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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Aug 19. 2024

표지는 억울한 면이 있기도 하다

표지는 억울한 면이 있기도 하다

어쩌다 강의를 나가면 꼭 듣는 질문이 있다. ‘**가게 콘셉트의 책-특히 소설책-이 많이 나오는데, 표지도 거의 시리즈 수준으로, 콘셉트의 방향이 거의 같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출간되고 있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고객인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증 내지는 식상함을 표하기도 하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는 정말 왜 그런 것일까.


이미 장르와도 같은 것이 되어버린 이것들에 대해 대략 설명하자면 이야기는 보통 동네에 있는 어떤 한 (각각 다양한) ‘**가게’를 배경으로, 타인이었던 동네 사람들의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펼쳐지는 휴머니즘적 이야기다. 이야기 구조 자체가 세세하게는 다를 수도 있으나 크게는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고 이에 외관을 싸고 있는 표지마저, 주 배경지인 **가게’를 정면으로 보여준다는 점, 거기에 조금의 사람을 배치한다는 것, 따뜻한 느낌도 살짝 들어간다는 것 등으로,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게 같은 시리즈로 오해할만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구도의 배경이 된 이야기 구조가 장르화된 것은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사실 이들 표지에 보이는 모습은 일상에서 쉽게 보던 모습이나 ‘코로나’라는 것이 현실에서 이 풍경을 바꿨던 것이 사실이다. 더 이상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없어지고, 그 마저도 마스크 너머의 일부만 가능했던 그 시절말이다. 기존에도 이와 비슷한 장르가 구축되어 있었으나 크게 빛을 발하지는 못했는데 코로나 시대가 그 니즈를 폭발시켰다고 본다. 이런 이야기의 원조격인 일본에서는 ‘**가게류’의 책이 이미 많이 나와 있었고, 어려운 출판계에서 이렇게 대놓고 팔리는 장르가 뿅 하고 나타나니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에 빠르게 이미 있던 일본의 콘텐츠를 번역하, 한국의 신인 작가들도 같이 발굴해 이 흐름을 이어갔다. 나는 이것을 새로운 장르가 안착하는 과정으로 보기도 했다. 거기에 따르는 해프닝적 과도기의 한 모습이라고도.


여기에 ‘** 가게류’의 표지 그림을 여럿 그린 그림작가가 에세이 책을 내기도 했다. 마케팅 포인트 문구로 ‘베스트셀러를 그리는 작가의 이야기’라는 것을 사용했는데, 한 번에 납득이 되진 않았다. ‘다수의 베스트셀러의 그림을 그린 작가’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베스트셀러를 그리는 작가’는 어딘가 이상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또는 못 그린다고,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아니기에. 어쩐지 이상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화제가 된 표지들을 그린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기에 읽어보기로 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작가 자신도 대중이 인식하는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고 그렇기에 본인인 그린 그림들도 각각 다른 개성을 부여하고 디테일을 살려 자세히 보면 다르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정성을 들인 그림인데 같은 카테고리로만 엮이는 것은 어딘가 아쉽고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콘셉트의 그림은 지양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도 작가의 소망이라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그림 작가의 ‘**가게류’의 책 중 한 권은 특이하게 여러 나라에 수출되기도 했고(이 또한 유례없는 일이긴 한다. 한국어는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포지션이다. 고로 그것이 품고 있는 정서도 독특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기에 영미권 출판물만큼이나 수출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에) 또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작과 같은 표지를 사용했다.


표지란 각 나라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고 거의 대부분이 그러한데 이 책의 경우 낮과 밤 정도만 다를 뿐 거의 모든 표지가 똑같다. 이는 ‘**류’의 하나라고만 치부 당하기엔 자부심을 충분히 가져도 될만한 쾌거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콘텐츠가 가진 힘과 시대의 니즈, 그 니즈를 반영한 외관 등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진 것이겠지. 다 똑같아 보여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이제 나도 ‘**가게’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책과 표지, 리커버 등이 쏟아져 나온다. 같은 작가가 썼지만 분명 다른 회사의 책인데 거의 똑같게 나온 책도 있고, 다른 작가, 다른 회사에서 출간돼지만 어쩐지 한 작가가 쓴 것처럼 포장한 책도 있고, 품고 있는 내용과 표현 방식이 좋게든 나쁘게든 영 딴판인 책도 많다. 경우의 수는 그야말로 헤어릴 수 없을 정도다. 그저 시간이 지나 옥석이 가려지기를, 그것도 제대로 가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독자들이여 조금만 더 살펴보기를 정말 커버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도 판단하지 말라(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그게 그거 같아 보여도 그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어떤 감동을 찾아낼지는 독자인 나에게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디 얕은 속임수 같은 상술에 굴하지 않고  그 감동을 기필코 찾아내길. 그것이 만드는 사람이자 독자인 한 사람으로부터의 변명이자 답변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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