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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 Sep 06. 2024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신간, 북한강에서 생을 마감하다

어휴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책이 추락하는 모습까지 보게 될 줄이야.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야속하지만, 촬영을 강행한 내탓이다. 8월의 주말, 양수리역에서 두물머리를 지나 팔당역까지 하이킹을 했다. 자전거 사고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초록이 짙은 여름을 달렸다.


가방 속에 신간을 챙겨 와 드문드문 조망이

뛰어난 곳을 배경으로 표지 화보촬영도 하면.     


북한강이 남한강을 만나는 양평과 남양주를 잇는 북한강 철교 자전거길.


저물녘이라 주변풍광은 온통 발그레했다.

어떤 사진을 찍어도 마음에 들 배경이었다.

가방에서 신간을 꺼내 조심스레 난간 위에 올려놓  사진을 찍는 사이 바람 한줄기가 장난치듯 책을 슬쩍 건드리며 지나갔다.


설마 했는데. 책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 강으로 추락했다. 이때다하고 강은 낼름 책을 삼켜버렸다. 바람과 강이 한통속이. 독자에게 가지 못하고 기껏 표지 촬영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다니.


하여간, 바람의 질투는 당할 재간이 없다.

작년 낸 책 한 권도 촬영 사고로

도봉산의 절벽에서 유명을 달리했었는데.


책의 추락이 무슨 계시가 아닐까?

두 번이나 이런 일이 반복되었으니 말이다.

판매량의 추락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추락을 언급할 정도로 판매량이 고공으로 올라간 적은 없으니까.


오히려, 강의 재물로 바쳐져서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갑자기 많이 팔리는 일은 없어도 꾸준하게 독자들의 마음에 닿았으면.       


지난 8월은 어찌 지나갔는지 도로

한 달 동안 붕 떠있었다. 신간이 나오면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라서 예상은 했지만 이번에는 덜 할 줄 알았다. 처음이 아니니까.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확인하는 게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꼼꼼히 책을 읽고 블로그나 카페에 평을 올려준 글을 보았을 때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이었다. 세상에 글 잘 쓰시는 분이 참 많구나, 정말 어디 가서 글 자랑 할 거는 아니야 하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특히,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 중 이모와

대학동창, 회사 후배님께서 보내준 감상문은 어찌나 고맙던지. 대충 책이 좋았다는 식의 글이라면 한번 보고 말았을 것이다.  


옥천에 사시는 70대 이모는 조카의 책을 읽고 넘 마음에 드셨다며 그동안 멈추었던 독서를 다시 해야겠다하셨. 대학동창은 한번 손에 잡은 책을 놓지 못해 새벽 5시까지 읽느라 주말 스케줄이 엉망이 되었다고.

(그래도, 책임지란 말은 하지 않았다)


항상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후배님은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느낌을 조목조목 정리해 보내주셨다. 이렇게 공력이 뛰어난 분이다니 라울 뿐이었다.


이분들의 소감문이 앞으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건 분명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 칭찬은 나이를 초월해서 언제나 좋지만 단지 분이 좋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쓴 글이 세상과 통한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었고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까.


책은 초반에 “나, 신간이야” 하며 반짝 팔리더니 요즘은 주춤하다.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될 일인가.  


출판사에서 작가 증정본으로 준 책을 홍보를 위해 고마운 분들께 선물로 드리고 뜨겁지만 SNS로 가끔 홍보하는 글을 포스팅해도 판매량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느니

차라리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까 고민하는 게  싶었다. 수입을 염두하고 책을 낸 건 아니니까. 많은 독자들이 인정하는

좋은 글을 쓰면  책은 알아서 잘 팔릴 테니까.  

        

한동안 열기를 토하던 더위가 주춤하고 이제 마음도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신간과 일정한

거리두기가 가능해졌다.    


세상에 나온 책은 이제 스스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내면 될 일이고

내 미션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싱싱한 글감을 찾아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는 일이다.       


북한강으로 추락한 책은 어쩌면 무슨 계시를 주려는 게 아니라  내게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죽어야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지나간 일은 잊고 앞으로 나가라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좋은 글을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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