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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 Apr 12. 2022

벚꽃에 물들다

아침 산책길에서 희망을 보았다

 중년의 여인이 들고 가던 방을

길가에 내려놓고 벚꽃 삼매경에 빠져있다.


 노인 한 분은 벤치에 앉아 꽃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한 시간째 추억의 바다를 항해 중이다.

 

 길 한가운데를 막고선 20 대 청춘은

사진 찍느라 지나가려고 멈춰 선 사람을

의식하지 못한다.


 벚꽃은 사람들을 단번에 홀릴 정도로 힘이 세다.


   

 남쪽에서 올라온 벚꽃 군단이

중랑천 산책길을 따라 줄지어 포진해 있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일 년 만에 찾아온 점령군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환영한다.


우울했던 시간 멈춰지고 세상이 잠시 환해졌다.


 이런 점령군이라면 언제든 환영지.


 그들은 가야 할 때도 분명히 알고 있다. 때가 되면 주저 없이  떠나 때가 오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바람은 미워할 수 없는 벚꽃들의 천적이다.


 바람의 전사들이 얄밉게 벚꽃의 옆구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순간,  살랑살랑.. 

벚꽃은 나비가 되어 어깨 위로 떨어진다.


추락하는 나비 떼를 보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온다.


  나비 떼는 다시 꽃비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적신다. 일부러 비를 맞으려고 벚나무 옆으로 바짝 다가선다.


 나비도 보고 꽃비도 맞은 봄날의 아침이다.

 산책길에 진귀한 풍경을 만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뭇가지에 쓸쓸함만

잔뜩 매달려 있었는데. 밤낮으로 달려

벚꽃들이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고맙고 대견하다.  


 올해 벚꽃 구경을 오늘 몰아서 다한 것처럼

길가던 사람의 영혼을 쏙 빼버린 장관이었다.


 기꺼이 거리의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해주고 누구든 나게 해 준다.


 점령군이 떠나면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아쉬움을 달랠 것이다.


 세상이 지쳐있을 때, 

이제는 코로나의 끝물이 다가오니

힘을 내라고 희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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