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구독자가 딱 300명이 되었다.
어떻게 알고 내 글을 찾아와 읽는 지도 신기하고, 매일 한두 명씩 구독자가 꾸준히 느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렇게 모인 구독자가 벌써 300명이라니, 흐뭇하다.
처음에 구독자가 100명 가까이 됐을 때, 이 엄청난 숫자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브런치를 돌아다니다 보니 구독자가 몇 백 명을 넘어 천명, 이천 명도 넘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고, 브런치에 유입되는 독자수가 그렇게까지 많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놀란 건 놀란 거고, 그런데 그 많은 구독자가 내 구독자는 아니니까 그 수가 얼마든 결국 나한테는 별 의미가 없다.
내게는 내가 쓴 글에 반응하는 나의 구독자들이 하나하나 의미가 있고, 신기할 뿐이다.
아침에 300명이 되었다가, 얼마 뒤 299명으로 줄어있는 것을 보고 순간 실망했다.
처음 이런 일을 겪었을 때는 구독했다가 취소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내가 뭔가 헷갈린 줄 알았다.
그러다가 구독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씩 그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또, 뭐 그 이유가 그리 중요할까 싶다.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고, 실수로 눌렀을 수도 있고, 보답의 의미로 일단 눌렀다가 콘셉트가 영 내 스타일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고…….
누가 구독 취소했을지 하나하나 대조해 색출해내는 작가도 있을까, 혼자 상상하다가 큭. 웃음이 났다.
구독자 300명 기념으로 언젠가 써 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던 주제를 한 번 꺼내 써보려고 한다.
일단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 같아 심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예술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타부를 하나씩 건드려보는 것.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깨트리기도 하고.
일단, 재미있으니까!
매거진의 제목은 <섹스를 섹스라고 왜 말을 못 해>라고 지어봤다.
https://brunch.co.kr/magazine/frechdachs5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한국 프로그램이나 글을 볼 때 자꾸 “스킨십”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 스킨십이 부부관계, 성생활, 섹스, 잠자리를 돌려 말하는 거라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
스킨십은 원래 만지고, 끌어안고 그런 것 아니었나?
내가 한국을 떠나고 나서 단어들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락교를 염교라고 부르지 않나, 배꼽티를 크롭티라고 한다는 것도 배꼽티라는 단어를 수정하지 못한 채 책을 출간하고 나서 알았다.
뭣도 모르고 옛날 단어를 썼다는 사실에, 내 얼굴은 왜 붉어지는 것일까?
동사무소도 요즘은 다르게 부른다는 걸 읽었다.
한국은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데 외국 사는 나만 아직도 버전 갱신을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독일에서는 스킨십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Liebe machen, 사랑을 만든다는 낭만 가득한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geschlafen (잤다) 또는 Sex zu haben (섹스한다)라고 한다.
페니스(Penis)는 페니스고, 바기나(Vagina)는 바기나다.
그래서 내가 섹스라는 단어에 더 거부감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직장에 다니는 한 친구는, 남자들의 음담패설이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입에 걸레를 문 아저씨들의 그런 더러운 얘기들과 그 끝에 따라오는 성희롱이 너무 싫단다.
그런 일을 제대로 겪어보기 전에 한국을 떠난 나는 감이 별로 없지만, 싫을 것 같긴 하다.
한국에 살면서 젊은 여자가 섹스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곽정은 기자/작가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것도 결혼과 출산, 이혼을 경험해봤고 또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한국에 살며 미혼의 몸이었더라면 또는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섹스를 모르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닐 텐데… 할 말은 많지만 굳이 세상의 화살 맞아가며 할 필요는 없달까?
제목은 뭐 이렇게 작은 의문에서 시작한 것이다.
섹스를 테마로 한 수필을 쓰고 싶다.
섹스도 엄연히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고, 무엇보다 들으면 누구나 귀가 쫑긋 할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니까.
엄마라는 단어와 섹스라는 단어가 한 카테고리에 엮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엄마의 섹스 없이 태어난 자식이 없을진대, 다들 그렇게 살면서도 이렇게나 밀접한 두 단어를 너무 부자연스럽게 격리시켜 놓는 것 같아서.
어차피 지금까지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던 모든 것이 뒤집어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나, 지금 우리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 내가 아는 우리 엄마의 모습과 섹스를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통해 내가 가진 편견과 타부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쯤에 서 있는지 어림잡아 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 발행하려고 키워드를 검색하니 “섹스”가 없다. 뭐지…? 글 쓰기 플랫폼에서마저 “섹스”는 금지어인가? 섹스를 주제로 매거진을 만들려고 하는데 섹스를 키워드로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잠자리를 써야 하나? 그런데 이 잠자리는 그 잠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이미지 출처>
https://lemondays.de/allgemein/ein-eigenes-buch-schreib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