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구독자 300명에서 600명까지 한 달, 왜?

by 뿌리와 날개

오늘로 구독자가 600명을 돌파했다.


오늘은 또한, 내가 구독자 300명 기념으로 섹스 매거진 <섹스를 섹스라고 왜 말을 못 해>를 연재하기로 선언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magazine/frechdachs5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구독자 300명이 되기까지 세 달이 걸렸다. 그 이전 6개월 동안 세 편의 글을 올렸을 때에도 몇십 명 정도 구독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 난다. 그리고 그 300명에서 600명이 되기까지 다시 딱 한 달이 걸렸다. 600이라는 숫자가 경이롭다!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독자 증가에 자연스럽게 가속도가 붙은 것일 뿐일까, 아니면 섹스 매거진 덕분일까? 아니면 섹스 매거진 덕분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은 걸까?


과연 섹스에 관한 글을 쓰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구독자가 빠르게 증가했을지 의문이 든다.








내 브런치는 기본적으로 연령에 관계없이 여성 독자들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지만, 주된 애독자는 30-40대 여성들이다. 현재 내 삶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독자층도 딱 내 연령층이다.


섹스에 관한 매거진을 쓰기로 했을 때 남성 독자들이 반응할 거라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거의 일방적이다시피 여성 독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특히 내가 쓰는 글들에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관점을 피력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독일 여성들로부터 시시때때로 아직 해방되지 못한 동양 여성 취급을 받는 내가 한국사회에서는 페미니스트로 분류될지도 모른다니 조금 아이러니하다.


섹스에 관한 글을 쓰는 여자는 한국에서 페미니스트인가?


섹스 매거진을 쓰기 전에 섹스라는 키워드로 브런치에 검색을 했었다. 몇 안 되는 섹스 관련 매거진 중 남성 작가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보아 브런치에서 섹스라는 테마는 주로 여성에 의해 생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섹스 매거진을 쓰는 나 역시 여성이며, 이 매거진에 적극적인 반응을 하는 독자들 역시 여성인 점으로 보아 브런치에서 섹스는 여성에 의해 생산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여성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어쩌면 이곳에서의 테마, 섹스는 여성들의 해방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성들이 이 테마에 관해 조심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글의 형태로 소비되는 섹스는 남성들에게 지루하거나 유치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가 쓰는 섹스 매거진’의 내용이 남성들에게 별로 흥미롭지 않은 것일까?


나는 남자가 아니라 그런가 잘 모르겠다.








이혼 뒤의 성장 과정을 주제로 8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움켜쥔 결혼, 그 끈을 놓았을 때> 매거진은 당연히 여성 독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https://brunch.co.kr/magazine/frechdachs1



그런데 이 매거진을 연재한 이래로 전에 비해 남성 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구독자 프로필의 사진이나 이름으로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 대략 나의 느낌에 따른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다.


철저히 여성인 나의 시각에서 쓰인 ‘이혼 후의 삶을 통한 나의 성장 기록’인데, 전 연령대에 걸친 남성 독자들이 이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말이다.


누군가는 이혼한 남자들이 이혼한 여자의 심리가 궁금해 찾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는 관점은 그보다, 아마도 인생의 큰 카테고리 안에서 역경을 딛고 스스로를 찾아나가며 성장한다는 테마가 남성 독자들에게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 게 아닐까 하는 쪽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남성 독자가 늘거라 예상했던 섹스 매거진은 여성 독자들을 끌어왔고, 여성 독자가 늘거라 생각했던 이혼 후 성장 매거진은 남성 독자들을 끌고 왔다.








어느 순간 갑자기 연령대가 있는 남성 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구독자들은 짐작했겠지만, 열흘 전 썼던 이 성장 매거진 속 제7화'즐거운 섹스'가 그 원인이었다.


https://brunch.co.kr/@frechdachs/221



제목 때문인지 열흘 간 조회수 3천이 넘고 라이킷이 130을 훌쩍 넘도록 메인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이런 글에 중년의 남성 독자들이 엄청난 반응을 한 것이다. 물론 여성 독자들도 크게 반응했다.


