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설치전-1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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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젊은 시인들

미성숙한 시의 시작

by moonrightsea Jul 30. 2023

돌아서 그가 건넨 말 

헤어지자.

헤어지자.


귓가에 울리듯 메아리치던 그 말

그가 떠난 자리 바람처럼 맴도는 공기


떨어지는 낙엽도

흩어지는 바람도 

그 뒤를 따르던 내 발길도


기약 없는 이별 앞에 

덩그러니 남아

흘러가는 가을바람처럼


내 곁을 맴돌아


" 제목 이별. 지은이 자작시"

아린은 그렇게 시를 읽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이내 우진을 한번 올려다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렸다. 모두 당황하는 사이 우진이


" 나 과외가 있어서 이만 나가볼게. 권익아. 나머지 진행 부탁해."

순간 주변은 소란스러워졌고 몇몇 남학생들은 자리를 떴다. 그런 그들이 의식되어서 인지 연신 기침을 음음 해대던 권익이


"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데 다들 정숙해 주시죠. 그럼 나머지 진행을 이어서 하겠습니다."



" 그럼 이번에는 경원고 2학년 이 민재 군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


권익의 소개로 앞으로 나오는 민재를 본 나는 정림의 옆구리를 찔렀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한쪽에 귀를 뚫은 아이. 아마도 저 차림새로 보면 학교에서 사고깨나 치고 다닐 모양인데 어떻게 이런 동아리 멤버가 되었는지 의아스러웠지만 그런 내 표정을 한방에 읽은 정림은 방긋 웃어 보이며,

" 나름은 경원고 예술가래. 들어봐."


미친 듯 내달린 거리. 

반짝이는 불빛 사이 수없이 쏟아지는 별빛

두 팔 벌린 뜨거운 가슴으로 날아든 바람


온몸을 휘감듯 날아든 자유로운 영혼

붕 날아오르는 영혼의 외침

그 순간 날아오르는 영혼의 몸부림...


시를 읽던 민재는 갑자기 멈춘 채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기 시작했고 그 순간.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모르는 주먹이 그런 민재의 얼굴을 냅다 갈겼다.

" 야이 미친 새끼야. 이 쓰레기 같은 새끼.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거려. 네가 뭔데..."


모두 당황한 순간 한 남학생이 미친 듯 민재를 패기 시작했고 온통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고 남자아이들은 민재와 그를 패고 있는 한 남학생을 뜯어말리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민재와 싸움을 말리던 아이들은 자리를 뜨고 여학생 몇 명도 자리를 뜬 어수선한 분위기.


어디선가 말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 자 다들 진정하시고 자리에 좀 앉아주세요. "

권익이었다. 



그러자 한 학생이 그런 권익의 말을 가로막고 말했다. 

" 부회장 우리 이 모임 계속할 수 있는 거야? 분위기 왜 이래?"


그러자 권익이

" 흠. 우선. 본의 아니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미안해. 

하지만 민재를 너무 안 좋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들도 알 거야. 얼마 전에 요 앞 사거리에서 있었던 오토바이 사망사고. 그 사고당한 친구가 민재 절친이었거든. 그래서 그런 거니 양해 부탁해. 그리고 다들 준비한다고 고생했겠지만 우리 시는 이쯤에서 마무리할게. 아무래도 우리가 하기에 시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 "


" 뭐야. 그럼 이제껏 한 달 가까이 자료 찾고 준비한 우리는 뭐가 되는데..."


" 음. 그건 뭐. 다들 나름 공부한 거라 생각하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나름 입시 준비도 있고 하니 앞으로 모임 방향을 바꿔볼까 해. 다들 대학 입시 준비도 있고 하니까 논술 대비차원에서 토론 주제로 바꾸고 그에 맞춰서 발표주제를 잡고 하는 건 어때? 뭐 별 다른 의견 없으면 내가 그에 맞춰서 주제는 문자로 정해서 알려줄게.  다른 의견은 다들 나에게 개인적으로 문자로 알려줘. "


역시 권익이다. 깔끔하게 주변을 정리하며 모임을 마무리했고 그렇게 다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향했고 일부는 남아서 정림의 생일파티를 하는 떡볶이 집으로 향했다.


" 미소 너도 갈 거지?"


권익이 다가와 물었다. 

" 당연하지. 내가 안 가면 누가 가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정림 양의 생일파티인데 안 그래?"

" 아잉 역시 내 배프 너밖에 없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우리는 서둘러 떡볶이 집으로 향했고 맛있게 떡볶이를 먹고 2차로 노래방으로 갔다. 몇몇 아이들이 또 자리를 뜨고 남은 사람은 나, 정림, 권익, 경윤, 그리고 4명.



" 생일 축하해. 이건 동아리에서 주는 선물"

" 고마워. 잘 읽을게."


