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굳찌 Jan 27. 2023

좋아요와 글쓰기

2023 새해 목표 다지기글

유학생 시절, 통장 잔고를 아침 저녁으로 확인하던 때가 있었다. 

딱히 돈이 더 들어올 데가 없는데도 괜시리 들어가본다. 돈이 모자라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확인할 때마다 돈을 내야 했다면 그렇게 자주 들어갈 수는 없었겠다 싶을 만큼 들락날락 거렸다. 


더 솔직히 말하면 빵꾸나지 않았나 걱정이 되서 들락날락 거렸다. 분명히 계산해서 맞춰 넣어 두었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돈이 나가면서 잔액이 모자랄 때가 있었다. 잔액만 모자라면 괜찮은데, 미국 은행은 '바운스 났다'면서 벌금을 가져간다. 내가 사용하던 은행은 한 번 펑크가 나면 35불을 빼갔다. 없는 돈에 그 돈까지 더 내고 나면 정말 속상했다. 세상은 없는 사람한테 더 가혹한 곳이라고 투덜걸리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아침점심저녁으로 잔고 확인을 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신 요즘 들락날락 거리는 곳은 인스타와 브런치다. 어느 님이 오셔서 내 글과 사진에 ‘좋아요’의 은혜를 베푸셨는지, 누가 좋아요를 자주 눌러주시는지 확인하느라…그렇게 자주 간다. 


돈없던 시절 통장잔고 확인하듯 브런치나 인스타를 들락거리며 ‘좋아요’ 수를 확인한다. 자주 확인한다고 통장 잔고가 올라가지 않듯, 자주 들락거린다고 해서 좋아요 수가 올라갈 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글하나 올리고 나면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아직까지 ‘좋아요’가 0으로 펑크난 적(?)은 없지만 늘 내 브런치의 ‘좋아요’는 간당간당한 기분이다. 글을 매일 써서 올리는 것도 아니면서 집착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집착한다. 



글을 매일 써서 올리면 덜 집착하게 될까? 

좋아요 수에 연연하면서 정작 그 수에 연연해 더 열심히 쓰는 일은 잘 안생기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 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그만 연연하게 될까? 

마치 여유있는 잔고를 들여다보는 부자의 마음*으로 내 브런치를 여유있게 들여다 보는 날이 올까? (*부자가 아니라 부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빈도로 잔고를 확인하는지 사실 모름) 


올해 목표는 꾸준한 건강관리와 꾸준한 글 쓰기, 딱 두가지다. 

스스로 글쓰기를 꾸준히 못하고, 꾸준히 운동을 못하기 때문에 세운 목표다. 이 두가지를 성공하면 성공한 올해가 될 것이다. 


처음 글을 올렸는데 빵~ 터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좌절하고, 꾸준히 '좋아요'가 느는 사람들 사례를 보며 나는 그만 쓸란다~하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 무력감은 어쩌면 게으름이 찾아낸 영리한 방패였는지 모른다. 


올해 말에는 꼭 ‘좋아요’ 수가 아니라 ‘내가 쓴 글 수’를 보고 뿌듯해 하는 연말이 됐으면 좋겠다. 


- 2023 새해결심 다지기 글 -

작가의 이전글 꼭 구독해야 할 뉴스레터 탑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