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응원해.
응원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다.
"나는 너를 응원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있었던가? 응원하는 마음은 가져봤어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스포츠 경기 때나 선거철에나 드문드문 들었으니 망정이지 그 마저도 아니었다면 이토록 쉬운 단어가 뜬구름 잡는 단어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는 백이진에게 응원한다는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만 떠들어대던데, 나는 나조차도 제대로 응원해본 적이 없다.
의심병이 도진 것 마냥 내 선택을 끊임없이 의심했고, 내 생각이 틀렸을 경우의 수, 수만 가지를 생각하는 것만 해도 이미 나의 뇌 용량은 초과였다.
그렇다. 나는 단 한 번도 나에 대해 확신을 가진 적이 없었다. 설령 내가 선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게 되었더라도 더 좋은 수는 없었는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삶은 최선이 아니라 잘 고른 차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최선이 있었을 것이라는 과거지향적인 시각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주위의 평가도, 회사에서의 평판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잘하고 있다는 말도, 나에 대한 신뢰와 믿음도 나의 차선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줄 뿐, 실질적으로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내가 깨닫지 않는 한, 주위의 말들은 변죽을 울리듯 스쳐 지나간다. 내 심금을 울리지는 못한다는 소리다.
인생의 매 중요한 순간마다 온갖 신에게 나의 미래를 맡겼음에도, 그 온갖 신에 '나'는 없었다.
스스로 응원하지 않는 내 기도가 그 어떤 신에게도 닿지 않았을 거란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어쩌면 안될 것 같을 때만 신을 찾았던 거 같기도 하고.
나는 억지 텐션이라고는 없는 사람인데, 응원만큼은 억지로라도 해봐야겠다.
응원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도록, 뜬구름이 되어 훨훨 도망가지 않도록,
나는 나를 졸라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