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관점에서 본) 페이히어다움을 만드는 크고 작은 요소들
어느 공동체나 조직에 속해 있을 때,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 중 하나는 우리만 아는 우리만의 문화를 몸소 경험하고 그것을 암묵적으로 실천하고 있을 때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낀다. 이것을 굳이 문서화하여 리스트업 해놓지 않아도 말이다. 페이히어도 페이히어만의 문화이자 일하는 방식이 있다. ‘문화’라고 라벨을 붙이기엔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요소 하나하나가 페이히어를 만들고 페이히어다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히어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천하고 있는 크고 작은 문화들을 도입하여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덧 입사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 그간 경험한 페이히어다움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책임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잘해낸다면, 어느 때에 출퇴근하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도 출근 인기 시간(9시 반~10시 반 사이로 추정 중)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새벽에 준하는 시간에 출근하시는 분도 계신다(리스펙). 대부분의 직원 분들이 각자 자신만의 출퇴근 시간을 나름대로 정해서 다니시는 것 같다. 나는 아직 자율 출퇴근 제도의 단점을 못 찾아서 그런지 융통성 있게 출근하는 나날들이 꽤 맘에 든다. 그런데 아무리 자율 출근이라고 해도 아침마다 우당탕탕 급한 건 똑같다.
Daily Standup Meeting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페이히어는 매일 같은 시간에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을 진행한다. 직원 분들이 그 날 본인의 업무를 공유하고, 알아야 할 새로운 이슈가 있으면 공유된다. 시간은 약 10분 정도로 길지 않다. 나는 인턴이기도 하고 업무가 매일 거의 비슷해서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데, 특히 개발팀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신기해서 재밌다. 회사 인원이 많아질수록 모든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데, 이렇게 잠깐이라도 한자리에 매일 모이는 일이 있어 즐겁다.
Sprint 회의와 회고
페이히어는 2주에 한 번씩 스프린트 회의와 회고를 진행한다. 스프린트는 각 포지션에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의 한 주기인데, 2주를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 회고는 스프린트와 2주 간 회사에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잘한 점, 아쉬운 점, 개선할 점들을 공유하는 자리다. 회고를 진행하면서 지난 2주 간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고, 다음 스프린트를 새롭게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전사 타운홀 미팅 Sync
Sync은 회사의 전체 인원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맞추는 작업이라고 한다(대표님 말씀 인용). 회사의 모든 인원이 모여서 회사의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공유한다. 입사 10일 차에 타운홀 미팅이 있었는데, 신규 입사자 분들이 많았던 시기라 페이히어 서비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우리의 전략, 문화, 앞으로의 목표까지 공유되었던 시간이었다. 회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대표님만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원 분들에게도 투명하게 공유가 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아 값지다.
도메인 스터디
우리 회사, 핀테크, 금융 등등과 관련해서 배울만한 지식들을 말 그대로 스터디하는 시간이다. ‘미팅’ 하위 주제로 넣기엔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다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니까 일단 넣어보았다. 회사 구성원 한 분이 자유롭게 어떤 주제를 정해서 조사를 해오시면, 나머지 구성원들은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보거나 코멘트를 달기도 한다. 스터디라고 해서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약 15-20분 정도 라이트하게 진행되는 시간이라 발표자가 아니라면 흥미롭게 들으면 된다.
**역대 도메인 스터디 주제들 랜덤으로 간단하게 공유
VAN사와 PG사에 대한 간단 개념
부가가치세와 사업자 종류
신용카드 번호 체계
등등..
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이슈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운영팀 쪽에서 기술팀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같은 가맹 업무라도 기본 매뉴얼에서 벗어난 사례들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 같은 운영팀 내에서 해결이 가능한 일이라면, 의자만 돌리면 된다. 모르는 이슈가 생기면 바로 여쭤보기도 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며 풀어간다. 운영팀에 있으면서 질문에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점이 정말 좋다. 기술팀이나 다른 팀의 지원이 필요할 때, 슬랙을 이용할 때도 많지만 해당 직원 분을 직접 찾아가서 여쭤보는 경우도 많다.(물론 나는 별로 없음) 회사 인원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자 장점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다보니.
12월의 마지막 2주 동안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리프레시 휴가를 가졌다. 다만 2주 동안 모든 인원이 자리를 비울 수는 없어서 절반은 넷째 주에, 나머지 절반은 다섯째 주에 쉬었다. 올 한 해 고생한 직원 분들을 위한 보상이자 복지이지 않을까. 동시에 내년에 다시 열심히 달리기 위해 회사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알차게 잘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로 지치긴 했는지 집에서 열심히 뒹굴거렸다.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지만 나에겐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서, 후딱 지나가버린 휴가가 벌써 아주 조금 그립다.
내가 생각한 페이히어의 큼직한 문화 및 일하는 방식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적어보았다. 이러한 요소들이 운영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당연해 보이는 위의 요소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보이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나는 수동적인 listener의 스탠스를 가지고 있지만, 능동적인 speaker가 될 수 있는 날들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