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브런치 북도 5권이나 발간하면서 이제는 나름 노하우도 생기고, 어느 정도 브런치에 익숙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브런치도 방문하고, 브런치 자체에 관한 다양한 글도 읽으면서 점점 브런치에 대한 개념도 잡히고 있다.
이 모든 여정은 2015년 여름, 별거 직후부터 시작된 나와 아이의 독일 생존기를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타고난 몇 가지 재주 중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언제나 글쓰기 솜씨였지만, 그걸로 먹고 살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생계를 해결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으니까.
비범한 듯 평범했던 내 글쓰기 재주가 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틱한 삶을 만나면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남의 블로그는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 살아내는 것도 바쁜 와중에 가끔 쓰는 내 글 업로드도 벅찬데, 남의 블로그를 기웃거릴 시간은 없었다.
방문객들의 호기심 충족이든, 정보의 전달이든 나는 대부분 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조회수나 이웃수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내 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읽고, 원하는 정보를 찾아가면 그뿐이었다.
블로그를 통한 이윤창출에 대해서 가끔 전해 듣기는 했지만, 나는 돈에 관해서 그렇게 야무지지 못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넘치는데, 시시콜콜한 것들을 챙겨 한 두 푼 벌어봤자 삶이 얼마나 나아질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 블로그를 하다 보니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지켜봐 주는 방문자들도 생기고, 개중에는 내 글쓰기를 독려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에게 글이 흡인력 있으니 더 열심히 써보라거나, 책을 내보라거나 하는 조언을 해줬고, 브런치와 같은 글쓰기 플랫폼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 사이 가끔씩 특별한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글쓰기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갔다.
그러다 작년 코로나로 생활이 무너지면서 나는 싱글맘 인생에 있어서 세 번째 고비를 맞게 된다. 바로 학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반년이 넘도록 안간힘을 썼지만,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하고 싶은 것이나 실컷 하고 죽자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
그게 작년 12월의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브런치를 잘 몰랐다. 그저 블로그의 방문자들을 통해서 브런치에 글을 써보라고 꾸준히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그냥 그런 곳이 있나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가을, 언젠가 잠깐 짬이 나 브런치에 가입을 했었다.
작가 신청란이 있길래 형식적인 등록절차인가 보다 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글을 쓰고 싶어질 때 바로 쓸 수 있도록 들어온 김에 신청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신청을 하니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고, 몇 가지 글을 보내라고 했고,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지 적으라고 했다.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해서 조금 멈칫했지만, 블로그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오랫동안 글을 써왔기 때문에 10분도 안되어 마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이야, 블로그에 올린 글이 워낙 많으니 그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글들로 몇 개 골라서 보냈다.
그리고 얼마 안가 합격 메일을 받았고, 그런가 보다 하고 2년이 넘게 브런치를 그냥 잊고 살았다.
그러다 작년 12월에 글을 본격적으로 쓰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래전 브런치에 등록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브런치에서의 글쓰기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썼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블로그보다 좀 더 세련된 글쓰기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나를 구독하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블로그와는 다르게 나름 글 좀 깨나 쓴다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구나 싶었다.
브런치 이용방법은 생소하고 어색했다. 다양한 기능을 익히기 전이라 그냥 글을 열심히 쓰기에 바빴다. 글도 몇 개 안 썼는데 구독자가 자꾸 늘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브런치 계정이 카카오톡과 연계되어 있어서 연초에는 문제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고. 그래서 어쩌다 보니 4월까지 글을 쓰지 못했지만, 그때까지도 별 부담은 없었다. 블로그에서처럼, 글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5월에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글들을 급하게 복사해 올렸다.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과거의 이야기 없이 시작하는 게 좀 생뚱맞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친구를 통해서 전해 들었다. 그날 밤, 5-10분 간격으로 올라오는 내 글 알람 때문에 밤새 핸드폰에서 불이 나 잠을 못 잤다는 사실을….
그런 기능이 있는 줄 몰랐다. 그때까지 아직 누군가를 구독하고, 알람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얼굴이 벌게지며 나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나는 그냥, 블로그처럼 단순하게, 올릴 게 있으니까 시간 난 김에 싹 올려야지 싶어서 그랬던 건데 시차 때문에 졸지에 새벽에 띠링띠링 알람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던 한국의 구독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이 기회를 빌어서 그때 민폐를 끼친 구독자님들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그렇다고 사과문을 올리는 것도 웃긴 것 같아 내버려 두기는 했지만,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브런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책을 발간하면서 더 배우고, 매거진을 만들면서 좀 더 배우고, 또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을 읽고, 그들의 공간을 방문하며 정말 많이 배웠고 또 배우고 있다.
브런치가 뭐하는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여기에 글을 쓰고, 왜 글을 쓰는지….
사실 브런치가 어떤 곳인지 알면 알수록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왜냐하면, 나는 처음에 이곳이 그냥 글 쓰는 사람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브런치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브런치를 즐길 수 있었다. 브런치 같이 글쓰기에 최적화된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고, 글쓰기 기능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신기했다.
블로그에서 그냥 쓴 글을 죽죽 올리기만 하다가 브런치 북으로 엮는 것도 재미있었다. 비록 종이책은 아니지만 책의 형식으로 내 글을 본다는 것도 뿌듯하고 행복했다.
게다가 인사이트 리포트를 통해 독자들의 반응과 분석 자료를 볼 수 있는 것은 브런치에 막 입문한 나에게 신세계와 같았다.
공모전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차피 만들어놓은 책이라 클릭만 하면 응모가 되니 밑져야 본전 아닌가.
