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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Sep 21. 2024

사라지는 것들의 노래 #18

"두려워 말아요 시지프"




  당신은 이기려고만 하고 있었어요


  당신에게 저주를 건 것은

  실은 신들이 아니라 카뮈였죠


  신들이 내린 형벌을

  당신이 이제 자신의 것으로

  자발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은 더는 형벌이 아니라면서


  당신은 그 순간

  당신에게 형벌을 부여한

  저 높은 신들보다도

  한층 더 높은 곳에서

  웃게 되는 것이라면서


  당신은 저주를 끝내

  구원으로 받고야 말았죠


  그래서 당신은 두려워졌답니다


  이기지 못하는 일이

  당신이 이길 수 있는 수단인

  바위가 사라지는 일이


  당신은 온종일 바위만 생각하며

  바위가 없는 현실은 차마

  꿈꿀 수도 없게 된 것이죠


  그렇게 당신을 평생 바위에

  묶어두려 한 신들의 계략은

  성공을 거두고야 만 거예요


  나의 벗, 시지프

  당신은 단 한 번도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지는 일뿐이에요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영원히 이길 수 없게 되는 일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바위가 사라지는 일뿐이에요


  그러나 두려워 말아요, 시지프


  단지 바위가 사라질 뿐이랍니다


  평생동안 당신을 괴롭혀온

  그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것

  단지 그뿐이랍니다


  당신이 자유로울 때,

  당신은 정말로 이기는 것이겠죠


  당신이 이기려 하지 않을 때,

  당신은 정말로 자유롭겠죠


  늘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고

  이기려고만 하는 신들의 세상에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시지프,

  당신은 정말 좋은 나의 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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