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GDI 잉디 Feb 11. 2021

07. 사람을 알아가는 자리에 함께했을 때

면접에 대한 회고

잘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있다 보면 새로운 인력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듣게 된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소수의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고, 새로운 분을 계속해서 모셔야 하는 상황이 온다.


최근 내가 속해 있는 운영팀에서 인력 채용을 진행했다. 운영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CS를 담당해주실 분과 가맹 일을 파트타임으로 도와주실 분들이 필요했고, 빠른 합류를 위해 채용 프로세스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내가 면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내가 면접에 들어갈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나로서는 굉장히 새롭고 감사한 기회였다. 무엇보다 나는 채용 포지션의 전문가도 아니었고, 회사의 정식 일원을 뽑는 자리에 비전문가인 내 시선과 관점이 들어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냥 신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기회를 주신 만큼 내가 사람을 보는 느낌을 한 번 시험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이 회사로 확장된 것일 뿐이지, 동아리 임원진이었을 때 면접관으로 있었던 경험, 학교에서 팀플을 진행할 때 함께할 팀원을 찾아나갔던 경험, 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며 느껴왔던 느낌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와 앞으로 함께할 사람과의 핏을 보면서, 동시에 내가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 확인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에 임했다.

면접 전 승민님과 준비한 시트





CS 담당자 면접


직무에 관련된 판단은 운영팀 리더이신 승민님께서 맡아주셨고, 나는 직무보단 우리 회사와의 컬쳐 핏을 위주로 보려고 했다. 내 머릿속으로 이 분이 우리 회사에 있을 때 어떤 그림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지원자 분이 우리 사무실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일하시는 모습을 혼자 추측하며 상상했다. 어느 자리에 앉으셔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으실 모습까지. 내가 알고 있는 우리 회사의 분위기에 지원자 분을 대입해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시는지, 아니면 조금 다른 느낌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회사와 다른 느낌이라고 해서 우리 회사에 맞지 않는 분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면접에 임하면서 첫 번째로 느낀 점은, 가까운 미래에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것.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를 판단해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면접의 특성상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 포지션의 전문가가 되었을 때 지원자 분이 하시는 말씀들을 토대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같은 CS라고 해도 지원자 분이 경험하셨던 CS가 우리 회사에 필요한 CS의 영역인지, 우리 회사에 계심으로 인해 성장의 곡선을 그리실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승민님께서 하시는 것을 보면서 새삼 전문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느낌이 곧 확신이 되기엔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 이건 경험치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당연한 일인 것 같긴 한데, 지금은 “뭔가 이러이러하실 것 같아요”라고밖에 판단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지원자 분에 대한 느낌의 결론은 승민님과 크게 다르지 않긴 했지만, 그 느낌에 대한 근거가 내 입장에선 불충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앞으로 또 생긴다면, 자주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곧 경험치를 쌓는 길이기도 하니까.


파트타이머 면접

파트타임 면접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자리였다. 일단 이 분들이 하실 업무가 내가 해왔던 업무와 동일했고, 회사와의 컬쳐 핏을 정직원만큼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포지션이었다. 면접 시간 자체도 짧았고 우리가 확인해야 할 사항들 위주로 질문을 드려서, 판단하기에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중점적으로 본 부분은 지원자 분이 면접에 임하는 자세, 책임감, 의지 영역이었던 것 같다. 정직원 면접보다 부담이 덜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면접 분위기도 무겁지 않았고, 질문을 하는 나도 질문이 편하게 나가서 재밌었다. 같이 면접을 본 규한님과도 생각이 일치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때 채용되신 분들은 벌써 출근을 며칠 하셨고, 내가 온보딩을 나름대로 도와드리고 있다.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어느 조직에서나 사람은 항상 너무나 중요하다. 요즘 들어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그 힘에 대해 더 깊이 느끼고 있다. 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그에 걸맞은 사람들을 모으는 일은 정말 어렵고 신중한 일이다. 더군다나 각 구성원의 포지션이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한 명 한 명 모시는 일이 더욱 쉽지 않은 일. 새로운 사람과 회사와의 핏을 보는 일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추상적인 일이기도 해서, 이 추상적인 영역을 더 냉철하고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르고 싶어졌다. 이 부분은 직무처럼 단순히 배워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아 내 나름대로 다양하게 고민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시국도 시국이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의 바운더리가 요즘 굉장히 한정적인데, 면접을 통해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새롭고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노쇼도 많아서,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느꼈다(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동시에 기존에 있었던 공동체를 더 깊이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는 사람으로서, 회사의 성장에 대한 새로움 속에 기존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가져가고픈 마음도 크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마음으로 되는 일도 아니고 나 혼자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긴 하지만, 여태껏 많은 분들이 함께 잘 그려간 회사의 그림에 새로운 분들이 예쁜 색채를 더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께 노력해야 그 그림이 더 다채로워질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06. 첫째 회고: 지난 두 달간 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