그렇게 처음으로 공모전에 내 글을 응모한 첫날, 다른 응모작들을 구경하다가 깜짝 놀랐다.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첫날인데 이렇게나 많다니…. 응모해놓고 당선된 사람처럼 이런저런 상상을 했던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브런치에 통계 기능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조회수가 바로 보이는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조회수 찾기가 복잡해 볼 일이 없었다. 게다가 브런치는 라이킷이나 구독자가 생기면 바로 알람이 뜨기 때문에 알람으로 충분했다.
사람들이 나를 구독하는 것은 여전히 신기하다. 작가는 자기 글을 스스로 추천받지 못하는 건지, 브런치 추천 글은 사람마다 다른 건지, 나는 내 글을 검색이 아니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사람들이 내 글을 찾아 읽는 게 신기하다.
특히 나를 구독하지 않은 사람들이 꼬박꼬박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르는 것은 정말 미스터리하다. 내가 모르는 다른 기능이 또 있는 건지….
애당초 수익을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독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나도 여기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재미있지만, 이 모든 숫자가 돈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
나는 내년이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싱글맘이기 때문이다.
집세 낼 돈만 해결할 수 있다면 생계 수단을 무엇으로 삼든 개의치 않고, 글쟁이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서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나 스스로를 작가로 인정한, 일종의 작가선언이기도 했다.
작가는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고, 내 삶을 재료로 세상에 없는 글을 창작하고 있으니 나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브런치는 나에게 창작의 수단이자 내 글을 세상에 내보이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나를 작가로 인정한 뒤로 시작된 작가로서의 삶이 매우 즐거웠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 알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기술에 관한 글이 그렇게 많다니.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의 무게는 작가마다 달랐다. 브런치 작가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도 많았고, 아무 글이나 써 재끼는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브런치를 이용해보라고 많이 권했기 때문에, 그 특권의식 비슷한 자부심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 글의 수준을 누군가 평가한다는 것도 그렇고, 글의 퀄리티가 떨어지면 나는 무례한 사람이 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독자들은 마음에 안 들면 읽다 말고 나가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를 협박하고, 글을 지우도록 만들기도 했다. 드문 경우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블로그에서는 못 보던 것이다.
글쓰기 소재가 없어서 고민이라거나, 글을 쓰기 싫은데 써야 한다거나, 규칙적으로 글을 올리고 만약 글을 못 올리게 되면 사과문을 올린다거나 하는 것들도 낯설었다.
브런치를 대하는 태도가 나와는 사뭇 다르달까? 브런치를 알면 알수록 사람들의 브런치에 대한 개념이 나에 비해 너무 진지하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는 나에게 단순 플랫폼 변경의 의미도 강했다. 블로그에서 하던 것을 글쓰기에 더 적당한 플랫폼으로 옮겨왔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모전이나 출판의 기회는 말 그대로 브런치가 제공하는 친절한 “기회”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공모전 자체를 준비하려고 몇 개월에서 일 년 가까이 공을 들이고, 떨어지면 실망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다. 실제로 출판을 위해 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지 못한 치열함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또 섹스에 관한 매거진을 쓰기 시작하면서 카카오의 청소년 보호정책과 그에 따른 브런치 운영 정책을 읽게 되었다. 모든 연령대가 열람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창작해달라…. 글을 쓰는 사람들을 초청해놓고, 작가라고 칭하면서 글쓰기 주제를 검열한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성”도 엄연히 우리 일상의 일부인데, 자식 낳고 키우는 이야기, 텃밭에서 농사짓는 이야기, 삶과 죽음, 질병, 고통, 성장, 학대, 이별, 이혼, 실직, 사랑, 연애, 결혼은 되면서, 섹스는 마치 없는 것처럼 투명한 존재 취급하는 것이 진정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일까?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그 경계의 시작과 끝은 대체 누가 정하고 긋는단 말인가? 너무 원론적일까? 어쨌든 글쓰기에 제약이 있다고 느낀 순간부터 가슴이 탁 막히며 갑갑해졌다.
나는 글쓰기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창작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브런치는 그런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미있고, 마음이 가벼웠다. 그런데 이렇게 브런치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뭔가 브런치 글쓰기가 슬슬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브런치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너무 가벼운가? 너무 허투루 인가? 너무 제멋대로인가? 싶기도 하다. 우물 안에 갇혀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남의 우물도 구경하고 다니니 어쩔 수 없이 나의 생각과 비교를 하게 되고, 괴리가 크면 클수록 고민도 커진다.
브런치 작가라는 특권의식이 한편으로는 자부심과도 연결되어 브런치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브런치 작가들끼리 연대해 저작권 문제에 대응한다던가, 브런치 응모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유료 매거진 발간과 같은 방법으로 수익창출을 고민한다던가 하는 글들은 정말 훌륭하다.
작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현실적으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성장 및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브런치팀 측에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쓰는 게 아무리 좋아도 손가락 빨며 살 수는 없다. 글이고 나발이고 일단 세 끼 밥 먹고, 집세가 해결되어야 글도 쓴다. 더구나 나는 내년이면 돈을 벌어 당장 자식과 먹고살아야 하는 싱글맘이니까.
그래서 브런치를 생계수단이나 생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없는 나에게 지금처럼 사치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는 길어봐야 내년 봄까지가 끝이다. 내가 올해 부지런히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을 쓰는 한편, 다른 쪽으로는 글쓰기 밖에서 지금도 부지런히 먹고사는 일을 모색 중인 나는 아직 답이 없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에서 한가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더 즐겨보려 한다.
브런치 작가 3개월 차가 되고 보니 멋모를 때 생각 없이 뛰어들었기에 망정이지, 다 알았더라면 나는 지금 여기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3개월이나 지난 뒤 이제 와서야 새삼, 작가 신청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미지 출처>
https://lemondays.de/allgemein/ein-eigenes-buch-schreib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