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긴장 사이
뭐든지 처음은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법. 첫 출근날이 눈 깜짝할 새에 다가왔다. 오전에 수업이 있는 바람에 회사 근처에서 수업을 후다닥 듣고 헐레벌떡 회사로 달려갔다. 첫날부터 정신없음.
사무실 입성 후 가장 먼저 내 자리에 짐을 풀고, 회사의 직원들과 한 분씩 인사를 나눴다. 지인도 있고, 그래도 저번 주에 한 번씩 뵈었던 분들이라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페이히어는 매일 전 직원이 모여서 데일리 미팅을 진행한다. 본인의 하루 업무를 다 같이 공유하는 자리. 이 날도 어김없이 데일리 미팅이 있었고, 이 시간을 이용해서 한 자리에 모여 다시 한번 나를 소개하고 다른 직원 분들의 포지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아직은 소규모 스타트업이라 모든 직원분들 성함 외우기는 금방 완료!
그다음 한 일은 회사 업무 툴 구경하기. 페이히어에서는 슬랙과 노션을 기본적으로 쓴다.(최근엔 Jira도 추가되었다.) 다행히 슬랙과 노션 모두 익숙한 툴들이라, 사용하고 구경하는 데에는 문제없었다. 노션에 정리되어 있는 회사 소개 페이지, 문화, 여태까지 진행해왔던 업무 기록들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이렇게 데이터들을 쌓기 위해서 얼마나 크고 작은 노력들을 하셨을지. 회사에 대해 내 나름대로 배우고 파악하기 위해서 그동안의 기록들을 열심히 구경했다.
내 중요한 온보딩 프로세스였던 업무 배우기. 전편에서도 언급했듯이, 내 주 업무는 가맹점들이 POS기로 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하도록 카드 가맹을 도와드리는 일이다. 일단 마케팅 담당자님께 카드사와 가맹점이 연결되는 과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배웠다. 용어 하나하나가 새로워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직접 해보는 것이 익숙해지는 데 가장 빠른 길이었다.
본격적인 카드 가맹 업무는 나를 이 회사에 몸담게 만들어 준 대외활동 팀원 오빠이자 그때 당시 운영팀 인턴이었던 분이(정규직 전환을 축하드려요!)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수많은 가맹 사례와 경험을 거쳐 가맹에 도가 트신 분. 첫 날인만큼 가장 기본적인 가맹 사례를 두고 하나씩 차근차근 배웠다. 이때 내가 피하고 싶었던 전화 프로세스와, 서로 다른 3가지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는 프로세스와, 작업 마무리까지 가맹 프로세스 한 세트를 배웠는데 처음 든 생각은 이거 못하겠는데…? 였다.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서 멘붕이 살짝 온 것도 있었고,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고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 이 당연함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어찌하랴 일단 해봐야지!
가맹 선생님의 리드 하에 일단 적었다. 전화했을 때 필요한 멘트들, 시스템 작업 시 알아야 할 정보들, 가맹의 총 프로세스 등등. 적으면 일단 정리가 되는 기분이니까. 그렇게 오늘 하루 동안 2건의 가맹 업무를 처리했고, 정신없었던 출근 첫날이 지나갔다.
첫 출근 총평: 후다닥 온보딩, 물음표 가득한 내 업무, 편한 회사 분위기
사실 어떤 체계적인 온보딩 프로세스를 경험하기엔 힘든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직 초기 스타트업이기도 하고,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인력을 채워가는 데 있어서 대표님이나 주요 경영진들의 소셜 네트워크(a.k.a인맥)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페이히어도 내가 입사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인원을 늘려가고 있어서 어떤 ‘온보딩 프로세스’라는 것을 굳이 체계화하지 않았다고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회사의 문화나 분위기, 일하는 방법 등은 일을 앞으로 해가면서 자연스럽게 파악해 나가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떤 문서화된 자료가 있어야 할까 싶기도 하지만 신규 입사자의 입장에서 그런 간단한 읽을거리가 있으면 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인에게 회사에 대해 이것저것 듣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던 터라 회사를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금 있는 읽을거리는 기본의 기본 내용만 담겨 있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회사가 커지고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충분히, 그리고 당연히 개선이 될 부분이라고 생각!
어렵지 않은 업무라도 익숙하지 않으면 어렵게 느껴진다. 모르는 게 당연한데 그냥 내가 무지해서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나 내가 어느 분야에 ‘잘해서’ 채용된 것이 아니라면. 익숙함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분야인만큼 나 자신과 주변 동료들을 믿고 앞으로 열심히 해보는 것이 정답이겠지.
회사 분위기는 너무 편했다. 일단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의 안정감을 줄 줄이야. 학교 수업이나 스케줄을 우선순위로 고려해주시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으며 편한 회사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배려해주시는 회사 분위기가 참 좋았다. 꽉 막히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는 내가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물론 모든 스타트업들이 그러진 않겠지만.)
첫 출근 이후, 1주차 동안
다양한 가맹 업무를 처리하며 업무에 적응했고,
회사에서 신을 귀여운 슬리퍼를 받았고,
출근 3일 만에 자리가 바뀌었고,
계약을 했고,
회사 후드를 받았고,
명함을 받았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매일의 일상이 비슷하면서도 새롭다. 좋은 동료들 사이에서 스타트업의 문화를 배우고, 회사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하나씩 배워가며 익숙해지는 시간들이 값지다. 업무뿐 아니라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이 어떤 식으로 규모가 커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며 일을 해가는지 더 깊이 배우고 싶다. 회사를 더 열심히 관찰해야지. 실전 경험만큼 좋은 공부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