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설치전-1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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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재미있는 게임

by moonrightsea Jul 30. 2023

" 그럼 다음 발표는 경원고 2학년 이민재 군이 하겠습니다. "

권익의 말에 민재는 종이를 들고 단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기침을 한번 하고는

" 제가 발표할 주제는 '북극곰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환경적 영향과 고교생으로써의 역할'입니다. " 


이때 웅성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왠 낯선 남자 5명이 강의실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멈춘 그곳을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장원고 3학년 전교 1등. 정혁과 그의 무리 4명. 성적도 상위권이지만 이름만 말하면 그 일대 누구나 아는 모범생에 잘생기고 키도 크고 멋진 그들. 그들은 이내 손을 한번 들더니 권익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정혁이 인사를 건넸다.

" 모임 잘하고 있네. "


"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 아 우진이한테 이야기 들었어. 모임 주제랑 성격을 조금 바꿨다고 해서. 우진이 일이 있어서 한동안 모임 관리 좀 맡아 달라길래. 대신 나왔어. 다들 잘 알고 있지? 나 장원고 3학년 김정혁. 그리고 여기 우리 친구들. 다들 동아리 선배들이니 잘 부탁해."


" 와~~"

모두 박수를 치며 바라보는데 정혁은 아랑곳 않고 정림을 한번 쓱 바라보더니 아린의 곁에 가서 털썩 앉았다. 그러며


" 헤어졌다며?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그 기억 잊게 만들어 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아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 난 아린이랑 볼일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볼게. 하던 거 마저해. "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아린의 손을 붙잡고 말릴 새도 없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

"우와"

모두 부러운 듯 박수를 치며 바라보자 정혁의 친구들이 정림의 곁으로 와서 나란히 앉았다. 




불퉁한 표정의 정림이 그들을 노려보며


" 오빠들은 왜 안 가요?"

" 너 지켜야지. 정혁이 부탁이야.  "


" 내가 어린애예요? 오빠들도 참. "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정림을 바라봤다. 


" 너 외동딸이라며? "

" 미안. 오빠랑 사이가 안 좋아서. "

정림은 천연덕스럽게 내게 어깨를 들썩이며 마치 아무 일 아니란 듯 말했다. 

" 너 나중에 보자. "

나는 정림을 흘겨봤고 정림은 이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내게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길게 이어지던 발표가 끝나고 내 차례가 되어 나도 모르게 덜덜 떨어가며 앞으로 나가 준비한 주제를 발표했다.

 논술도 치지 않는 내가 팔자에도 없는 논술 주제를 준비하며 몇 날 며칠을 날밤 세워 준비한 원고를 읽고 어떻게 시간이 지난지도 모른 채 그렇게 넋을 잃고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모두 발표를 마무리하고 토론이 이어졌고 다들 3시간이나 이어진 발표와 토론으로 지쳐 있었다. 그러자 권익이


"  다들 처음 준비한 것 치고는 준비 잘했어. 고생 많았고 나름 보람 있는 시간이었어. 그럼 점심은 요기 앞에 공원으로 가서 우리 어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김밥 먹고 이대로 보내기는 아쉬우니까 게임을 이어갈까?"


권익의 제안에 다들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고 모두 누가 먼저랄 세도 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공원에 도착해 권익의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준비한 김밥과 근처에서 산 떡볶이등을 같이 나눠 먹고 둘러앉아 있다가 나는 슬쩍 정림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정림이 마치 '왜'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 너는 오빠가 저렇게 버젓이 그것도 장원고 전교 1등 하는 수재가 있는데 말도 안 해왔어?"

