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행동이 뭘까? 이렇게 다르다.
토요일 아침 이 시간대엔 처음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내가 제일 먼저 왔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미 진료를 보고 있는 분이 있었고 한 분은 대기 중이었다. 병원 진료 이후에 다른 계획을 바로 잡아뒀기에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조바심 나는 마음이 일었다. 맨날 빡빡하게 계획 세우는 거 이거 정말 완전 성격이다. (TMI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남동생과 여행할 때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이 얘긴 다음에 하기로 하고)
'아 이런 상황은 예상 못 했는데 밀리면 안 되는데...'
진료를 받고 있는 분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자 흘끗 흘끗 계속 시계를 쳐다보게 됐다. 원래 내가 들어가서 진료를 볼 때는 선생님이 꼼꼼히 봐주시면 그게 그렇게 고마운데 바쁜데 다른 분의 진료를 꼼꼼히 봐주시는 것 같으면 괜스레 빨리 끝내셔라 주문을 외게 된다. 이렇듯 내 상황 중심적 사고라니. 어쨌든.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안에 계시던 분이 드디어 진료를 마치고 나왔고 이내 대기하고 있던 분이 진료실로 들어갔다.
'휴' 안도의 쉼을 내쉬면서 시간이 어떻게든 맞춰질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찰나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막 진료를 마친 중년의 여성 분이 문을 열고 나가시는데!
나는 순식간에 일어난, 그 중년 여성이 문을 열고 나가기 바로 그 직전의 상황을 보며 '헉'했다.
진짜 '헉'했다.
그분은 신고 있던 병원용 실내화를 신발장에 휙 휙 던져서 벗어놓으시더니 본인의 신발을 찬찬히 신고 유유히 병원 문을 열고 나갔다. 실내화는 내동댕이 쳐진 채로 신발장 아래칸에 처참하게(내가 보기엔) 덩그러니(역시나 내가 보기에) 들어가 있었다.(사실 더 과격한 표현을 쓰고 싶었지만)
병원 신발장 안에 발차기로 휙휙 내던져진 실내화라니...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띠용'의 순간이었다.
사람은 이렇게 다르다. 정말 다르다.
예전에 공공 화장실에 변기 레버를 발로 눌러 내리는 상황을 목격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 아주머니도 주변에 있던 분이 "아주머니, 지금 남들 다 손으로 내리는 레버를 발로 누르시면 어떻게 해요?"라는 말에 화가 나서 "이게 뭐가 문제예요? 레버가 더러운데 발로 밟는 게 뭐가 문제예요?" 항변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아마 중년의 여성분도 "저기... 실내화는 정돈해 놓고 가셔야죠?"라고 했다면
"뭘 어떻게요?"라고 반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댁이 무슨 상관이에요?"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어머, 죄송해요."라는 상황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휙휙~ 휘리릭에서 이미 편견이 생겨버렸다.
실내화를 어떻게 벗어둬야 한다. 정리정돈은 이렇게 해야 한다.
뭐 이런 것들, 그래. 다 내가 가진 기준이긴 하다.
내가 가진 기준에선 발차기하듯 벗는 실내화는 상상이 잘 안 되지만 그분에겐 그게 왜 문제인가? 하는 상황일까? 집에서 신발을 벗을 때도 저렇게 하고, 저 상태로 두실까?
궁금하다. 확인해 볼걸.
상식이란 뭘까. 생각해 봤다.
사전엔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 및 사리분별'이라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문화인으로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가?
나도 남들이 보면 '아니, 어떻게 저런 행동을?'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있진 않을는지...
괜스레 뜨끔해지고 돌아보게 되는 그런 날이다.
실내화는 내 식대로 정리해서 다시 제자리에 잘 올려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