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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GDI 잉디 Jul 02. 2022

2022년 상반기 회고

대학생에서 이젠 어엿한 직장인으로, 지난 6개월의 이야기

눈 깜짝할 새에 7월이 되어 버렸다. 한 달 전에 6월에 진입했을 때도 시간 흐름의 속도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도 한 달이 또 흘렀다. 일정한 속도로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빨라져서 그런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의 속도는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상반기는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순간 속에서 싱숭생숭함도 느끼고, 새로움도 느끼고, 아쉬움도 느꼈다. 언젠가 나 스스로가 뿌듯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비가 주륵주륵 내렸던 6월의 마지막 주도 지나가고, 강한 햇빛과 함께 맞이했던 7월 하반기를 시작하면서 지난 반년의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졸업

약 5년 간의 대학교 생활을 마치고, 올해 2월 드디어 졸업을 했다.  4학년부터는 코로나가 있었을 시기라,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 학기부터는 전면 대면 수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다시 정상화된 대학교의 모습을 보면 어떤 마음이 또 들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나 보면 대학교 생활을 꽤 열심히 한 편이었다. 학교 공부에도 최선을 다했고, 교내외 활동들도 공백 기간이 없었을 만큼 열심히 했다. 주변 친구들보다 학교를 조금 늦게 들어간 편이라, 처음에는 그 조급함이 나를 더 열심히 살게 만들어주었는데, 점점 지나고 보니 그냥 그렇게 사는 게 나에게 잘 맞았다. 어떤 경험이 좋든, 그렇지 않든 무언가는 얻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때의 다양한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내 인생에서 다양한 인연들이 지나갔고, 그 인연들이 모여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했다. 회사에서도 있다 보면 지금 계신 동료와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동료와 아는 사이인 경우도 있고, 내가 이전에 하려고 했던 활동을 누군가가 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좋은 대화 주제가 되기도 하고, 동료 간에 조금 더 빠르게 가까워지는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참 좋았다.


나에게 학교는 스스로 더 멋지고, 치열하게 살 수 있게 도와준 곳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동기들, 다양한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성적이나 팀플의 좋은 결과물이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학생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는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루트로 세상을 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 대기업, 전문직, 누구나 알만한 곳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꽤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루트로 인생을 사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고, 뭐가 더 좋고 나쁜 건 없다. 다만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다수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고, 학교에서의 경험을 통해 현재 삶의 기반을 다졌다.


물론 학교 생활이 항상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가끔씩 그리워질 것 같다. 개강과 종강이라는 말이 어색한 걸 보면 이미 회사 생활에 너무 적응한 것 같기도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대학 생활은 오랜 시간 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내 방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아이. 선영님 고마워요!




실무와 고민의 교차

지난 상반기 동안 무엇을 했나? 하고 내가 매일 정리하고 있는 메모장을 쭉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같은 포지션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선영님을 모셨고, 지금 나와 좋은 시너지를 내주고 계신다.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합을 맞췄고, 그 덕분에 내가 그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같이 해나갈 수 있었다.

상반기에도 많은 동료 분들을 모셨고, 지금도 회사에 잘 적응하시며 함께 해주시고 있다. 물론 동시에 최종적으로 인연이 닿지 못한 분들도 있었다. 많은 분들께서 회사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만큼, 그 과정에서 아쉬운 결과가 생기는 일도 전에 비해 많아졌다.


올해 합류하신 신규 입사자 분들과는 꾸준히 원온원 미팅을 진행하고 있고,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여 서로의 동료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도 만들었다. 회사에서의 행동 가이드가 될 코어 밸류도 만들어졌고, 회사의 규모에 따라 필요해진 체계도 하나씩 세팅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같은 포지션에 계신 타사의 분들을 만나 뵐 기회를 만들어서 직접 만나 뵙기도 했다. 확실히 같은 포지션에 계시다 보니 이야기할 주제도 많았고, 우리 회사와는 또 다른 분위기와 문화에 신기하기도 했다. 문화라는 건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고, 회사에 따라 각자의 스타일대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상반기 중반까지는 선영님 합류와 함께 그간 하지 못했던 실무를 많이 했다면, 상반기 후반에는 고민을 많이 시작했다. 5월에는 전사 제주도 플레이샵이, 6월에는 이사 일정이 있어서 어떤 새로운 실무를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다.


우리가 지금 일하는 방식이 맞을까?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가야 할까?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 우리는 어떤 팀이 되고 싶을까? 우리는 어떤 문화를 방향성 삼아 페이히어라는 회사를 만들어갈까? 에 대한 고민들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내부적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성 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P&C 내부적으로는 2명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방향성과 일정을 두고 일을 한다기보다 그때마다 해야 하는 일들만 수행하기에 바빴다. 어떤 일에 대한 진행 여부도 원활하게 트래킹 되지 않았다. 현재는 2명이지만 앞으로 P&C 팀도 규모가 점점 커질 텐데, 팀원 간에 일하는 방식에 얼라인이 필요함을 느꼈다. 특히 우리는 프로덕트 팀처럼 정해진 런칭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을 관리함에 있어서도 조급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전반적으로 늘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로 내부적으로 2주 단위로 플래닝 회의를 하고, 일정의 우선순위를 관리하기로 논의를 해보았는데, 몇 번 테스트를 돌려봐야 할 것 같다.


