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프로드(Psychofraud) #6

"사기가 위험한 것은 자기상실의 전염성에 있다"

by 깨닫는마음씨


photography-360brain-12-805x805.jpg?type=w1600



사이코프로드들의 가족도를 보면 대체로 부모가 블루칼라 계층인 경우가 빈번하다. 아버지는 몸쓰는 노동일에 종사하고, 어머니는 귀족마님을 흉내내는 향단이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이코프로드들은 그러한 자신의 가족을 무식하다고 느끼며 경멸한다. 경멸은 슬쩍 은폐되어 '안쓰럽다.'라는 감정으로 치환된다. 어떻든 자신은 이러한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가족들이 무식하기에 똑똑한 자기가 인정받지 못한다 생각하며, 사이코프로드들은 부모와는 다른 진정한 인텔리 계급으로서의 자기의 입지를 세우려고 한다.


사이코프로드가 자신의 지적 능력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처럼 부모에 대한 반동심리가 내포되어 있다.


그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는 부모의 모습을 성실함이라고 보기보다는 무식해서 고생하는 어리석음으로 본다. 조금만 머리를 잘 쓰면 더 쉽게 돈을 벌 수도 있는데, 저렇게 억척스럽게 일하는 모습이 꼴보기 싫다. 자기가 영리한 조언을 해줘도 부모에게서는 사기칠 생각 말고 성실히 살라는 비난만 돌아온다.


그래서 사이코프로드는 사회적인 성공을 어떻게든 이루려 한다. 사회적 성공을 바탕으로 자기의 부모에게 잘난 척해보려는 것이다. 결국 똑똑한 자기의 말이 맞았고, 자기가 부모에게 승리했다는 증거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성공을 얻는다 해도, 그는 여전히 부모에게는 사기꾼이다.


그가 자신이 터한 뿌리를 부정하고 있는 까닭이다.


자기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사기다.


이것은 카스트제도처럼 하위계급으로 태어났으면 평생 하위계급에 뿌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자기가 속한 곳을 무시하고 조롱하면 안된다는 더욱 단순한 말이다.


그러나 사이코프로드들은 가족에게도 그러한 만큼, 어느 공동체에 소속되어서나 늘 그 공동체를 무시하고 조롱하려는 습성을 갖는다. 자기가 제일 똑똑한 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이 늘 바보여야 한다.


사이코프로드들이 공동체에서 제일 많이 내뱉는 대사는 이러하다.


"그게 될까?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모든 성공의 황금공식은 자기가 다 알고 있기라도 한 양 사이코프로드는 제일 높은 인생마스터처럼 행세하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자기가 전혀 해보지 않은 영역일수록 사이코프로드는 더욱 이런 대사를 남발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자기가 다 알고 있고, 자기가 모르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극도로 오만한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고 사이코프로드들에게 자신들이 당당하게 말하는 것처럼 책임지고 성공하게끔 해보라고 하면, 사이코프로드들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나 공동체의 비겁자들이고 도망자들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똑똑하다는 찬사이지, 똑부러지는 책임이 아니다.


가장 책임으로부터는 도망가되, 오직 똑똑해보이고만 싶어하는 저급한 초딩의 모습이 정확히 사이코프로드의 모습이다.


만성적인 책임회피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코프로드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 회피를 한다.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도망가고 있는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인간은 자신의 실존을 책임지는 만큼 자기 자신이다.


말만 늘어놓고, 이들의 몸은 그 말을 책임지지 못해 도망가기에 분주하다. 이렇게 이들의 실존하는 몸은 늘 도망 속에 있다. 빨리 가까운 동굴이나 엄마의 품속으로 숨어 들어가야만 한다.


이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가는 일에 전력을 다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은 곧 자신의 뿌리로부터 도망치는 일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뿌리가 없다. 그러니 자신이 없다.


자신이 없는 만큼 그 자리를 자기가 만든 화려한 언어로 대체한다. 금딱지를 붙여 그것을 자기라고 선전한다. 그 일을 또한 심리학적 연금술이라고 말한다. 언어로 자기의 존재를 황금처럼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을 판매한다.


자기가 속했던 모든 곳에서 도망가, 어느 곳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없어 자기를 상실한 만성책임회피자들이 결국 하게 되는 일이 이처럼 심리학사기다.


모든 사기꾼은 자기상실자들이며, 자기포기자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해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뿐이다.


정보가 아니다. 우리에게서 다른 이에게로 전해지는 실제의 것은 우리 자신의 상태뿐이다.


사기꾼이 사기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결코 주지 못한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잘 배우면, 모든 것이 좋아지고, 마음을 잘 알게 되고, 심지어는 깨달을 수도 있게 된다는 그 말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실현되는 것은 그러한 말을 하는 사기꾼과 똑같은 사기꾼의 상태뿐이다.


이것은 일종의 전염병이다.


특히나 사기는 무해하게 보이는 핑크빛 환상으로 전염되기에 그 위험성이 자주 망각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들어볼까, 하고 찾아가면, 이미 전염되어 있다.


왜 그런지는 분명하다.


사기꾼은 열성인 까닭이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그러니 자기의 상태를 다른 이에게 떠넘겨 자기는 그런 상태가 아닌 것처럼 만들기 위해 필사의 힘을 다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염되지 않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결국 사이코프로드에게 자기상실의 현실을 떠넘겨 받아 마음이 가난해진다.


사이코프로드의 활동에 참여하면 할수록 더욱더 자기의 뿌리가 사라진 듯한 공허감을 경험하며, 그 결과 우리는 우리를 유일하게 알아주는 것 같은 사이코프로드에게 더욱 밀착하려고 하게 된다.


이것은 컬트종교의 문법이다.


사이코프로드는 당연히 컬트현상이다.


'무식한 뿌리'에서 벗어나 '똑똑한 자신'으로 진정하게 서려고 하는, 사이코프로드와 똑같은 이 일을 할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잃어가게 된다. 이것은 성공에의 지름길이 아니라 자기포기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사이코프로드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네트워크 마케팅의 문법을 따라 오늘날 자기포기의 전염병은 널리 확산된다. 사이코프로드들에게 동의할 경우 우리는 이 네트워크의 거미줄에 우리 자신의 존재를 못박게 되는 것과도 같다.


우리 자신은 상실되고 거기에는 f라는 사기꾼(fraud)의 약어만이 또 하나 번식된다. 그러나 자유(freedom)의 약어라고 바람에 흔들리며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부른다.


허공에 걸린 거미줄을 진정한 뿌리삼아 대롱대롱 매달린 그 몸짓을 성공에의 '똑똑한 발걸음'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들보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무식한 발걸음'으로 살아간 그들의 블루칼라 부모들이 비교도 안되게 훌륭한 사람들이란 것만은 분명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이코프로드(Psychofraud)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