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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현실은 언제나 창작의 땔감을 제공해 줬다

by 김경민

누구도 먼저 요청하지 않고 딱히 기다리지도 않아 보였던 연재가 드디어 끝났다. 글의 모양새를 따진다면 당연히 자신 없었으나 계속 앞만 보고 달리기로 했고 결국 끝이 났다. 이 프로젝트의 1차 안을 다 쓰고 마지막 마침표까지 ‘땅‘ 하고 쓴 그날! 나는 스스로에게 소리치듯, 마치 내 안의 나에게도 잘 들리게 ‘만세‘를 외친 것 같았다. 나는 글을 쓰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글을 쓴 이유는 여럿 있었다. 어느 곳에나 있겠고 누군가는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서든 ’이야기‘의 형태로 갈고닦아 세상에 내보내고 싶었다. 출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story)하고 싶었고 동료들과 이 이야기를 매개체로 대화(talk)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지만 출판계 안에서 ’현생살기’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현실이 소설만큼이나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글을 쓸 때마다 마침 땔감을 퍼붓듯 빌런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그건 현실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기에. 그렇기에 나의 옛 동료들과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인간에 대해 궁금해하고 연구하고 그것을 글로 쓰고 이야기하는 출판하는 사람들이여, 제발 책 밖의 세상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멀리 갈 것도 없이 책 너머 내 책상 옆 동료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쳐다보자!!!


*


이 글을 준비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이만하면 됐어‘ ’그만해’ ‘살살해‘와 같은 이야기. 나를 걱정해서 한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난 글을 써내려 가며 그 말에 답을 다 한 것 같다. ’아니오. 전 최선을 다할 거예요. 비록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제 영혼을 갈아 넣어서 최선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결심‘했고, 그 ’결심’은 여전히 유효하면 오히려 더 단단해져가고 있는 걸요. 전 더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라고. 만약 누군가 그때의 나와 같이 적당히 쓰기를 권유받고 있고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말하면서 떠내려 가고 있다면, 최선을 다해 마음속 ‘단어의 강물‘을 있는 힘껏 퍼내길. 그 단어들이 늘 잔잔하거나 빛나거나 아름답지 않더라도 끝내는 아름답게 햇빛에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믿고 있기에. 믿으면 언젠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쓸 것입니다.


지금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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