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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Feb 01. 2023

즐거운 자원봉사를 허하라

재미있으면 더 좋잖아


 “뭐야? 자원봉사 시간이 올해 한 시간 또 늘었네”


 연초에 회사 게시판에 공지된 활동 의무시간을 본 직원이 볼멘소리를 한다. 최근 4, 5년 사이 3시간 늘어, 연간 인당 의무 봉사 시간이 10시간을 넘게 되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제도를 보완해 참여율을 높여야지, 해마다 비슷한데 시간만 늘리면 반감만 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지역 공원 청소, 김장하기, 지역 보육원 봉사 등 본사 차원의 프로그램을 1월에 개별적으로 신청해 참여하는 방식이 몇 년째 계속되었던 것이다.


 문득, ‘지점 인근의 한강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홍보 효과도 고, 해방감도 느끼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사 담당자와 “지점 자체 프로그램”을 협의해 보라 했다.  




#1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잠시 후,


 “전례가 없어서 안된답니다” 한다.


 예상했던 대로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운영에 의구심도 들고, 예외를 만들면 우후죽순 다른 에서도 요청이 들어올까 봐 걱정도 되었을 것이다.


 “봉사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유동인구가 많아 홍보 효과가 크다는 점을 충분히 이야기 봐.”


 “지역별 맞춤 활동이라는 콘셉트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강화하면 담당자로서도 더 어필할 수 있지 않나?”라는 점도 부각해 다시 해 보라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올해만 해보라는 답이 왔다.



 

 화창한 봄날에 지점 직원과 자녀, 어떻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타 부서 직원 몇몇까지 이십 명이 넘는 인원들이 모여 봉사 조끼를 입고 활동을 시작했다.


 집게와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삼삼오오 나누어 쓰레기 줍기를 했다.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분들의 호의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인근에 있어도 오지 못했던 곳인데,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다. 쓰레기를 줍다 보니 어느새 혼자가 되었다.


 시민의식과 봉사자 등 관리하는 분들이 노력 덕분인지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쓰레기장도 적절히 설치되어 있었다.


 역시 담배꽁초가 많다. 여기저기 쑤셔 놓거나 후미진 곳에 버려진 꽁초 더미 등 쓰레기가 거슬렸다.


 치킨 등 다양한 광고 전단도 누군가의 생활의 치열함을 느끼게 했다.


 

 그새 많이 변해서 못 보던 조형물과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지는 정원도 여기저기 보였다. 당시만 해도 많지 않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미처 깨닫지 못했다.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외국인들이 인정할만 하겠구나’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 한 부부, 어르신과 함께 하는 가족단위 놀이객의 표정에 여유가 넘쳐흐른다.


 회사의 야유회인지 게임을 하는 젊은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에너지가 나른한 봄날에 유쾌한 활력을 준다.


 쓰레기를 주으며 한강 대교 두 군데를 두어 번 부지런히 오가니 벌써 3시간이 훌쩍 지났다.



 #2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을 마치고 김밥을 함께 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더없이 푸근해 보인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느긋하고 여유가 넘친다. 직원의 어린 자녀도 신이 나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지점 직원이 다른 부서 직원 소개를 한다. 처음 보는 직원이 인사를 꾸벅한다.


 “이 친구가 내년에는 우리 지점 오고 싶다고 하네요”


 봉사 활동의 장이 뜻하지 않게 부서 이동을 어필하는 자리가 되었다.


 막상 해 보니, 한강 자원봉사 활동은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가을에도 하자는 직원들의 의견대로 한 번 더 했는데,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알차게 할 수 있었다.


 평소 미처 경험하지 못한 지역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도 읽고 쾌적한 장소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또한 동료들과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다른 공간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묵묵히 자원봉사를 하며 세상을 밝게 만드는 분들이 많지만, 자원봉사 참여 성인 인구수는 19년 212만 4천명, 참여율은 5%, 21년 129만 4천 명, 3%(행정안전부)수준 이다. 


 이 중에는 기업 등 단체의 자원봉사 활동도 상당 부분 차지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헌혈, 김장하기, 연탄배달도 보람 있었지만, 특히 주거 공간을 지원하는 헤비타트 봉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했었다. 


 최근에는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건강도 챙기면서 봉사를 하는 일석이조의 활동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응이 크다.


 이렇듯 회사의 자원봉사 활동도 흥미와 재미를 가미하면 어떨까 싶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아 접목하고 넛지(nudge)를 활용해 참여를 유도하면, 마지못해 시간을 채우거나 봉사 실적이 부진한 부서를 일일이 독려하는 일이 줄지 않을까?


 회사 다닐 때는 자원봉사도 시키는 대로 하면 됐는데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한다. 헌혈이 시급하다 하니, 우선 가까운 헌혈센터에 들러야 하겠다.



이미지 출처 : 제목 - 서울시, 픽사베이 #1 #2 - 서울시



#가족 #한강 #헌혈 #사회공헌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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