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히어와의 지난 2년
링크드인에서 나의 입사 2주년 소식을 1촌인 분들께 알려줬나 보다. 실제 입사일보다 2주일 정도 링크드인이 먼저 알려주면서 주변 동료들이나 다른 회사 분들도 입사 2주년을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느새 벌써 2년이 흘렀나 보다.
어쩌다 보니 People&Culture의 첫 번째 구성원이 되었고, 이제는 P&C 팀도 4명이 되었다. 돌아보면 2년 동안 새로운 일들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일들이 나에게 새로운 일이었다. 새로운 일을 하고, 그게 익숙해지고의 반복이었다.
얼마 전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인턴’을 오랜만에 봤다. 영화의 주인공인 70대 노인 벤 휘태커 (로버트 드 니로)가 줄스 오스틴 (앤 해서웨이)가 CEO로 있는 회사의 시니어(고령)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영화를 그래도 세 번 이상은 본 것 같은데 그날은 왠지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뭔가 싱숭생숭했다.
매일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면 가끔은 그 동력을 잃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목표와 방향성을 잡다가도 흔들릴 때도 있고, 그저 회사의 부품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가끔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언제나 365일 동기 부여되어 있는 상태가 되어 있기는 어렵다고 본다. 나 역시도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생산적인 사고를 못할 때도 많다.
영화 ‘인턴’의 벤을 보면서, 그냥 누군가는 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레어하고,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사실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일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익숙해져 버리지는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벤은 70대라는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벤이 가졌던 일에 대한 마음, 일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왠지 나를 찡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솔직히 2년이라는 시간이 이것보다 더 오래 일해온 수많은 분들에 비하면 정말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일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마음이 나에게 조금씩 덜 보이는 것 같아,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어떤 설렘보다는 책임감의 모습이 훨씬 많이 보이고 있지 않을까?
스타트업에서의 2년이어서 그런가, 회사에 2년 정도 다녔다고 말씀드리면 놀라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인가? 싶다가도,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병아리 같기도 하고 그렇다.
페이히어가 2019년에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2년이라는 시간이 꽤 긴 편인 것 같긴 하다. 그동안 회사의 히스토리를 꽤 많이 보고 배워서, 회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고, 페이히어뿐 아니라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 스타트업이라는 업계에 대해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회사 생활은 참 즐거웠다. 물론 어려운 순간도, 쉽지 않은 순간도 많았지만 그런 순간보다는 즐거운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 나와 잘 맞는 일을 몰입해서 할 수 있는 것, 회사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직접 체감하는 것 등 다양한 순간들을 회사와 함께 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의 초기부터 함께하며 그 과정을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동료와 인연을 만나고, 더 잘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변함없이 느낀 건, 회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당연한 말인가 싶지만,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이고, 같은 일을 바라보는 관점도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을 가면 갈수록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 일을 하는 나로서는 규모가 커지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많아질수록 어려운 과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도 든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 페이히어에서 지나간 수많은 시간들은 내 기억 속에 아직까지 꽤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처음 페이히어에서 면접을 본 날, 첫 출근 날, 출근하기 싫었던 이틀 차, 레전드와 떡상 회의실, 사무실 확장, P&C 포지션을 슬랙 프로필 명에 처음 달았던 순간, 리프레시 휴가, 이사를 위한 사무실 투어, 제주도 플레이샵, 대망의 이삿날 등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많았다. 어느 한순간이 딱 기억에 남는다!라고 하는 순간이 있다기보다, 크고 작은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돌아보면, 처음 페이히어에서 면접을 본 날이 가장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계신 리더 3분과 면접을 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꽤 빡센 면접이었던 셈이다ㅎㅎ)
2년 동안 뭘 했나, 싶지만 돌아보면 남겨져 있는 일들은 꽤 많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P&C 의 첫 세팅부터 시작해 왔고, 그 사이에 많은 동료들이 합류하면서 초반에는 없었던 각종 가이드, 체계들도 많이 생겼다.
