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조직이다. 그 안에 철옹성 같은 매뉴얼이 담겨있다. 어느 회사든 호칭의 차이는 있지만 직급이 있으며 상하 관계에 놓여있다. CEO가 아닌 이상 상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사의 뜻은 자기보다 벼슬이나 지위가 위인 사람이다. 상사와의 관계가 잘못되어서 퇴사, 이직, 불이익 등의 이슈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회사생활이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상하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3군데의 대기업에 근무하며 상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는지에 대한 많은 유형을 접할 수 있었다. 처세와 처신을 어떻게 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상사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지름길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중 딱 1가지만 꼽으라면 뒷담화이다. 상사가 부족해 보이고 싫다고 해서 뒤에서 비판하고 욕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전 직장에서 상사에 대한 불만을 과감 없이 표현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은 상사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했다. 불렀을 때 대답하지 않는다거나 인사를 교묘히 하지 않는다거나 등 상사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부하직원의 노골적인 언행으로 상사 또한 그 직원에 대해 좋은 평가를 주지 않았다. 부하직원은 상사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기를 바랐지만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사와 그 직원간의 크고 작은 언쟁이 지속되는가운데 어느날 회식자리에서 묵은 감정이 튀어나와 언쟁까지 발생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 직원은 생뚱맞은 부서로 발령이 났다. 그 직원뿐만 아니라 상사와의 관계가 안 좋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적으로 잘 풀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상사를 싫어하면 그 상사 또한 부하직원을 똑같이 싫어하는 건 법칙이다.
상사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뒷담화
거래처 대표와 식사를 했을 때였다. 내 승진 관련 이야기를 꺼낼 만큼 코드도 맞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대기업에서 40대 초반에 부장을 달았고 회 30년가까이 근무를 하고 퇴직하신분이었다.내게 회사생활에 팁을 주면서 본인이 가장 미웠던 부하직원은 자기를 욕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고 했다.상사에 대한 험담은 100% 귀에 들어가니 조심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상사가 부족하거나 싫어도 그런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에게 무조건적인 복종과 아부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먹이사슬이 존재하는 냉혹한 정글 같은 회사에서 굳이 상사를 적으로 돌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와다 이치로 작가는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 에서회사생활을 마라톤에 비유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최후의 승자가 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조언들을 담았다. 읽은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본인의 회사생활의 실패 아닌 실패의 이유 중 하나를 부족한 상사나 싫어하는 상사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다. 부하가 인간으로서 당연히 나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사 또한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결코 인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