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느끼는 것들
2019년 8월, 2명으로 시작한 페이히어는 어느덧 60명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10번째 팀원으로 합류했던 나는 10명의 페이히어, 30명의 페이히어를 거쳐 이제 60명의 페이히어를 바라보고 있다.
People&Culture 담당자로서 새로 입사하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면접에 들어갈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데, 그때마다 감사하게도 내 브런치를 잘 읽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내가 써 내려간 회사에서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자료로 여겨진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글을 자주 쓰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채찍질하게 되기도 한다 (ㅎㅎ).
독자 분들께서 공통적으로 해주셨던 말씀이, 내 글을 통해 회사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전에 글을 쓸 때의 회사와 지금의 회사는 참 많이 달라져서, 이전의 글만 보시고 회사의 문화를 판단하기에는 조금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물론 전체적인 기조는 비슷하지만).
60명의 페이히어가 되었고(파트타임으로 도와주고 계신 분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원은 약 80명 정도 된다), 올해 말에는 150~200명 규모를 바라보면서 페이히어의 과거와 현재를 나누고 싶다.
10명의 페이히어는,
내가 딱 10번째 팀원으로 페이히어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페이히어는 참 아기자기했다. 나 이외에 아홉 분만 계셨기 때문에, 어떤 분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기억하기에도 쉬웠고, 회사의 모든 분들과 한 번씩 대화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무언가 다 같이 하는 일도 쉽게 할 수 있었다. 다 같이 점심을 먹는다던가, 누군가 맛있는 음식을 사 오셨을 때 다 같이 나눠 먹는다던가, 데일리 미팅을 한다던가 등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렵지 않았다.
그때 당시에는 회의실이 2개였는데, 두 회의실이 모두 꽉 찼을 때가 많지 않았다. 회의의 수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굳이 회의실을 쓰지 않더라도 각자 자리에서 논의가 가능해서 회의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크게 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운영팀 소속으로 가맹 업무를 했었는데, 업무를 할 당시에 혼자서 일을 처리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동시에 콘텐츠 발행 업무도 아주 간간히 하고, 경쟁사 분석 자료를 만드는 일도 했었다. 돌아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너무 다른 일들이라 감회가 정말 새롭다.
그때의 페이히어는 조직 구조도 지금보다 명확성이 떨어졌다. 그것도 그럴 것이, 팀으로 불리기에 어려울 만큼 한 분이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지금만큼 분업화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체계의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회사의 여러 요소들을 하나씩 빌딩하는 시기였다.
그에 반해 우리가 지금 규모에서도 유지하고 있는 신뢰와 공유라는 문화는 이미 이전부터 쌓아 올려졌다. 자율 출퇴근, 자율 휴가제, 옆에 있는 동료가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해주실 것이라는 믿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업무에 차질이 없게 각 개인의 상황을 공유해주는 문화, 본인의 업무를 공유하는 문화 등은 이 때도 잘 자리 잡혀 있었다.
이 때도 변함없이 외쳤던 건 성장이었다. 가맹점 1,000개 유치라는 목표를 세우고 달렸고, 결국 2020년 말 1,000개의 목표를 달성하고 2021년을 맞이했다. 이때 내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피플 앤 컬쳐 포지션은 없었다.
30명의 페이히어는,
올해 10월 경에 30번째 동료가 합류했다. 10개월 간 매월 약 2명씩 합류한 셈인데, 10개월 간 회사가 점점 하나의 팀으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먼저 동료들이 늘어나면서 사무실을 확장하게 되었다. 두 개의 회의실만으로는 도저히 회의를 진행할 수 없었고, 늘어나는 면접과 미팅으로 확장이 불가피했다.
현재 사무실로 이전한 지 약 6개월 만에 확장 공사를 진행했고, 한 층만 쓰던 건물을 두 층으로, 2개의 회의실은 5개의 회의실로 늘어났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가 있으면 변화와 성장을 더욱 체감하듯이,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동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성장을 체감하는 요소 중 하나는 동료 수의 변화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면접이라는 이벤트가 우리 회사에게 꽤 새로운 이벤트 중 하나였는데, 10월을 기준으로 매일 하루에 2-3건 꼴로 면접을 진행하게 되면서 수많은 분들이 우리 회사를 거쳐 가시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신 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좋은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 역시 늘어났다.
조직 구조는 꽤 명확해졌다. 가장 크게 프로덕트 팀, 운영 팀, 비즈니스 팀, staff 팀으로 나누어졌고, 프로덕트 팀 안에 기획, 개발, 디자인의 인력이, 운영 팀 안에 CS와 서비스 운영의 인력이, 비즈니스 팀 안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PR, 사업개발의 인력이, staff 팀 안에는 경영지원, 기업 운영, 그리고 내가 속한 people&culture의 인력으로 구성되었다. (현재 비즈니스팀과 마케팅팀은 분리되었다.)
