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상한, 요즘 글쓰기

by 뿌리와 날개

브런치에서 글을 처음 썼을 때, 친구가 피드백을 해줬다.


휴대폰으로 읽는 것이니 문장을 좀 더 끊어 쓰면 읽기가 편할 것 같다고.


내 딴에는 독자를 배려해 나름 자른다고 자른 것인데 그래도 휴대폰 액정 안에서는 구구절절 길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글 쓰기 규칙이라는 게 있는데 이 이상 뭘 더 어떻게 줄이라는 거지?


휴대폰으로 들어가 내 글을 직접 읽어보니 정말, 문장 하나로 액정의 절반이 가득 찼다.








초등학교 시절 원고지 매수를 채워가며 문예부 활동을 했다.


네모칸 원고지를 벗어난 뒤로는 서론, 결론을 정하고 본론은 대략 3가지 요점으로 나눠 문단마다 적당한 비율로 나눠 쓰는 연습을 했다.


채워야 할 양이 얼마가 됐든 1/5로 나눠 엇비슷하게 써 나가는 것이다.


줄을 바꾸는 것은 문단 안에서 주제가 바뀐다는 뜻이고, 비교적 지양해야 할 일이었다.


줄을 띄우거나 칸을 들이는 것은 문단이 바뀔 때라고 배웠다.


독일어 글쓰기는 한국어보다 더욱 논리에 정교해서 형식이나 문체가 아예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아무 의미도 없이 줄을 바꿔야 한다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내 글을 내가 읽어도 숨이 찼다. 친구가 해 준 말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요즘 사람들은 출퇴근 길에 심심할 때
휴대폰을 켜고 슥슥 넘겨봐.

그런데
가독성이 떨어지면
그 글은 내용이 좋아도 잘 안 읽혀.








내 고집도 물론 중요하지만, 남들 읽으라고 내놓은 글인 만큼 독자의 편의도 중요하니까.


시대가 바뀌고 있지 않은가.


책이 종이가 아니라 전자책의 형태로도 발행되고, 오디오북으로도 발행된다.


어떤 기기를 통해 내 글이 전달되느냐에 따라 글의 호흡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부터도 눈이 아프지 않게 잘 편집된 글을 읽는 것을 선호한다.


글에 사진도 넣고, 편집도 하고, 글의 호흡도 최대한 짧게 줄이기 시작했다.


워드에서 형식에 맞춰 글을 쓰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옮겨 붙이던 방법을 집어치우고, 브런치에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브런치 형식에 맞춰 글을 쓰니 훨씬 편하다.


블로그에도 글을 복사해 붙였는데 블로그에 맞게 수정하고, 편집하는데도 시간이 솔찬히 들었다.


시간낭비다.


그래서 블로그에는 브런치 링크만 연결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자꾸 변한다.


변하는데 뒤처지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는 본질.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휴대폰만 톡톡 건드리고 슥슥 밀어주면 내 글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


글을 쓰는 본질은 형식을 지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읽고 읽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주제나 문단의 논리에 상관없이 보기 좋게 줄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것뿐이다.





<이미지 출처>

https://lemondays.de/allgemein/ein-eigenes-buch-schrei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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