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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우 Jun 10. 2024

만남에 관한 사유

세계관과 세계관의 조우

 문명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모여 이루어졌기에, 논리적으로 문명의 첫 시작점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일 것이다. 만나 소통하는 것은 이와 같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면서, 연약한 이 종이 이 행성에서 선택 받을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역량이기도 할 것이다. 최초의 원시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셀수없는 만남이 이루어졌고, 또 그 상호작용들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가치들이 누적되어 역사를 추동해왔다. 이 역사의 가장 미시적인 끝자락에서 우리는 만나고 이야기하며, 느끼고 습득하며 일상을 살아낸다.


 만남은 세계관의 조우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고, 그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 형성한 한 세계관이 다른 세계관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에서 세계관은 다른 세계관이 받아들일만 한지 판단하게 된다. 첫인상이다. 이 첫인상이 작용하는 것은 모순되고 미묘하다. 유사한 세계관에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세계관에 호기심을 느끼기도 한다. 반대로 비슷함에 대한 불편함과 다름에 대한 경계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을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서로가 풍기는 아우라로 하여금 코드가 맞는지 검증한다는 조금은 신비주의적인 표현으로 설명하게 된다. 아마도 이 아우라는 살면서 경험한 호와 불호의 기억을 토대로 뇌가 빠르게 처리하여 판단하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의 유지를 판별해야 하기에 이 아우라 프로세싱을 통해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남이 지속되면서 세계관은 서로를 받아들이며 조정되어간다. 영향력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인지하며 진행되는 영역과 수면 아래에서 주고받는 영역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도 들여다본다는 니체의 말과 같이 일방통행의 영향력은 상호작용에서는 있을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형성시켜온 복제에 대한 본능은 이성의 옳고 그름의 판단과 별개로 인지하는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인간 관계의 조언들은 항상 음습하고 어두운 이들을 피하고, 밝고 맑은 이들을 가까이하라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와 같이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세계관은 계속해서 진화한다. 30년의 세계관은 30년의 다른 세계관과 상호작용하며 각각 30년+α정도의 경험을 습득하게 된다. 도합 60년이 60년+2α가 되는 놀라운 가치의 창출이다. 이러한 가치 창출을 모두가 하면서 인류는 다른 존재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하게 되는 우위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도 가열차게 이루어지고 있다.


 연말 연초를 명분삼아 수많은 만남들이 약속되고 진행되는 시기다. 이미 검증된 관계의 만남들도 있고, 새로운 만남들도 있다. 이 관계들 속에서 또 어떤 영향력을 주고받을지 기대가 된다. 모든 만남들이 성공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되는 만남의 확률이 그렇게 높진 않을지라도, 그 성공의 순간들이 주는 따스한 행복이 항상 기대를 만들어내게 된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에 기대어, 올 한 해에도 지난해와 같이 수많은 만남들이 있으리라 그려보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좋은 세계관들과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아 나의 세계관이 한층 더 풍성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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