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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May 26. 2019

playful citizen

ludic century를 위한 시민 정신의 실천법

Playful Citizen 스터디 #1


2019년 4월. 

Amsterdam University Press는 "Playful citizen: civic engagement in a mediatized culture"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책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네덜란드를 거점으로 뉴미디어 & 퍼포먼스, 디지털 아트와 게임을 연구하는 다수의 학자들이 함께 모여 지난 10 년 동안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개발로 인해 문화적, 사회적 문제 제기와 그 해법의 실천 과정에서 시민들이 발전시켜온 게임적이고 놀이적인 (ludic & Playful) 새로운 방법들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연구 신서입니다. 


Playful Citizen은 ludo-literacy, , ludo- epistemology, ludo-politics의 3개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Occupy 운동에서부터 쾌활한 도시 만들기, Obama 2008 및 Trump 2016 대선 캠페인의 게임 디자인,
시민 과학 및 생태 게임의 부상과 함께 이 책은 대중화된 문화에서 시민 참여의 새로운 형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놀이가 어떻게 핵심적인 이론과 방법론, 실용 원칙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Playful Citizen은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을 통해 어떻게 우리가 시민으로서 더 playful 해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것이 우리의 생활, 사고방식에서 나타나는지를 탐구합니다. 

책에 수록된 총 20편의 논문과 에세이는 게임 및 놀이 연구, 사회 과학, 미디어 및 문화 연구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을 모아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다원적  답을 제공합니다.


나는 이 책의 발간 예정 정보와 목차를 보고, 예약 구매를 신청할 정도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문제의식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문학을 배경으로 게임과 놀이를 연구하는 디자이너로서의 당연한 관심이기도 하고, 게임에 관한 서사 학자와 루돌로지의 초기 게임 연구의 담론 투쟁 이후 게임 중독 논쟁 혹은 게임을 통한 실용주의적 효과 검증 요구로 소모적 상황이 반복되는 게임 스피어의 어젠다 고착에 지겨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게임 연구자, 디자이너는 플레이어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며, 그러한 우리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민이라는 점에서 "Playful Ciziten"이라는 책은, 제목만으로도 설렘과 기대감을 선사했습니다. 인문학협동조합과 콘텐츠 진흥원, 그리고 대학에서의 인연을 토대로 이 책을 3개월 간 함께 공부할 6명의 스터디 멤버를 모집했습니다. 

스터디 마스터: 권보연 (playable Consulting/인문학협동조합)
임태훈 (DGIST /인문학협동조합), 안가영 (연세대학교), 김민수(동국대학교), 오영진(한양대학교/인문학협동조합), 김범주(유니티)

소속과 전공, 주요 활동 분야가 다른, 그러나 놀이와 게임을 통한 시민성의 실천과 정치적 표현의 새로운 미학과 방법론을 찾고 있는 동학들입니다. 우리 스터디는 디지털 문화와 콘텐츠를 연구하는 인문학자,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정치학자, 독립 게임 개발자, 게이미피케이션과  스토리텔링 연구자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Playful Citizen을 함께 읽으며, 동시대 유럽 연구자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우리 사회의 담론으로 재구성하고, 나아가 실천적이며 실험적인 게임 운동으로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의 기획과 실현을 도모해 보는 목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첫 모임 #2019년 5월 26일


  첫 모임은 Part I ludo-literacies에 해당하는 총 7편의 에세이와 논문이 검토, 토론되었습니다. 


각각의 논문과 에세이가 모두 풍부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었지만 우리의 흥미로운 토론 주제로 다루어진 것 몇 가지를 압축적으로 추려 본다면...  

1.  상호작용 매체를 통한 '클릭' 중심의 절차적 참여가 진정한 의미로 시민성의 중요 요소인 인게이지먼트를 강화, 확장시킬 수 있는가?

2. 제도 정치권의 시민 참여,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에 대한 인정이 '선거 중심', '투표율'에 고정되어 있고, 이제 더 이상 그러한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방식 변화에 둔감한 것은 아닌가? 정치에 대한 고정관념이 시민의식을 의무 중심적으로 한정 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

3. 참여, 자율성, 사회 질서, 연대와 같은 소위 훌륭한 시민권의 요소가 과연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시대, 밀레니얼 시대의 좋은 시민권 요소라고 확언할 수 있는가? 질서 정연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공론장 형성이 게임을 통해 구현하려는 playful citizenship의 지향이라 말할 수 ㅣ있는가? 


4. 매끄러운 절차적 게이밍 과정에 매몰되지 않고,  저항적 각성과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하기 위한 연구자, 혹은 디자이너로서 우리의 실천을 무엇인가?

