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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Jan 30. 2023

어느 자반고등어의 꿈

슬픔은 머무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고민이 생겼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글을 오랫동안 써온 탓일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나에게는 많은 감정이 존재하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을 텐데 나도 모르게 억제하는 것 같다. 사회적인 얼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감정을 절제하고 차분한 어른이 되어야 하니까. 말만 이렇게 할 뿐 포커페이스가 서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감정을 억눌러서 얼굴로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짠 물에서 소금이 된 것처럼, 감정은 영원히 녹지 않는 알갱이가 되어 버렸다.


사진: Unsplash의Naja Bertolt Jensen


고백하건대 나는 굵은소금을 잔뜩 품은 자반고등어였다. 잠시 나의 과거를 떠올려보겠다.

나는 본래 바다를 유영하는 등 푸른 고등어 한 마리였다. 뭍으로 나오게 된 그날도 친구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었다. 나의 주특기인 몸통 튕기기를 하며 세차게 나아가고 있을 때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그물이 보였다. '순간 저게 뭐지?' 싶었으나 1등을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앞으로 달렸다. 흘깃 옆을 보니 친구 영식이의 까만 눈이 보였다. 결승점인 붉은 산호초가 보였다. '조금만 더......' 그물을 향해 몸을 던졌고 나는 1등을 했다. 내 추측으로는 그렇다. 왜냐하면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모르는 사람들만 팔딱거리며 내 옆구리를 치고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내 몸이 붕 떠올랐다. 나는 늘 궁금했다. '바닷속 빛줄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의문의 답이 풀렸다고 생각한 사이 의식을 잃었다.


기쁨과 호기심 등으로 넘실대던 나는 소금 알갱이를 안고 몸뚱이만 살아 있다. 오직 슬픔만이 남았다. 슬픔이 몸속에 스며들어 짠 내가 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밥상에 올라 내 마지막 쓸모를 다할 그날을 고대하고 있다. 


나를 슬픔의 감정으로 좁은 수조에 가두고 싶지 않다. 애초에 슬픔은 나의 전부가 아니므로. 오랫동안 슬픔이 머물다 갈 뿐이다. 


언젠가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 물이 되고 강이 되며, 별이 될 것이다. 모두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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