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을 발간하기 위해 과거의 글들을 연일 편집 중이다.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에는 맞춤법 교정 기능이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상당히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과거에 쓴 글들을 교정하다 보면 틀린 맞춤법이 수도 없이 발견된다. 한 때는 나도 글을 좀 쓰는 사람이었고, 신조어나 줄임말 또는 맞춤법 파괴를 일삼는 또래에 비해 비교적 맞춤법에 맞는 문장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언젠가 나에게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글을 쓰던 시기에는 정서적으로 흥분상태였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했던 데다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대충 내용 전달만 될 수 있으면 바로바로 글을 올렸었다. 그래서 맞춤법이 좀 틀리더라도 그렇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폼 잡고 글을 쓰려니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매우 신경 쓰인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언제나 글쓰기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나는 기본이 안 된 느낌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나름 변명을 하자면,
1) 맞춤법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한국에 살 때는 보통의 독서량만으로도 별다른 노력 없이 올바른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익힐 수 있었다. 초중고를 다니며 배운 기본 한국어 문법 실력을 바탕으로, 일단 쓰고 난 뒤 뭔가 조화롭지 않고 어색하면 문법에 맞지 않는 것임을 직감하고 교정에 들어갔다. 이렇게 저렇게 다시 써보고 눈에 더 익는 것을 고르면 대부분 맞았다.
그런데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 올바른 한국어 문장을 접할 기회가 자꾸 떨어져 문법에 맞는 한국어를 눈에 익힐 수 있는 빈도수도 현저히 적어졌다. 이제는 틀린 맞춤법을 봐도 예전만큼 민감하게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2) 자연스럽게 어휘력을 넓힐 기회가 없다.
어느 정도 소양을 갖춘 성인과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언어 사용력이나 어휘력이 예전 같지 않다.
한국에서는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라디오 등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어휘력을 흡수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환경이 조성되어있는데, 외국에서는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는 과거 익숙하게 쓰던 사자성어나 단어들도 조금씩 그 의미가 모호해져서 국어사전을 뒤져보고 확인한 뒤 쓰는 일이 잦아졌다. 나름 언어영역 1등급의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터라 은근히 굴욕적이기도 하지만 어쩌랴... 내 상태를 파악하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3) 한국어 책 구입 및 독서가 어렵다.
독일에 살고 있으니 독일어 공부도 해야 한다. 책을 읽을 시간은 너무나 한정적인데 나는 그 시간을 쪼개어 한국어 책과 독일어 책을 읽어야 하니 한국어 인풋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새로운 한국 책도 더 사고 싶은데 벌써 2년 넘게 한국에 가지 못하고 있다. 전자책도 있기는 하지만, 안 그래도 전자기기 사용량이 높은 요즘 책마저도 스크린으로 읽는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에게 독서는, 책을 만질 때 느껴지는 감촉과 책마다 다 다른 종이 냄새,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까지 포함된 값이다. 신경 써서 읽지 않아도 한눈에 글이 쏙 들어오는, 만질 수 있는, 재미있는 한국 책이 그립다.
어릴 때 티브이를 보면서 박찬호 선수의 어눌한 한국어가 신기했던 적이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는데 미국에서 조금 살았다고 모국어 발음이 어색해지는 게 나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외국생활 10년 차가 되니 가끔 한국어로 장황하게 말을 하게 될 때면 한국어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때때로 애를 먹는다.
발음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얼마 전 현지 중국인과 전화통화를 할 일이 있었는데 내 중국어를 들은 그 중국인이 나를 “중국어를 구사하는 서양인”이라고 오해했다는 것이다. 내 중국어에 서양인들이 중국어를 할 때 나오는 특유의 발음이 녹아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 살 때도 중국어 실력에 비해 발음이 좋은 편이라 말 안 하면 내가 외국인인 줄 모르는 일이 빈번했기에, 그 에피소드는 나에게 꽤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자주 쓰는 언어가 달라지면 혀 근육도 달라지는가 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력을 깨닫고 안 그래도 영 마음에 안 드는 요즘, 오늘은 글을 교정하다가 큰 벽을 만났다.
“엎어뜨리나 매치나”라고 쓴 문장을 찾아낸 것이다. 그 글을 쓸 당시에도 상당히 고민하고 인터넷도 뒤졌지만 정확한 표기법이 나와있지 않아, 보기에 제일 예쁜 걸로 골라 쓴 것이 이 “엎어치나 매치나”였다.
브런치 맞춤법 교정 기능은 저 단어를 “엎어뜨리나”로 먼저 고치려고 했다. 그런데 선뜻 수정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엎어뜨리나 매치나”보다는 “엎어치나 매치나”가 입에 착 감기며 운율이 맞기 때문이다.
다시 인터넷을 뒤졌는데 사정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었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니,
엎어치나 매치나
엎어치나 메치나
업어치나 메치나
업어치나 매치나
이 네 가지였다.
블로그야 그렇다 쳐도, 뉴스 기사에서 마저도 이 네 가지가 혼용되는 걸 보니 요즘 기자는 아무나 되는구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어학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 표현의 어원을 찾아보니 씨름에서 나온 것 같았다.
상대를 등에 업어서 자빠트리나 메쳐서 자빠트리나 자빠트리기는 매 한 가지라는 뜻이 어원이라고 하는데, 워낙 가짜 뉴스도 많고 출처가 불분명한 허위정보도 많은 인터넷 세상이다 보니 영 찝찝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올려 다수의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누구라도 이 표현에 대해서 아는 게 있으시다면 가르쳐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
아울러, 외국에서도 부족한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노하우를 나눠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외국에 살고 계시는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한국어 실력을 유지하고 계시는지요?
<이미지 출처>
https://lemondays.de/allgemein/ein-eigenes-buch-schreib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