하지만 내 글에 이렇게 많은 남성 독자들이, 그중에서도 중년층의 남성 독자들이 몰린 것은 브런치 활동 이래 처음인지라 매우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똥이나 방귀 같은 원색적인 단어에 깔깔대고 반응하는 유아들처럼 ‘섹스’라는 단어에 꽂혀 흥분할 사춘기 소년들도 아닐 텐데, 도대체 중년의 남성 독자들은 이 글을 읽고 무엇을 느꼈길래 그렇게 라이킷을 눌렀을까? 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글을 써 놓고도 나는 알 길이 없다.








8월 16일과 18일 내 브런치 인기글 통계 순위


8월 20일과 22일 내 브런치 인기글 통계 순위



도대체 이 글이 뭣이 간디 쓴 지 열흘이 넘도록 내 브런치 인기글 1위를 빼앗기지 않고 있단 말인가. 보다시피 그 이후로 내가 쓰는 모든 글들은 이 '즐거운 섹스'에 묻히고 있다.


이쯤 되니 슬슬 신경이 쓰인다. 지난 6년 간 독일 사는 싱글맘의 고군분투라는 주제로 그렇게 많은 글을 쓰고 사람들을 상담해 온 내가 이 글 하나로 하루아침에 독일에서 즐거운 섹스나 하는 여자로 유명해질까 봐.


독일에서는 이럴 때 "Tja!(탸)"라는 감탄사를 쓴다. 지금 내 기분이 이렇다.


탸!


그리고 통계 기능을 통해 유입 키워드를 10위까지 볼 수 있다는 것, 인기글은 무려 30위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 유입 키워드를 보니 가관이다.







섹스 매거진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나의 유입 키워드는 이런 것들이 되어버렸다. 나는 더 이상 에세이스트가 아니라 섹세이스트(?)인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눈에 띄는 것은 이틀에 한번 꼴로 보이는 이 단 한 명의 ‘아줌마 섹스’라는 키워드이다. 나를 구독했으면 조용히 들어와 볼 수 있을 텐데 주기적으로 이런 키워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이 한 명이 동일인물로 추정되며, 나를 구독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 이 ‘즐거운 섹스’라는 글을 읽고 싶어질 때 이 검색어를 통해 찾아오는 것 같다.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추측이다. 뭐하는 사람일까?


그건 그렇고, 아줌마 섹스라니…. 기분 참 묘하다. 뭐랄까, 마치 네이버에 내 이름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함께 뜨는 단어들을 보는 것 같달까? 아무튼 섹스라는 타부를 건드릴 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 유입 키워드 자체가 이렇게까지 편중될 줄은 몰랐다.


내가 쓰는 섹스에 관한 글이 다른 주제의 글들에 비해 월등히 재미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섹스 관련 글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어서 그런 것일까?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유입 키워드가 조금 달라질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중간 점검 상황은 이러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여성 독자는 섹스에 반응했고, 남성 독자는 성장과 ‘즐거운 섹스’에 반응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6년 간 싱글맘의 고생에 관한 글만 쓰다가 섹스에 관한 글 한편이 대표작이 되어 유명해질까 봐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또 어떠랴 싶다. 무명인 내가 그 글로 유명해진다면 어이없지만, 그것도 운명인 것을!


아무튼 상황을 더 지켜보도록 하자, 도대체 이 즐거운 섹스가 언제까지 1위에 머무를 것이며 언젠가 1위에서 밀려난다면 과연 어떤 글이 감히 이 즐거운 섹스를 밀어내게 될는지!


보아하니 평범한 싱글맘 일기나 이혼 안내서, 쓰잘데기 없는 것들로는 택도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죽이는 섹스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 죽이는 섹스라는 단어도 유입 키워드에 오를 것 같은 그런 불길한….


훗.





<이미지 출처>

https://lemondays.de/allgemein/ein-eigenes-buch-schrei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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