" 재수 없잖아. 뭐 그 덕분에 이렇게 모임이며 오빠들도 알고 있는 거긴 한데 굳이 주변에 알려봐야 머리만 아프고... 속이려는 마음은 진짜 전혀 없었어. 맨날 오빠 좋다고 따라다니는 애들 때문에 내가 골치 아파서 말을 안 해왔을 뿐이라... 진짜 미안해. "


정림의 말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공부도 잘하는데 외모도 출중한데다 어디 하나 빠지는 곳 없다 보니 저 무리가 지나가면 여학생들은 넋을 잃고 보니 당연할지도. 그래도 말 안 한 게 괘씸했던 나는


" 어쭈. 그걸 말이라고 너 좀 맞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정림에게 꿈밤을 때리려 했고 그런 나를 피해 정림은 '메롱'이란 표정을 지어 보여 나는 벌떡 일어나 그런 정림을 잡으려 들었다. 그때,


" 어 이제 식사도 다 끝났고 손수건 돌리기 할 건데 술레는 그럼 미소가 하면 되겠네. 시작할까?"

권익의 말에 다들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당황해하며 권익을 보자 씩 웃으며 권익은 고개를 끄덕였다. 


" 에잇."

나는 일어난 김에 술레가 되어 그렇게 무리가 원을 지어 둥글게 앉은자리를 열심히 내달렸고 그렇게 손수건 돌리기 게임이 시작되며 즐겁게 여러 가지 게임이 진행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 자 그럼 지금부터 짝짓기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노래에 맞춰 둥글게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사회자가 숫자를 외치면 거기에 맞춰 짝을 지으시면 됩니다. 마지막 남은 팀에게 선물이 있습니다. 시작."

권익의 외침에 다들 둥글게 돌아가며 손을 잡고 돌기 시작했고 그러다 

" 5"

권익의 외침에 정림과 내가 덥석 손을 잡고 끌어당기자 정림의 손에 줄줄이 오빠 4명이 딸려왔다. 정림은 그중 오빠 한 명을 올려다보며,

" 오빠! 이손! 놔야 돼요."

" 안돼. 정혁이 너 지키라고 했어. "

" 에이참. "

그렇게 우리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떨어졌다. 그러자 어느새 떨어진 사람들을 모아서 패자부활전을 진행하더니 이윽고 




" 자 그럼 여기부터는 우리 동아리 모임의 선배님께서 게임을 진행하시도록 하겠습니다. "

권익이 그렇게 말하며 장원고 선배를 바라보자 


" 이제야 슬슬 게임이 재미있어지겠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커플게임을 만들어 볼까?"

그러며 선배들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신문지를 5장 펼쳤다. 


" 앞에 보이는 신문지 위에 4명이서 짝을 이뤄 올라가서 버티는 남여 팀이 문상 5천 원 먼저 갖는다. 시작."


선배들의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들어 신문지 위로 올라갔고 막상 손을 잡고 보니 나와 정림, 어느새 내 손은 경윤이 잡고 있었고 그 옆으로 장원고 선배 한 명이 있었다. 


그렇게 첫 스타트를 끊고 신문지는 점점 줄어들어 어느새 두 명 두 명씩 짝이 나눠지나 싶더니 나와 경윤이 짝이 되고 정림과 장원고 선배, 권익과 무학여고 재영이 짝이 되어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 와 대단한데? 자 이제 슬슬 마무리해 볼까? 이제 종이는 이걸로 대체할게. "

선배는 가방에서 A4 3장을 꺼내더니 바닥에 깔았고 우리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 자 지금부터 버티는 커플이 이기는 거야. 지금 남은 커플 세 팀 중에 30초 버티는 팀에게 문상 2만 원 쏠게. 시작."

" 두두두두두두두두"


아이들은 나 너 없이 열심히 응원을 했고 신호가 울리자마자 경윤은 내 손을 경윤의 목 뒤로 감은 채 나를 덥석 안아 들었다. 


나는 얼떨결에 경윤의 품에 안겨 허리에 다리를 감았고 그러자 경윤이 몸을 활처럼 뒤로 쭉 상채를 젖혔다. 


옆을 바라보니 권익은 제법 가벼워 보이는 재영을 목에 팔을 두르고 두 팔로 안아 들었고 정림을 어찌 들지 몰라 당황하던 선배팀은 그만 떨어졌다. 그렇게 30초의 시간이 지나 두 팀 모두 게임을 통과하자 주변은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졌다. 




