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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Oct 12. 2024

모두가 잊고 있던 한 가지

밍과 슬기는 그들만의 조촐한 발대식을 가졌다. 술을 못 먹는 둘은 작은 카페에 모여 잘 먹지도 못하지만 가게에서 가장 비싼 디저트와 음료를 잔뜩 시켜놓고, 그야말로 달디달아서 그 단맛에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단맛에 취해 버렸다.

수국이의 존재는 밍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슬기가 전화를 걸자마자 밍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그러니까 슬기가 구하려는 그 ‘개’가 ‘수국’인 건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짧았던 발대식을 시작으로 둘은 단맛 에너지를 사용해 최대한 미친 작당 모의를, 아니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계획을 하나씩 실현하면 좋을 것인가. 하지만 뭐 하나 현실적이고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아침 카페에서 머리를 짜내는 두 사람. 그런데 갑자기 밍이 말했다.


”근데, 언니. 언니는 글 쓰는 사람이잖아. 그걸로 뭐 할 수 있는 거 없어?“


맞다. 인기가 있으나 없으나 그의 글이 팔리나 안 팔리나 슬기는 글도 쓰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그녀 자신조차 잊고 있었다. 글을 쓰긴 했지만 늘 열등감에 시달렸던 그녀였기에.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그녀는 그 열등감을 부숴버리기로 했다. 그것도 와장창.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뻔한 말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어떤 ‘펜’이 있는지 일단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떤 ‘펜(이야기)’이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어떤 ‘펜’이 ‘국수‘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수국‘이로 바꿔줄 수 있을까. 무엇이 됐든 자신이 가진 무기가 있긴 있다는 걸 기억해 낸 그녀였다. 그녀는 더 이상 겁이 나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저 ’수국’이를 그곳에서 꺼내고야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것도 펜으로, 글로.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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