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부터 시작할까?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고민했어. 이제까지 내가 너를 무엇으로 불러본 적이 없더라고.
적당한 호칭 없이 부르기 좋을 만큼 편한 사이인 걸까. 어쩌면 부르기조차 어색한 사이인 걸까.
그래도 편지란 걸 쓰기에는 부르기 좋은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나만이 부를 수 있는 애칭이라고 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알파벳을 붙인다거나, 뜻 좋은 단어로 굳이 거창한 구색을 갖추고 싶지는 않아.
너는 그런 구색 없이도 군더더기 없이 멋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조금 유치하지만 이름 사랑점을 생각했어.
이름 사랑점이라고 알지? 내 이름과 상대방의 이름의 획수를 사.랑.해로 점을 치는 거야. 이름점이 '사랑해'가 나오면 영원히 사랑이 이루어진대. 이 뭣도 아닌 이름점이 너를 부를 이름을 만드는데 번뜩 생각이 나지 뭐야.
너도 몰랐지? 나한테 이렇게 유치한 면이 있다는 거.
아주 유치하게 내 이름과 너를 부를 이름의 이름점이 사랑해가 나오는 이름을 짓기로 했어.
그리고 이왕 유치할 거 유치의 절정을 달려보자는 마음으로 너를 '한'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왜, 예전에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 남자 주인공들의 이름에는 꼭 'ㅎ'이 들어가잖아. 혁이라든가 현이라든가.
너는 나에게 있어서 주인공이니까. 이 많고 많은 애정을 담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유치하다고 놀려도 좋아.
그치만 너는 아마 조금 놀라다가 슬쩍 웃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겠지.
있지. 그 손길 사이사이에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묻어났으면 좋겠어.
한아.
네가 날 잊지 않게 꽤 자주 편지를 쓸게. 네가 무너지지 않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