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장인조커 Nov 05. 2024

직장인이 벤츠를 사면 생기는 일

맞벌이부부 라이프_대기업 과장과 초등교사 10년차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신입사원 연봉이 눈에 들어왔고, 정장을 입은 모습이 멋져 보였다. 우여곡절 많은 직장생활이었고 10년이 지나서야 자리를 잡은듯한데 여전히 평일보다 주말에 마음이 더 편하다. 특히 숫자가 지배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매월 마감이 존재하다보니 전쟁터에 있는 기분이 자주 들곤한다. 냉혹한 정글과 다를 바 없고 오늘만 있는 곳이지만 매월 하루 기쁜 날이 있다. 바로 급여날이다. 21일 급여날에는 1시간 일찍 업무가 종료되기도 하는데 아침에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면 무언가 기분이 좋다.(스쳐 지나가는 자리더라도..)

 우리 부부는 통장을 따로 관리한다. 와이프가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 사실 잘 모른다. 내가 매월 일정치 않은 금액을 입금하는 식이다. 초등교사 15년 차 실수령액은 대략 300만 원 중후반으로 가늠한다. 내 경우는 세전을 자세히 보질 않다 보니 잘 기억이 나진 않고 실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600만 원이 조금 넘는다.(회사에서 나오는 월세지원금은 제외) 급여에 직책수당이 50만 원이 더해진 금액이며 일반 과장은 500 중반 대라고 보면 되겠다.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키우다 보니 확실히 신혼 때보다는 지출이 많다. 주변 사람들  얘길 들어보면 초등 고학년 나아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배로 지출이 된다고 하지만 미래를 대비해 특별히 재테크에 몰두하진 않는다. 그냥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고살자는 마인드이다. 그렇다고 매월 돈이 빠듯한 것도 여유자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 조금 돈을 쓰는 것을 줄이고 사고 싶은 것도 참아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5년 전 타고 있는 차를 와이프한테 주고(K5 하이브리드) 벤츠 E클래스를 구입했다. 일부현금이었지만 대부분의 금액은 할부였다. 3년으로 약정을 했고 급여를 생각한다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큰 오산이었다. 갚는 기간 동안 팍팍한 삶이었다. 사실 정해진 수순이었다. 적지 않은 고정지출이 깔린 상태에서 두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가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사, 집안행사, 여행 등 이슈에 대한 준비도 미흡했다 보니 대미지가 컸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할부값을 전부 털어냈을 때의 기분이 너무 짜릿했다. 갚는 기간 동안 돈을 모으지 못했고 보유한 차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점은 현실적인 교훈을 가져다주었다. 벤츠를 탄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잘 타고 있고 운전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다. 다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확신하진 못하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