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집을 계약하고 서울시의 한옥 담당자와 함께 집을 둘러보면서 우리 집의 대략적인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수리 비용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을 확인했다. 한옥 담당자들의 이야기는 전체적인 집의 상태는 좋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손보면 예쁘게 될 것 같네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아싸~”
“하지만, 한옥의 특성상 수리하면서 뜯어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많은 부분들이 보일 거예요.“
라는 애매한 말을 남겼다.
서울시에서는 한옥 수리비 일부를 지원하는데, 북촌, 서촌 등 한옥지구로 지정된 경우 최대 9천만원(저금리 대출에 대한 것은 별도), 우리 동네는 그 외 지역이라 6천만원 정도였다. 일단 수리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전통 한옥 방식을 따라야 하며, 설계도면을 첨부하여 주무부서의 심의를 거치고 심의에서 통과되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공사 완료 후 다시 심의를 거쳐서 지원금액이 집행된다. 보통 설계를 하고 관련 자료를 만들어 심의 통과까지 가는데 짧으면 2-3개월 길게는 6개월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올해 안에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싶었고, 만들고자 하는 집이 전통한옥의 조건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애초부터 지원금을 받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뭔가 받을 돈을 못 받는 아까운 느낌이었으나, 하루빨리 공사를 시작하고픈 마음이 더 컸으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면서 한옥 수리를 계획하는 분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한옥을 앞에 두고 여기는 벽을 트고 저기는 막고 마당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하는 구상을 했다. 나 혼자라면 말로 풀어서 주절주절 설명해야 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남편 덕분에 머릿속에만 있던 이 집의 상상도를 다른 사람도 알아보기 쉽게 종이로 옮겨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계약하고 한 달이 넘어가는데 이 집을 리모델링 해 줄 업체를 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지나고 있었다. 견적을 위하여 목수도 만나고 건축사무소도 만났으나 하나같이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었다.
“한옥은 가려진 부분을 터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겉의 나무는 멀쩡해 보여도 시멘트에 묻힌 부분은 다 썩었을 거예요.”
그때는 저 말의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목공사의 중반을 진행하는 지금, 까면 깔수록 수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을 보니 이제는 체감할 수 있다. 목수들이 견적을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던 것도 이해가 된다.
예상 견적이 평당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을 왔다 갔다 하고 그것도 철거 후 상태를 봐야 안다고 하는데 저 금액이면 집 한 채를 짓는 가격과 맞먹는다. 문제는 그 편차가 커도 너무 크다는 것이다. 마트의 상품에는 가격표도 있고, 과자 봉지에도 권장가격이 있어서 물건을 사기 전에 가격 대비 상품을 알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물건을 먼저 보고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도대체 뭘 믿고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다. 고무줄같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가격을 놓고 견적을 더 받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집을 짓거나 수리하는 일은 비용과 취향과 신뢰의 문제이다.
내가 생각하는 예산 안에서 얼마나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서 내실을 다지며 작업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아무리 봐도 완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기에 위의 3가지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가 아닐까 한다. 만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져서 성북동의 눈여겨봐 두었던 서점커피집을 작업했던 김실장님을 소개받았다.
가족 중 집을 지어 본 사람도 없고 주변에 건축 관련 종사자도 없어서 건축에 있어서나의 상태는 백지에 가까웠다. 실장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단지 좋아하는 그 집을 작업했다는 이유 하나로 전적으로 신뢰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깨끗한 한옥 모습은 배제하고 옛것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취향도 비슷했다.
그래서 우리는 철거 시작을 하루 앞두고 계약을 했고, 오늘도 실장님은 현장에서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늘도 깎기와 기둥 잡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난 주말 근무를 절대 강요하지 않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