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시작되려나 했던 겨울의 찬 바람이 느닷없이 찾아온 11월 금요일 밤. 이번주 시작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인해 잠실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저의 마음이 설렌건 잔잔하게 들려오는 올해 첫 캐롤도, 크리스마스 마켓도 불금도 아닌 가족과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주식으로 크게 익절하신 엄마가 가족들에게 한 통 쏘겠다고 하시며 소집된 가족 모임이었어요. 저와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미리 예약한 식당에 맞춰 하나둘 모여 엄마와 아빠 남동생, 저와 남편까지 모두 모였습니다. 이렇게 수익율이 높고 실현수익이 매월 높은 사람은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이냐며 가족 모두 엄마에게 박수를 처드렸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미국 주식으로 웬만한 대기업 연봉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참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더욱 멋진 것은 수익 실현을 하자마자 가족들에게 한 턱 쏘신다며 가족 모임을 주최하신 것이었어요. 다 같이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의 투자 이야기도 들으며 맛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사 후에는 루미나리에로 멋지게 장식된 석촌호수를 걸으며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는 시간을 보냈어요.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있는 대화가 너무나도 웃겼어요. 다들 각자 자기 할말만 하는 모습이 마치 개그 프로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와, 월드타워가 꼭 샴페인 같다.', '아빠,아빠! 여기 낮에는 건빵 아저씨가 오리한테 건빵줘요!','여기 루미나리에 불빛이 참 이쁘네.','아빠가 예전에 여기 석촌호수에서 러닝도 하고 그랬어.' 그 모습을 보며 남편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어요.
추운 겨울 뽀오얀 김이 올라오는 갓 지은 호빵처럼 우리를 설레게 하는 커다란 트리. 그 앞에 모여 트리 꼭대기에 올려진 별보다 더 빛나는 미소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 두 손으로 꽉 움켜쥐듯이 연신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 마음이 놓인다 싶을 정도로 사진을 찍은 뒤 바로 앞 월드타워로 향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건물에서의 멋진 야경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30층이 넘는 높이의 월드타워 창문 너머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샤넬 스케이트 장과 크리스마스 마켓을 위에서 내려다 보았어요. 정말 멋진 곳에서 일한다며 엄마, 아빠가 흐믓하게 미소지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겨울을 맞아 쇼핑몰에서 남동생의 겨울 옷 몇 벌을 엄마가 사주셨습니다. 헤어지기 전 포옹을 나누며 오늘 와줘서 고맙다며 서로 인사를 나눴어요. 정말 따뜻하고 행복하고 웃음 가득한 즐거운 11월의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불편했을텐데 웃는 얼굴로 함께 자리를 해준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이었어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어느 때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행복한 오늘입니다.
혹시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분들과 만난지 오래 되셨거나 생각이 나신다면 연말을 맞아 지금 바로 먼저 식사 모임을 제안해 보신다면 생각보다 더 마음 따뜻해지는 시간을 보내게 되실 거 같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경험을 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