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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라리 Mar 18. 2020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하실래요?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좋다. 정확하게 뜨.거.운 아메리카노다. 맛있는 아메리카노의 온도가 70도라지만 나는 100도의 펄펄 끓는 물을 양껏 들이 부어 흰 연기가 뽀얗게 올라오는 아메리카노가 좋다. 촌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뜨거운 커피가 내 입맛에 맞는 걸 어찌할까. 얼어 죽어도 아이스인 당신이 있다면 더워 죽어도 뜨아를 외치는 나의 존재 또한 인정해주길 바란다.      


한 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 온 몸이 타들어갈 정도의 땡볕 아래가 아니라면 대게의 경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몸이 차가운 편이라서가 아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이가 시려서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입술에 살포시 닿는 컵의 따뜻함이 좋을 뿐이며 입천장이 데이지 않기 위해 후후 두어 번 정도 불어주고 난 후 한 모금 조심스럽게 마시는 그 일련의 과정이 좋은 것뿐이다.      


조심스럽지만 서툴지 않는. 주저하는 듯 하지만 아주 노련한.     


모두가 아아를 마실 때 나는 뜨아를 마신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역시 좋았다. 적어도 이것 하나쯤은 아주 오래오래 그 사람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생각보다 빨리 식는다. 테이크아웃 컵의 반절을 다 마시기도 전에 뜨거움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온도. 언제 불타올랐다가 식을지도 모르는 사랑인 것 마냥 아메리카노는 그렇게 빨리 식었다. 그래서 그 뜨거움을 짧게 유지하는 동안이라도 온전히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피곤한 아침, 나른한 오후, 고요한 새벽 그 언제라도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오늘은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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