 그림체가 내 취향은 아닌지라 보지 않으려고 했다. 호기심에 1화를 본 순간 끌림을 느꼈다. '좀 더 볼까' 싶다가 어느 순간 훅 빠져서 나는 설 연휴를 <슬램덩크>를 보면서 보냈다. 무려 101화의 대장정! 물론 앞에 오프닝 자르면 회당 러닝 타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으로 게임 1개를 다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내가 90년대에 이 작품을 봤다면! 생각만 해도 애간장이 녹는다. 절단신공을 선보이는 엔딩에 '그래서 다음은?' '백호가 덩크슛을 한 거야?' '누가 이긴 건데?'라고 혼자 절규하며 다음 날 등교해서도 친구들과 그 이야기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뒤늦게 슬램덩크에 빠진 나는 한꺼번에 오프닝을 휙휙 넘기며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었다. 왜 나는 슬램덩크에 빠지게 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바로 떠오르는 건 농구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10대 시절 이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마치 소연이나 서태웅 응원단처럼 내 곁의 친구들의 이야기로 느꼈을 것 같다. 

"야, 그 소식 들었어? 저번 시합에서 백호가 덩크슛했대!"

"진짜? 농구한 지 3개월 밖에 안 됐는데 그게 가능해?"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슬램덩크>가 다르게 다가온다. 고등학생 때는 꿈 꾸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20대가 되면 현실 자각 타임이 오게 된다. 꿈을 꾸기보다는 취업을 해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이 어른스러운 행동처럼 보인다.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일까. 나는 꿈이 있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고 말해주는 어른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너에게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 나의 미래를 위해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존재 말이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라고 말하며 선수를 격려하는 '안감독'

무섭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성실하고 든든한 리더 '채치수'

이대로 끝나 버릴 것 같을 때 3점 슛으로 팀이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는 '정대만'

급박한 순간에도 차분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최고의 포인트 가드이자, 좌충우돌인 백호를 챙기며 츤데레의 면모를 보여주는 '송태섭'

과묵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고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서태웅'

실력은 부족하지만 패기와 끈기가 넘치고, 팀의 분위기 메이커 '강백호'


이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여겨질 때 안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채치수의 사랑이 담긴 강력 꿀밤을 맞으며, 정대만의 든든한 등을 바라보며 뛰어가면 좋겠다. 너무 긴장되고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 송태섭처럼 오히려 여유 있는 얼굴로 맞서고, 서태웅 같은 친구를 선의의 경쟁자로 여기며 실력을 키우고, 백호와 같은 친구와 일상을 보낸다면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 직장 생활에서도 이런 선배와 동료가 있다면 회사 생활이 즐거울 것 같고.


내 곁에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혼자라고 느껴질 때 <슬램덩크>를 보자. 분명 힘이 날 것이다. 백호처럼 호탕하게 "하하하하" 웃으며 일상을 살아가자.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우주최강 천재"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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