그동안 생각해왔고,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건 이 일과 내가 그래도 꽤 잘 맞는다는 점이다(아직까진 그렇다ㅎㅎ).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초반에는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어렵다는 생각을 훨씬 많이 한다. 그리고 내가 처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진 이유였던 ‘조직문화’ 영역은 알고 보니 P&C 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였다. 추상적이고 정답이 없는 영역인 만큼 더 그렇다. 얼마 전에 조직문화 스터디에 합류해서 각 회사의 인사 담당자분들을 만나 뵙고 있는데, 각 회사마다 처한 상황이나 모인 사람들도 다르고, 지향점도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정답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스터디, 링크드인, 책 등을 보다 보면 아직 내가 모르고 못하는 영역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낀다.(당연한 이야기) 사실 인사라는 건 어떻게 보면 같거나 비슷한 베이스 위에서 (예를 들으면 법의 관점일 수도 있고, 사람의 심리 관점일 수도 있고 등) 회사마다 어떻게 풀어가냐의 차이인 것 같은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가든, 그에 대한 장단은 꼭 있는 것 같고, 인사에 완벽함이란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완벽함이 있겠냐마는 말이다)
최근에 인사 일을 나보다 오래 하신 분들을 만나 뵐 기회를 만들어 꾸준히 만남을 가졌었다. 다양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분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모두가 각 회사의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슈와 문제들을 풀어가고 있었다. 다른 상황 속에서도, ‘사람’ 이 모여 있는 건 똑같다 보니 비슷한 이슈와 고민들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 운영해온 회사지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이제 하고 있는 회사가 있기도 했고, 더 복잡한 문제를 풀고 있는 회사도 있었다. 내가 늘 고민이었던 건, 어떤 문제를 풀 때 우리만의 독창적인 해결책, 다른 곳에는 없었던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스타트업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에 대한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어떤 회사도 엄청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보고, 그것을 그들의 회사에 맞게 적절히 가공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다양한 만남들 이후로 창의와 혁신에 대한 고민은 조금 줄었다. 그것이 문제 해결 방식이든, 문화의 정립이든, 우리만의 방식과 방향성에 따라 그에 맞게 만들어간다면, 그것이 우리만의 색깔이고 창의이지 않을까. (혁신은 좀 거창한 것 같다ㅎㅎ)
어엿한 직장인이 된 지도 2년이 됐다. 주변 친구들은 아직도 2년밖에 안됐냐고, 한 5-6년은 된 것 같다고 얘기해준다. 돌아보면 나는 나 자신이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크게 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나를 ‘직장인’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생각한다기보다, 회사라는 곳에 가서 일을 한다라는 관점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도 한몫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의 업무 리듬 안에서 일, 일정, 식사 시간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다 보니 일 이외의 것들에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된다. 그냥 일만 잘, 열심히 하면 된다.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니, 나중에 내가 다른 회사의 경험을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든다. 물론 다른 환경에 가면 그 환경에 따라 적응해서 살겠지만, 자율적인 업무 방식과 스타일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은 늘 해왔던 것 같다.
아직 직장인으로서의 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꽤 있었다. 예를 들어 경조사 상황이 생겼을 때, 보고 들은 경험이 이 회사 와서 처음이다 보니, 보통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회사에 알리고, 방문하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 서툴렀다.
나라는 사람은 2년 동안 어느 정도 변화했을까. 돌아보면 지난 2년은 내 인생에서 꽤 많이 바뀐 시기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그렇게 변화에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내 성향이나 성격도 지난 세월 동안 꽤 비슷하게 유지해 왔었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일도 하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되는 점들이 있었다.
1. 포지션 특성상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점 (-> 그 전에는 한쪽 의견만 듣고 판단해버리려는 경향이 있었음)
2. 내가 말하고 싶은 의견이나 생각에 대해서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하려고 하는 점 (-> 그 전에는 나의 이야기를 숨긴 적이 많았음)
3. 책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는 점 (-> 그 전에는 책을 찾아서 읽은 적이 거의 없음. 1년에 1-2권 읽을까 말까 했던 수준)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는 성향은 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꾸준함인 것 같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대학생이었던 기간 동안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했다. 대학생일 때도 그럴 수 있었던 건 입시 기간 동안의 습관이 이어진 것 같고, 직장인일 때도 그럴 수 있었던 건 대학생 때의 습관이 이어진 것 같다. 다행히 나의 이런 성향이 회사와도 잘 맞아서, 조금 더 내가 원하는 만큼 몰입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왜 저렇게 오래 일해?’라는 시선을 가지는 회사, 오랜 시간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 오히려 튀는 분위기의 회사였다면, 나의 성장 욕구가 유지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 단순히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일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때도 많다.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래 앉아만 있을 때도 있는데, 이런 순간들을 줄이기 위해서 업무의 재배치를 한다던가, 생각을 ‘잘’ 하기 위한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아직 스스로 체화되기에는 멀었고, 꾸준히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2년은 정말 빨리 갔다. 다음 1년은 더 갈 것 같은 느낌이다. 페이히어에서의 2년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었다. 나의 경험치, 능력치, 새로운 인연과 기회 등을 다양하게 채울 수 있는 회사였다. 그 안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좋은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고, 힘든 것도 있고, 싫은 것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내년, 나의 앞으로를 또 다른 기회와 이야기로 이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정말 다양한 역동성이 있는 회사였고, 앞으로도 더 그럴 것이기에 오히려 더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