4가지 정도의 논의 어젠다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의 주장과 해석, 해법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우리 모임의 유일한 정치학 전공자인 김민수 선생은 시민 참여에 관한 좋고, 나쁨을 변별하고 구분하려는 시도에 앞서 그것이 어떤 방향 혹은 형태이든 참여 자체를 촉진하고 참여 자체에 의미와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시민의 정치적 표현과 참여 행동이란 단기적 영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혹은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는 사회적 행위라는 점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세대의 문화적 변화와 관련하여 권보연 선생은 투표를 통해 정치적 파워를 조직화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이들은 마치 그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게임과 놀이처럼 어느 곳에나 있는, 편재하는 것으로서 정치에 관한 또는 사회적 이슈에 관한 놀이적 표현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들의 문화적 성향을 반영한 문제 제기, 각성 과정을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게임 메이킹을 통해 경험시켜야 하지만, 정치 논리 혹은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시민들이 규칙 만들기를 통해 경험시키는 과정 설계가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핵심 로직을 건드리지 못하거나, 혹은 민감한 주제는 아예 다루지 못하는 차악이 선택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범주 선생은 연구자들과 디자이너들이 시민들을 '게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현실을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만드는 과정은 전체 프로세스가 아니라, 상징적인 단면을 직접 설계하게 함으로써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셨습니다. 


실제로, 연구자와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생업활동과 이러한 사회적 캠페인을 병행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고, 전업 액티비스트들에게 게임 예술과 문화 활동의 대부분을 위임해야 한다는 문제가 지적되었고, '주말 북클럽', ' 주말 소설가' 혹은 우리 모임과 같은 모임 자체로는 3~4시간 수준의 자율 동아리 활동으로 확산 가능한 워크숍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실천적 제안입니다. 


게임 메이킹 워크숍은 복잡한 알고리즘 짜기가 아니라, 사회적 상징과 메시지, 캐릭터라이징, 상황 설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다양하고 새로운 미적 도전과 체험, 성찰적 각성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장르 게임 모듈을 활용하고, 픽셀 아트로 중요한 상징을 이미지화하는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제안되었습니다. 우리는 스터디 이후의 후속 활동으로 이를 중독 담론에서 진일보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운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계속해서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강조된 것은 '구성된 장난감들의 절차'를 따르는 수동성에서, 시민들을 반드시 그 룰을 깨뜨려 다시 만드는 사람들로 변화시키는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제와 모양이 정해진 레고 시리즈를 대하는 플레이어의 반응과, 매뉴얼도 목표 형상도 주어지지 않은 열린 가능성으로 블록을 대하는 플레이어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상기합니다. 


program or be programmed


동시대 시민들에게 우리가 전달해야 하는 것, 경험의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프로그램하지 않으면, 프로그램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연주법을 알면, 연주를 해 보았으면, 작곡을 알면, 작곡을 해 보았으면 음악을 즐기고 해석하는 경험이 달라집니다. 물론, 더 많이 아는 것이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낸다고 확정할 수는 없죠. 하지만 과정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누군가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데, 자신의 판단에 자기 자신을 보다 많이 투영하는데 도움이 되는가를 묻는다면 우리의 답은 '그렇다' 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게임 메이킹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그 과정을 마치 다이렉트 시네마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시민 게임 디자이너들이 문제를 정의하고 토론하며, 상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공유가치가 높고, 상호작용적이며 관계적인 새로운 다큐 모델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덧붙여졌습니다. 이것은 Part I의 4번째 에세이 Re-thinking the social documentary와 연결된 제안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실천에는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브레히트적인 미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버마스의 공론장과는 다른, 푸코와 루만 등 더 다양한 정치 철학적 이해가 우리의 실천에 투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놀이적 태도가 정치적, 사회적 입장 표명이 되려면 표현 감각으로서 그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현재 정부는 '포용 사회'를 추구하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정책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규칙을 지배하는 것은 철학인데, 현재 사회 대중에 대한 설득법은 규칙에 의한 결과와 현상 중심이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됩니다. 게임 디자인은 시민들로 하여금, 규칙 만들기를 통해 철학과 현상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들이 어떤 철학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그들의 규칙이 달라지고, 그 표면의 현상과 미학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규칙을 가리고, 규칙의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것보다 규칙을 만드는 과정 메이커 되기의 기회가 더 필요합니다. 

Playful citizen의 Persona는 Entrepreneur이다

이러한 은유은  놀이를 설계하는 시민이란, 기존 시장의 룰을 그대로 따라서는 결코 새롭고 혁신적인 시장과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창업가의 태도와 실천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사회의 오랜 문제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캐릭터를 자극해야 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대부분은 규칙을 다시 쓰면서 시작됩니다. 새로 쓰인 규칙은 새로운 도구를, 새로운 득점 요소를, 새로운 플레이 역량을 요구합니다. 


시민정신의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련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우리가 창업가 페르소나라 부르는 도전적인 디자이너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시민정신의 새로운 육성 기술로서 저자들이 "사회 기여에 필요한 문화기술"로 주목하는 실천이 될 것입니다


  Next Step

열공하는 멤버들

다음 시간도 진도대로 착실히 발제를 하고, 제안된 아이디어들을 발전시킬 것입니다. 

다음 시간은 Part II ludo-epistemologies 챕터를 모두 다룹니다. 발제문은 공개되지 않지만 다음 시간에도 주요한 논의 어젠다를 중심으로 스터디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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