조직 구조가 명확해지면서 전사적으로 주간 회의, 각 팀별 주간 회의로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주간 회의는 각 팀별 리더 혹은 PM 분들을 주축으로 진행되었고, 각 팀별로도 인원이 늘어나면서 팀원들의 sync를 맞추는 주간 회의를 다양하게 진행하였다. 내가 속한 staff 팀에서도 8월부터 staff 위클리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가 전사적으로 많아지면 다양한 팀 내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다른 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논의를 하는지는 대체적으로 알기 쉽지가 않다. 각 팀마다 회의록을 작성하기는 하지만, 자료가 모두 파편화되어 있다 보니 다른 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 우리가 계속 가져가고자 하는 ‘공유’의 문화를 좀 더 잘 만들기 위해, 슬랙 채널에 회의록을 공유하는 #record 채널을 생성하였다. 해당 채널에서는 회의록만 공유함으로써, 다른 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갈 수 있었다. 회의록을 공유하는 문화 덕분에, 우리 회사에서 일어나는 여러 논의들을 그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의록만 봐도 우리 회사가 어떤 타 업체와 논의를 하고 있는지, 각 팀별 상황은 어떤지 등을 때론 거시적으로, 때론 미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30명 규모의 조직이 큰 규모의 조직은 아니지만, 10명 규모와 비교해보면 느낌이 꽤 달라지기 시작한다. 오밀조밀한 분위기는 서서히 줄어들고, 어엿한 회사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한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체계화도 한몫하는 것 같고, 동료 수의 변화, 늘어나는 유저들에 대한 책임감, 좀 더 커지는 목표와 비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30명이 되기까지 P&C 의 영역에서는 제로부터 시작했다. 새로운 동료를 모시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를 만들었고, 우리를 알릴 수 있는 페이지도 구축했다. 새로운 동료 분의 적응을 돕기 위해 온보딩 프로세스도 만들었고, 회사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이드들을 구축하기도 했다. 면접이나 새로운 분을 모셔오는 방식, 휴가,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60명의 페이히어는,
준기님께서 하셨던 말씀 중에, 우리는 이제 하나의 스포츠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이라는 책에서도 설명하듯이, 회사라는 조직은 성과를 위해 가족 같이 화목한 팀이 아니라 하나의 스포츠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성과를 만드는 선수들이 모여 같은 방향성을 바라보는 조직일 것이다. 우리가 하나의 스포츠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30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가 최고의 스포츠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었다면, 60명 규모로 성장한 지금은 어느 정도의 구색이 갖춰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성형은 아니다. 아마 계속해서 진행형의 상태에 있겠지만, 그 진행형의 과정 속에서도 매우 잘 가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서 각 조직마다 새로운 분들을 더 많이 모셔야 하고, 그만한 성과도 계속해서 내야 하는데, 성과의 측면에서나 좋은 분들이 우리 회사를 찾아주시는 부분에서나, 우리가 탁월한 스포츠팀이 되어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꽤 그렇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나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부분들이 더 많지만, 적어도 그 기반이 잘 다져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새로운 분들이 입사하시면 온보딩 기간에 간단한 설문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은 다른 팀의 동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의견들이 간간히 있기는 했었는데, 지금만큼 이런 니즈가 강하지는 않았다. 이런 의견들이 자주 언급되면서 staff팀에서는 랜덤 런치 프로그램을 내부적으로 기획했고, 이를 약 두 달간 1차적으로 실행했다. 동료 분들이 랜덤 런치를 직접 경험하시고, 남겨주시는 후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동료들이 회사라는 공간에서 일 외적으로 어떤 사회적인 커넥션을 즐거워하시고, 기대하신다는 점이었다. 회사에서는 ‘일을 잘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맞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이 만들어가는 공간으로서 사람이 가지는 사회성을 회사 차원에서 터치해줄 때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부분이 피플 앤 컬쳐 포지션에서 좀 더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전사적으로 데일리 미팅, 회고, sync라는 문화를 계속해서 가져가고 있는데, 사람이 늘어나면서 해당 문화에 대한 고민점도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데일리 미팅의 경우, 모든 인원이 한 자리에 모여서 매일 각자의 업무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이것이 현재 규모에서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규모가 커지자 모든 인원에 대한 업무 공유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스쿼드 조직별로, 혹은 팀별로 진행하는 방식을 고려하게 되었다. 현재 각 팀별로 쪼개져서 진행을 하고 있는데 효율성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아졌다. 매일 잠깐의 시간이라도 다 같이 모일 시간이 없어졌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sync의 경우,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좀 더 알찬 우리의 문화가 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준기님께서 회사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략, 방향성을 나누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그것에서 나아가 각 팀별 리드 분들께서도 전달 대비 성과를 공유해주시는 자리까지 확장되었다. 그리고 준기님의 Q&A 세션까지 추가적으로 운영하면서 동료들이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여쭤볼 수 있게 되었고, 씽크라는 자리가 굉장히 다채로워졌다.
규모가 커지면서 P&C 포지션에서도 나와 함께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이 필요해졌다. 작년 말에 포지션을 열어서 좋은 분을 모시게 되었고, 올해 초부터 나와 함께 멋진 시너지를 내며 일을 해주시고 있다. 기존에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채용 프로세스, 온보딩 등의 업무를 분담하여 드렸고, 나는 피드백 시스템 설계나 OKR, 내부 1on1 진행 등 그동안 후순위로 밀려왔던 문화적인 부분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의 성장에 따라 문화의 측면에서 필요한 일들이 점점 많아짐을 느낀다. 다행히 나와 함께할 동료 분이 생겨서, 조금 더 단단하고 하나 된 문화를 셋업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회사가 10명, 30명, 60명으로 커져 가면서 고민하게 되는 요소도 달라지고, 회사의 모습도 달라짐을 느낀다. 초기에는 없던 체계를 빌딩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체계를 더 섬세하게 다듬는다던지, 규모에 필요한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한다던지 등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더 다양한 의견들도 생기고 있다. 신규 입사자 분들과 함께 순차적으로 1on1을 진행하고 있는데, 같은 회사에 있더라도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 다르다는 걸 느낀다. 모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되, 우리의 문화를 얼라인하고 하나의 방향성을 어떻게 바라보게 할지는 늘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회사는 늘 새롭다. 인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그 안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어려우면서도,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도 한다. 회사가 100명쯤 되면 또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한데, 그 모습을 잠깐 상상해보면 새삼 또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