" 오 대단한데? 두 팀? 승부욕이 장난이 아니야. 이것도 가능하겠는데?"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빼빼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마치 무엇인가 아는 듯 '오' 하고 소리를 질렀고 나는 이유를 몰라 의아해하는데 장원고 선배 둘이 앞으로 나와 시범을 보였다. 


" 자 봤지? 게임은 이렇게 진행되는 거야. 가장 짧게 남긴 팀이 승리하는거야. 승리한 팀에게는 문상 5만원! 이건 특별히 정혁이 쏘는 거야. 게임 룰은 간단해. go! 외치면 최대한 많이 먹고 대신 두 사람의 입이 빼빼로에서 떨어지면 안 돼. 중간에 빼빼로가 바닥에 떨어져도 안돼. 그리고 stop! 을 외치면 그대로 멈춰야 해. 알았지? 자 여자들은 손을 뒤로 하시고. 그럼 시작!"


아이들은 너나없이 숨 죽여 가며 go! stop! 을 외쳤고 두 커플은 거기에 맞춰 점점 빼빼로를 짧게 물어갔다. 

너무 순식간에 길이가 줄어드는 터라 이대로라면 경윤의 입술에 내 입술이 닿을지도 모르는 상황. 


나는 

'에잇. 설마 내 입술에 닿기야 하겠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생각에 길이가 짧아져 점점 줄어드는 빼빼로가 내 코에 가려 안 보일 때 눈을 감아버렸고 그때 내 볼을 움켜쥐는 경윤의 커다란 손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놀라 화들짝 눈을 뜨려던 찰나, 정말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내 입술에 스치듯 경윤의 입술이 지나갔다. 


아주 재빠르게.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그러자 경윤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주변은 '와' 하며 환호성이 터졌다. 


내가 당황한 것도 잠시. 부끄러워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모두의 시선이 멈추고 환호하는 곳은 우리가 아닌 권익의 커플이었다. 


권익은 재영의 볼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 내가 놀라 경윤을 바라보자 경윤이 내게 윙크를 했다. 




" 아쉽지 않아? 문상 놓친 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좌석에 앉은 내가 경윤에게 묻자 경윤은 손잡이봉을 잡았던 손을 손잡이로 옮겨 잡고 한 손은 내 좌석 뒤로 길게 뺀 뒤 내 얼굴 옆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 뭐라고? "

가까워진 경윤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아 아까 말이야. 게임에서 네가 이겼잖아. 빼빼로. "


그러자 경윤은 팔로 입을 가린 채 푸핫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내게 다가와

" 하나도 아쉽지 않은데? 무지 좋았어. 넌?"

경윤의 물음에 나는 당황한 나머지 벨을 눌렀다. 

" 아 나 내려야 해. 먼저 갈게. "


후다닥 버스에서 내려 보니 아직 집에 가려면 한참 남은 곳.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덜컥 내리고 보니 뒤에 어느새 경윤이 따라 내렸다. 나는 경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네가 왜...?"

" 훗. 네가 당황해하며 내리길래. 여기 아직 너네 집 가는 곳 아니잖아. "

" 아...."

나는 그렇게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그러자 천천히 경윤이 내 뒤를 따라왔다. 

" 오늘 말이야. 너랑..."


경윤이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경윤을 바라봤다. 그러자 경윤의 두 볼이 달빛에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내 붉어진 경윤의 볼을 손등으로 쓱 만지더니

" 훗. 생각하니 또 웃음이 나오네. 재밌어. "

" 야. 민망하니까 자꾸 생각하지 마. 너 웃지도 마. 괜한 상상 하지도 마."


내가 정색을 하며 그렇게 말하자 경윤은 크흡 하며 애써 웃음을 참다가 이내 푸하하 하고 웃었다. 나는 민망함에 경윤의 등을 떠밀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 너 안 되겠다. 어서 집에 가. "


" 왜? 아직 너희 집 가려면 멀었지 않아?"

" 난 알아서 갈 테니 신경 쓰시고... 그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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