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나온 그곳에 남겨둔 꽃이 다 마르기도 전에 그에게 헤어지자 했다. 엄마는 말라가는 그 꽃들을 모아 모아 볕 좋은 거실 저 한구석 장식장 위에, 나의 지나간 행복과 엄마가 내게 그토록 바랬던 평범함은 그 구석에 전시되어 마치 기억나지 않는 척해야 하는. 오래전 밝았던 옛 시절을 증명하는 그 뻔한 가족사진처럼. 잊은 듯 잊히지 못하고 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멀리 오지 않았다면 그 꺾인 꽃들을, 그것들이 천천히 말라가는 것을 오랜 시간을 두고 평온한 맘과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그 꽃들이 다 마르기도 전 여태껏 네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새로운 꽃들이 오래도록 이어져 이 눅눅한 방안에 신선한 생명들로 조용한 내 곁에 둘 수 있었다면?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도통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오늘 하루 아무도 내게 말 걸지 않는 저 거리 구석구석 나를 따라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