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면 나 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열심히 살고 있다. 무슨 내용으로 유튜브를 찍건, 주가 되는 어떤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서 꼬박꼬박 업로드를 한다는 그 부지런함에 놀랍다.
여행을 가고, 직장을 다니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장사를 하고, 운동을 하고, 화장을 하고, 쇼핑을 하고, 아기를 키우고, 요리를 하고, 살림을 완벽하게 하고….
게다가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도 너무 많다. 많이 먹기, 외국어, 가죽 공예, 캘리그래피, 디자인, 완벽한 정리정돈, 미니어처 요리, 오지에서 살아남기 등등.
이윤창출도 창출이지만, 그들이 무슨 일을 하건 유튜브 제작이라는 일을 항상 추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면 신기함을 넘어 기괴함마저 들 때가 있다. 한 사람의 몸으로 그 모든 일이 정말 가능한가?
혹자는 혼자인 것처럼 보여도 다 설정이고, 실제로는 뒤에서 다 팀으로 일하는 거라고 믿지 말라는데 그렇다고 해도 놀랍다. 일반인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일반인이 아니라니. 정말일까? 요즘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아 더 기가 막히다.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고, 이젠 좀 걱정 없이 사나 싶다가도 바람 잘 날 없는 이놈의 인생, 마음 쓸 일 만은 꼬박꼬박 생긴다. 고작 애 하나 키우는데도, 내 입에 들어갈 삼시세끼 해 먹는데도 나는 힘들다.
열심히 키운다고 키우는데도 자식은 끊임없이 내 속을 썩이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되는 날이 잦아진다. 잘 지내보려 노력하는데도 연인과의 관계는 수시로 삐그덕거리고, 이 나이에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데 그 와중에 내 나이를 생각하면 헉소리가 나온다.
뭘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뭘 하는 것도 아닌,
나는…
뭐지?
만 35세부터 45세가 중장년층이라는 글을 오늘 읽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어느새 중장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참나.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오늘부터 갑자기 중장년이 된 나는 그런데,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우리 인생에도 관성이 있는 것 같다. 죽자 사자 열심히 산다고 누구나 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삐까뻔쩍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계획도 목표도 없이 오늘만 대충 산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인생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아니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말은 어쩌면 자조적 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도 어찌어찌 대충 살아는 지니 너무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려놓음의 통찰이 담긴 말 같기도 하다.
나는 이런 내가 가끔 난감할 때가 있는데, 독일 친구들의 시선은 흥미롭다. 나의 내적 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는 말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은 인간들이다.
대충 살면 되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나?
열심히 살고 싶은 사람만 열심히 살면 되지 왜 모두가 다 열심히 살아야 하나?
그렇다면 열심히 산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열심히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은 무슨 관계인가?
열심히 사는 사람과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열심히 살기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나?
등등등….
사회적 안전망이 잘 되어있는 복지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너희는 죽었다 깨나도 모르겠지, 복지 시스템이 부재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은 가족밖에 없고, 그런 가족마저도 없거나 있으나 마나 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런 본능적인 두려움을 무의식에 갖고 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야만, 그런 두려움 없이 나고 자란 너희들이 가진 기본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저축하고 집을 사는 일보다 당장 다음 휴가에 쓸 돈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어떤 직업에 종사하던 현재 기준 만 65세가 되면 퇴직해서 연금으로 여행이나 다니며 편하게 살 생각에 들뜬 사람들에게, 퇴직을 했든 몸이 아프든 어떻게 해서라도 죽기 전까지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마저도 여유치 않으면 끝내는 고독사에 처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예시와 설명만으로 이해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열심히 산다는 것이 훌륭한 일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 열심히 사는 것이 어찌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있단 말인가. 그럼 게으름 피우며 빈둥빈둥 사는 게 훌륭한 일인가.
꼭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대충 오늘만 수습하며 사는 게 그럼 훌륭한 삶의 태도인가. (이 말이 왜 인생 대충 사는 인간을 묘사하는 문장 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해보면, 오늘만 수습하며 사는 것도 보통 부지런하지 않으면 힘들다.)
그런데,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나 게으른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
너의 가치는, 열심히 살 때에는 올라가고 열심히 살지 않는다면 내려가는 것인가?
한 인간의 고유한 가치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열심히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라는 질문에 도달했을 때,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인간은 당연히 그 자체로 고유하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 나 자신은 가치 없이 느껴진다는 모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흥미롭다. 모든 이들이 두려워할 만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을 때에 나는 내가 결코 가치 없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게으름 부리는 나는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아닌, 타인이 게으르게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 가치가 없는 인간인 것일까? 대답하기 곤란하다.
도대체 나에게 인간의 가치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투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날은 알 것도 같았다가 한동안은 알게 된 것도 같았다가 또 어떤 날이 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대학을 나오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고, 대학원을 나오면 다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가 박사를 마치고 나면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 다들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하던데….
나는 이제 인생에 있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할수록 사실은 모르겠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을 보니 인생의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가 보다.
흠. 이렇게 생각하니 나쁘지 않다.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 보니 어느새 글을 안 쓴 지 한 달이 지났다. 잊을만하면, 브런치팀에서 글을 쓰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처음 받았을 때에는 나한테만 보낸 개인적인 메시지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좋은 기능이다.
구독자가 600명이 될 때까지는 신기하고 좋았는데, 600명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마음이 좀 불편했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반작용도 있었다. 그래서 글을 올리거나 나누고 싶은 마음이 한동안 없었다.
나는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때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가 보다.
오랜만에 들렸더니 구독자수가 888명이나 된다. 마지막으로 본 게 몇 명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하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날 888명을 찍었다니 왠지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중국인들이 8을 좋아하는 이유가 숫자 8의 발음 ba와 돈을 번다는 의미의 fa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라는데 그들에게 내 구독자수는 아마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돈 들어온다!
돈 들어온다!!
돈이 들어온다!!!
사실 작가의 서랍에 쌓아둔 글도 꽤 되는데 내 심적 상태와 어울리지 않는 글들이라 올리지 않고 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쓸 당시에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손 보고 마무리하려고 묵혀 두는 사이에 내 마음이 달라져서 그 당시에 쓴 글을 지금의 마음 상태로 올리기에는 왠지 거짓말처럼 느껴져 머뭇거리게 되는 그런 일들.
무언가에 대해 날이 섰을 때 썼던 글을 이제와 올리자니 지금은 그렇지 않아 좀 어색하기도 하고, 아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글인데 자식이 웬수같이 느껴지는 날 올리기도 좀 그렇듯이….
그런 걸 보면 온,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유튜버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들도 일상의 희로애락이 있을 텐데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그 모든 과정을 노출한다는 것이 보통일일까. 물론 그래서 정신세계가 무너지는 유튜버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너무 너도나도 뛰어들어 온갖 잡음이 많길래 이제 유튜브도 끝물이구나 싶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끝물이 아니라 어쩌면 이제는 유튜브가 필수 생계수단이 아닌가 싶게 되었다.
이제는 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시작할까 내지는 무엇에 관해 할까 정도의 문제 같다.
만약 내가 유튜브를 한다면, 나는 어떤 콘텐츠를 담을 수 있을까?
그렇게 가장 나 다운 것들을 생각하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하하.
https://lemondays.de/allgemein/ein-eigenes-buch-schreib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