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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u Sep 02. 2019

회복되기 힘든 무기력감

날이 제법 선선해졌다. 절기에 맞춰 그 무덥던 날씨가 하루 아침에 싹 변하는 것도 참 신기하다. 

나는 땀이 많은 편이라서 여름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미 출퇴근 길에 지쳐서 실내로 들어오면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급하게 식히니 상태가 좋을리 없다. 문제는 여름이 가고 날이 선선해져도 회복되지 않는 무기력감이다. 이건 더위로 인한 지친 상태라기 보다는 일상에서 피로함의 누적이다. 


일상의 피로함이란 뭐라 단정지을 수 없는 다양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물리적인 지침(tired) 보다는 정신적 피로감(stress)의 비중이 더 높다 할 수 있다. 이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신선한 활력이나 새로운 동력을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검도에서도 승단 심사에 또 실패해서 그런지 말 그대로 '아홉수'의 늪에 갖힌 기분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오로지 내가 문제이고 나만이 이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어떤 상황이 발생해서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 해야하는 문제라면 무슨 생각이든 행동이든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마음, 그냥 공허하고 홀로 남겨진 듯 한 이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동기가 없다. 마냥 긍정적인 생각을 곱씹는다고 해서 생활에 활력이 불어 넣어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매일 내 모든 것의 시작인 집과 가족들 그리고 출근하고 있는 내 일터까지 하루의 루틴에서 재미와 보람을 조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일하면서 재미와 보람을 기대하는 것이 그렇게 사치스러운 일일까? 내가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계에 다가설 수 있을까. 무기력함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 마저 하기 싫게 만든다. 좋아하는 책을 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고 좋아하는 지인들과 와인 한잔 고 싶은 일도 귀찮게 되고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자전거 타기도 힘들다는 변명으로 피하게 된다. 무기력은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은 마음과는 많이 다른 상태이다. 모든 것의 시작을 막아 버리는 강력한 부정적 에너지라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것도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내 스스로 키워 온 누적된 감정으로 자신만이 유일하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마흔을 앞둔 '아홉수'의 늪, 어쩌면 '아홉수'라는 프레임도 내가 설정해서 스스로 갖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흔을 앞둔 초가을 공기를 맡으면서 마흔의 내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 기분이 두려움이나 절박한 심정이라면 뭔가 긴장과 각오라도 세워졌을까? 어쩌면 누구나 한번 찾아오는 권택태기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뭔가 마음이 두근거림을 줄 수 있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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