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도서관여행으로 백 배 즐기기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전주도서관 가운데 가장 먼저 소문이 난 곳일 거예요. 시집만으로 이뤄진 도서관은 그 생김이 그림동화에 나올 법한 아담한 집입니다. 너와를 비늘처럼 장식한 외관은 숲과 잘 어울리고요. 도서관이지만 SNS에 핫 플레이스로 먼저 알려졌어요.
우선은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요. 도서관은 맏내호수를 내려다보는 학산 기슭에 있거든요. 호수 둘레로 데크산책로가 나 있었는데 산과 숲의 반영이 수면 위에서 수채화처럼 반짝이죠. 도서관은 경사지에 기대 자리해요. 길가와 접한 ‘ㄱ’자의 두 면은 너른 창이 채워요.
실내는 계단식의자와 다락방으로 나뉘었는데 어느 쪽에서나 조금씩은 호수가 보여요. 덕분에 복층의 공간은 집 그 자체로 아늑하죠. 다락에서 책을 읽으면 인근 유아숲을 향해 가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데 마치 동요 같아요.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나뭇가지를 나열한 듯한 로고 디자인 ‘ㅅㅣㅈㅣㅂ’도 인상 깊어요. 도서관 이름을 표기한 방식마저 시적이죠. 글자 그대로 숲속에 지은 시의 집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모든 사람이 탐내는 도서관일 수밖에요.
전주에는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외에도 잔잔한 책 쉼터로 추천할 만한 도서관이 많아요. 그 가운데 봄날의 도서관으로는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을 꼽아 보고 싶어요.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학산숲속시집도서관과 더불어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의 정원 코스에 속해요.
도서관 건물은 크게 북쪽 은행나무동과 한때는 카페로 쓰였던 남쪽 팽나무동, 50년 가까이 의료원이었던 담쟁이동으로 나뉘어요. 팽나무동은 도서관 남서쪽에 팽나무 고목이 있어서, 담쟁이동은 옛집의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가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죠. 팽나무동과 담쟁이동은 남쪽으로 아담한 정원을 공유하는데 너무 아름다워요. 정원 의자에 앉아 봄날의 공기를 머금고 있으면 잠시나마 내 집의 정원인 양해요.
팽나무동과 담쟁이동은 복층의 형태로, 책을 팔지 않을 뿐 영락없는 북카페에요. 커피나 음료의 반입은 기본이고요. 실내디자인은 옛 건물의 골격을 살렸고 고재나무 책장으로 온기를 더했어요. 의자와 책상, 받침대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 골랐어요. CD와 LP 플레이어가 있어 음악도 들을 수 있고, 담재이동 1층은 전시실이라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답니다.
서학예술마을도서관과 동문헌책도서관, 두 곳 모두 전주국제영화제 일반상영관인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가까운 1~1.5km 거리에 있어요. 그 가운데 동문헌책도서관은 비교적 최근에 개관했어요. 사실 몇몇 신간을 제외하고 도서관에 헌책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요? 헌책과 도서관이라는 모순과 조화가 관심을 끌어요.
실은 동문의 헌책방골목에서 기인해요. 지금도 근처에는 헌책방들이 영업 중이죠. 물론 추가된 의미도 있어요. 동문헌책도서관 간판에는 ‘보물책 찾아 삼만 리’라는 부제가 붙었죠 지난 시절의 옛 책을 보물로 해석하고, 숨은 보석 같은 책들을 찾아내 추천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서가의 구성도 한때는 금서로 지정돼 볼 수 없었던 ‘어제의 금서가 오늘의 고전’, 같은 테마의 다른 책을 짝지은 ‘책짝궁’ 등으로 독특해요. 제일 인기 있는 서가는 대한민국 30여명의 명사가 추천, 기증한 ‘내 인생의 책’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영화배우 전도연, 축구선수 박지성 등의 추천 도서를 볼 수 있어요. 소설가 조정래와 김훈은 육필 추천사를 따로 남겼고요.
책의 보물은 역시 ‘보물섬’(만화잡지 1982~1996)이지,라고 말하는 이들은 지하 1층의 ‘만화야’와 ‘추억책방’을 놓치지 마시길. 옛 만화책과 추억의 잡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일반상영관인 cgv전주고사, 메가박스전주객사에서 1km도 안 되는 가까운 거이예요. 영화도서관이 있는 영화호텔에서는 고작 400m 거리고요. 전주 도서관 가운데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과 더불어 유이하게 ‘여행’이 붙은 도서관이고요.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이 그 이름처럼 전주역과 가까운 여행자의 마중 도서관이라면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시내 중심권에서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도서관이죠. ‘다가’는 도서관이 있는 동네 지명입니다. 원래 옛 다가치안센터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꾸몄어요.
여행자도서관답게 여행에 관한 다양한 책이 매력 있죠. 그리고 공간 그 자체로 여행이 될만한 자리가 많아요. 예를 들면 목욕탕 욕조 형태의 공간이라든가, 아마도 옛 치안센터의 취조실로 쓰였음직한 지하 1층의 자그마한 열람실이라든가요. 특히 지하1층 열람실은 테이블 하나만 놓여 있어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죠. 그래서 연인들에게 인기 있어요.
옥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옥상정원으로 꾸렸는데요. 동네 풍경을 내려다보며 독서하거나 쉬어가기에 알맞죠. 왜 이곳이 여행자를 위한 도서관인지 말해주는 또 하나의 장소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가기 좋은 전주 도서관 best7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이벤트와 연계해 가기 좋은 장소를 기준으로 뽑았습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을 제외하면 모두 영화제 상영관과 멀지 않은 거리고요.
이밖에도 가볼만한 도서관이 많아요. 전주시립꽃심도서관은 전주시 도서관의 본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주 도서관의 변화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고요. 전주시립인후도서관도 들러보세요. 영화제 전시 프로그램 중, ‘초록’을 테마로 한 포스터를 선별한 <그린 라이브러리-그린 포스터 컬렉션>이 6월 13일까지 열립니다.
전주한옥마을을 여행할 때는 한옥마을도서관에 들러 보세요. 연화정도서관과는 다른 느낌의 한옥도서관입니다. 참, 전주에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거 알고 계세요. 서완산동 용머리 여의주마을에 있는 옛이야기도서관입니다. 영화제 틈틈이 한 편의 영화 같은 도서관들을 놓치지 마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