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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우 Nov 08. 2024

그거 아세요?

 일에 치여 있던 어느 밤, 동료가 격려차인지 알수 없는 맥락에서 영상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다. 카리나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다. 그룹활동때와는 달리 한껏 청량하고 밝은 모습을 한 그녀가 웃으면 부르는 곡은 “그거 아세요?”라는 곡이었다. 댓글에는 좋은 곡과 중구난방인 가사를 지적하며 즐거워하는 반응 반, 카리나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반응이 반정도 였다. 동료는 그녀의 미모가 지친 나에게 에너지를 줄것이라 생각하고 보내왔겠지만, 뜻밖에 나는 이 곡에 대한 오랜 애정과 기억이 있어 다른 의미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원곡이 나온지는 약 4년이 넘었다. 당시 이 콘텐츠를 만든 이는 한 YouTube 크리에이터였다. 홀로 작곡, 가창, 영상 제작을 모조리 홀로 하던 그는 영상이 20개가 채 안되는 초창기 채널이었음에도 그 천재성을 드러내고 서서히 알려져가고 있던 차였다. 그의 콘텐츠에 매료되어, 새 영상이 올라올때마다 보던 중, 이 노래가 올라왔을때는 깊게 빠져들어 하루에도 여러번씩 재생하여 듣곤 했다.


 이 노래는 시청자들이 별 가이드없이 제시한 수없이 다양한 말들을 가사로 삼아 만든 곡이다. 그렇기에 하와이안 피자는 캐나다에서 만들어졌다는 내용과 찰떡아이스는 원래 3개였다는 메시지가 능청스럽게 공존한다. 이 곡의 진가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펼쳐진다. 일관성없이 제각각 나열된 메시지들이 묘한 흐름으로 모인다. 그 수렴지점에는 사랑이 있다. 어느순간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반려동물에 대한, 누군가에 대한, 어떤것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수줍고 어설픈 어투로 다 좋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분명 이 노래는 B급 감성으로 기획된 콘텐츠이다. 그럼에도 그 웃음 끝에는 뭉클함과 감동이 있다. 그것은 이 곡이 결국 사랑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곡이 YouTube를 통해 나온 것에는 거창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YouTube는 기본적으로 난장판이다. 기존의 미디어가 심사숙고 끝에 만들어진 양질의 콘텐츠를 소수의 제작자/제작사들이 만들었다면, 뉴미디어라 불리우는 이 판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경험도 없는 이들이 우후죽순 제각각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놓는다. 그래서 YouTube는 혼란스럽고 비일관적이며 때로는 저열하다.


 이 곡에서 이런 혼돈이 나아갈 좋은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결국 이해와 사랑이다. 혼란하게 나열된 제각각의 가사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사랑으로 귀결할때, 우리는 감동하고 행복할 수 있다.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경험에서 비롯되어, 일정한 형태를 띄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콘텐츠는 소비자를 만나서 간접 경험으로 스며든다. 한 사람이 경험하며 구축하는 것이 한 세계관이라 한다면, 콘텐츠 시장은 한 세계관이 다른 세계관을 만나 결합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류가 비단 순간의 즐거움이나 도파민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결국 공허해진다. 그러나 이 것이 사랑, 즉 다른 세계관에 대한 사랑에 닿는다면 그것은 행복으로 귀결될 수 있다. 사랑은 행복을 위한 하나의 길이고, 쾌락이나 도파민 따위는 그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이 크리에이터가 진정 이것을 의도했을런지는 알수 없지만, 식물이 의식하지 않고 빛을 향하듯,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모든 마음에는 그 지향이 있다고 믿는다. 나를 보여주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반대로 타인을 보고싶고, 이해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 그렇기에 콘텐츠 시장의 귀결은 결국 이 곡의 마지막 가사처럼 “다 좋아요”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그거 아세요? - 과나

https://youtu.be/n0oBBQoE0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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