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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경 Jan 01. 2024

뱉어서 후회하느니, 삼키고 씹어보는 게 낫지

하지만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지 

내게 말이란 '무작정 뱉어서 후회하느니, 삼키고 생각한 후 해야 하는 것'이다. 

성격이 불 같아서 격분하면 아무런 말이나 나오는 나의 말버릇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더 싫은 것은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 할 수 있는 상대가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게 있어서 엄마, 아빠가 그런 사람이었다. 

나의 삶에 대한 엄마의 가끔의 간섭이 싫었고, 가족에 대한 아빠의 무신경함이 나를 분노하게 했기 때문이다. 


10대 때는 공부였을 것이고, 20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30대는 결혼이었을 것이다. 

38살 때 결혼이라는 이슈로 엄마와 대판 싸운 적이 있었다. 

엄마는 무조건 결혼을 하라는 주의였고, 나는 짝이 없으면 안 할 수도 있다며 심각하게 싸운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기억은 안 나는데 내가 뭔가 심한 말을 했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결국 내가 잘못했다며 울고불고 사과는 했지만. 


엄마와 내가 아빠의 흉을 볼 때는 늘 '아빠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빠는 본인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 배부르면 끝이고, 자기가 좋으면 끝이다. 가족은 아프든 안 아프든 별 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무신경함이 극에 달하면 내가 한 번씩 집안을 뒤집어 놓는다. 

아빠는 그런 내게 "집 나가라"고 하지만 엄마는 "왜 얘가 나가, 당신이 나가야지. 도움이 안 되는데"로 끝나서 언제나 승기는 내가 잡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집을 몇 번 뒤집어 놓은 결과, 내 성질을 긁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집안이 꽤 평안하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과정이 끝나고 결론은 늘 찝찝하다는 것이다. 

말싸움에서 지거나 이기거나 상관없이 그 과정은 서로의 마음을 격정적으로 찢어놓는다는 것.

그리고 이후는 후회가 가득하다는 것. 

그래서 생각했다. 대가리에 '필터'를 달자.


필터를 달고 이전보다는 후회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가끔씩 마음에 천불이 나기도 하지만 (아 그래서 홧병이 생긴건가) 

그래도 뱉느니 일단 삼키는 게 낫더라. 

뭔가 신중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필터가 고장나기도 한다.

뭔가 신나는 일이 있거나, 친한 이들과 만나면 두서없이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쳐야 한다.

실수는 반복되겠지만 줄어는 들겠지.


지금 내 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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