사실 우선순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내부적인 방향성이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었고, 장기적이진 못하더라도 중단기적인 방향성도 제대로 못 잡는 느낌이 들어서 혼자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다. 좀 더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고민을 더 해봐야겠지만, 팀의 방향성이 갈피를 못 잡지 않도록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많이 얘기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우리 회사는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문화적으로 어떤 지향점이 있는지를 이번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고민해보고 싶다.




Staff라는 역할

상반기 동안 회사에서 꽤 컸던 내부 프로젝트를 꼽아보면, 전사 제주도 플레이샵과 사무실 이사였다. 제주도 플레이샵은 내가 속한 staff 팀에서 전적으로 진행을 했고, 사무실 이사에서는 필요한 영역에서 서포트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제주도 플레이샵 준비와 진행의 모든 과정에서 쉬운 부분은 없었다.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많은 인원이 간 적은 처음이라서, 부담이 적지 않게 갔던 프로젝트였다. 우리 회사의 많은 분들이 외부 고객의 만족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만큼, 나를 포함한 스탭 분들은 내부에 계신 동료 분들의 만족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동료들에게 제주도에서의 시간이 즐겁기를 바랐다.


돌이켜보면 예전부터 난 스탭 일을 참 많이 해왔다. 예전에 학생 때 반장 같은 역할들을 자주 한 편이었는데, 어떤 자리 욕심이 있어 그 역할을 했다기보다, 반장이기 때문에 하게 되었던 일들 (예를 들면 학교 행사 준비를 돕는다거나, 반 행사를 나서서 돕는다거나 등) 이 늘 재밌었다. 대학생 때도 행사 스탭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컨퍼런스나 학회의 스탭으로, 페스티벌의 스탭으로, 과 학생회에서도 과 행사의 스탭으로 일을 다양하게 했었다.


이번처럼 내가 행사의 직접적인 기획에 참여하고, 진행해본 적은 없었는데,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느낀 건 스탭의 역할에 내가 그래도 여전히 잘 맞는다는 생각이었다. 기획과 준비의 역할을 맡게 되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기 마련인데, 최대한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과정들이 꽤 재밌었다. 각 타임라인별로 동료들의 행동 시나리오를 촘촘하게 고민하고, 스탭 팀원들과 빈 틈을 채워가는 과정 속에서 내부적인 팀워크도 발휘되는 느낌이었다.


제주도에 있을 때도, 동료들이 조별 시간을 즐기는 동안 올려주시는 여러 사진들을 보며 함께 재밌어하고, 재밌게 즐겨주시는 모습들에 감사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내가 동료들과 직접 조별 활동을 하면서 즐기는 것보다, 그렇게 하실 수 있게 만들어드리는 게 나에게 더 맞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탭 팀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스탭 팀이라는 것 자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 하기보다 서포트하는 사람들로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이것이 이젠 회의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전사를 대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젠 가끔 부담스러워질 때도 있다.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전사의 동료들에게 모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하나를 말하더라도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하고, 더 치밀하게 생각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제주도 플레이샵에서의 마지막 날. 정신없는 와중에도 제주도는 늘 예쁘다 :)




얼마 전 회사가 강남역으로 이사를 했다. 삼성역 라이프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는 강남역 라이프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강남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사무실 인테리어나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는데, 좋은 것보다 뭔가 부담이 더 많이 되는 것 같은 나 자신을 보면서 좀 놀라고 있다. 좋은 사무실, 예쁜 인테리어의 환경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이런 환경을 늘 선망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인데, 막상 내가 이런 좋은 환경에 있다 보니 (물론 좋지만) 부담이 생각보다 많이 된다.

삼성역 사무실에서의 마지막 날. 내 자리가 가끔은 그리울 것 같다.

사무실 크기가 커지면서 회사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 눈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이젠 정말 회사가 회사다워지고 있고, 그에 따라 만들어가야 하는 문화, 체계, 그리고 P&C 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공간이 주는 자극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런 자극이 크게 올 줄이야. 공간의 변화만큼 내가 생각하는 범위도 커져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 안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뉴오피스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날 것이고, 그에 따른 성장통은 또 있을 것이다.

뉴오피스 미리 보기: 뉴오피스는 야경 뷰가 예쁘다 �

바쁘게 달려왔던 지난 상반기도 잘 보내주고, 다가온 하반기를 기쁘게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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