" 자 선물. 이 언니가 한 땀 한 땀 정성껏 너를 생각하며 만드셨다. "

" 오 둘이 무슨 사이? 그렇고 그런 사이?"

옆에서 그런 우리를 보던 권익과 남학생들이 오 하며 놀려댔다.


내가 내민 정림의 선물. 며칠을 거의 잠을 2~3시간을 자며 실로 엮어서 만든 연두색 실 팔찌. 


처음 우진을 봤을 때 눈여겨본 팔찌였다. 

내가 건넨 팔찌를 손목에 끼어 본 정림은 손을 이리저리 들어 보이며 행복해했다. 


남들은 대입 시험 대비용으로 시험 잘 보라고 연인이며 소중한 사람에게 하는 팔찌였지만 우진의 팔에서 본 그 팔찌를 기억한 나는 정림 첫사랑의 인연을 이어주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그렇게 정성스레 한 땀 한 땀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 정림에게 건넨 것이었다.  


" 응? 내 거랑 같네?"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과외를 간다고 나갔던 우진이 들어와 정림의 팔목을 잡고 그렇게 말했고 그 뒤에는 어느새 아림이 서서는 그 팔찌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 아 이건 제가 정림에게 선물한 거예요.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렇지?"

" 아 응. 방금 방금 받았어요. 선배도 같은 걸..."


나는 순간적으로 아린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린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 아 선배 이건 선배거랑 색이 달라요. 완전. "

" 그렇지 정림아?"

" 아 맞아. 그 그래."




그때 아린이 어느새 자신의 팔에 차고 있던 우진과 같은 색의 팔찌를 빼서는 우진의 손에 올리며,

" 선배. 언제든 저랑 다시 사귈 마음 생기면 말해요. 그때 다시 받을 테니. "


그렇게 말하고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러자 우진이.

" 아. 미안. 나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인사하려고 왔는데... 내가 아린이 한테 공부한다고 헤어지자고 해서 화가 많이 났나 보다. 모임에 괜히 폐가 돼서 미안하네. 다들 재미있게 놀아. 이만 가볼게. "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어색해진 공기. 


허공에 들려 있던 정림의 팔. 

나는 물끄러미 그 팔을 올려다보다 정림과 눈이 마주쳤고 나도 모르게 당황하며 정림의 손목에서 그 팔찌를 빼며

" 정림아. 이 이건 내가 내년에 내년에 다시 만들어 줄게. 너 아직 고3도 아니잖아. 너무 빨리 하면 지쳐. 암."


그러며 서둘러 팔찌를 빼기는 했는데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어느새 커다란 손이 내려와 그 팔찌를 집어 들어선 손목에 끼었다. 


" 오 나한테 맞네? 이거 나 해도 되지?"


고개를 들고 보니 경윤이었다. 나는 무심한 듯 말했다. 

" 야 그거 정림이 줄려고 내가..."


그렇게 말하고 정림을 보는데 정림의 눈이 왜 그리 슬퍼 보일까. 


그러자 경윤이 말했다. 





" 이거 내가 미소한테 살 테니 미소는 내년에 정림이 한테 새로 만들어 주면 되잖아. 안 그래?"

내가 정림을 바라보자,

" 난 괜찮아. 미소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정성스레 만들어 준 건데..."


" 아냐. 난 괜찮아. 뭐 경윤이 나와 그렇게 엮이고 싶다면야. 얼마든지."

그렇게 말하며 경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는


" 뭐 그게 그리 탐나면 가지시던지. "


그렇게 말하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권익이 나섰다. 

" 와 어색해. 이분위기 어쩔 거야? 응? 뭐지 이거? 안 되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DJ DOC의 미녀와 야수 노래를 틀었다. 

" 아우~~~ 오늘밤 단둘이서 파티 파티~~"


혼자 신이 나 탬버린을 흔들고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리고 손을 들어 호응을 유도하며 난리를 치자 못 이긴 척 어깨를 들썩이던 정림이 벌떡 일어나 탬버린을 흔들며,


" 아우!"

그러며 헤드벵잉을 시작했고 나머지 아이들도 웃으며 일어나 몸을 흔들어 댔다. 우리는 다들 어색한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듯. 일어나 다 같이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긴 채 그렇게 미친 듯 고함을 지르며 연달아 나오는 댄스곡에 맞춰 춤도 추고 노래를 미친 듯 불렀다. 


그렇게 진이 빠지게 노래를 몇 곡 부르고 나자 고요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한 남학생이


" 야. 이거 누가 틀었어. 이 분위기 깨는 노래. '고해'"




순간 권익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야 닥쳐. 잘 모르면 그냥 듣기나 해."


일 순간 우리는 권익을 바라봤고 그 뒤로 경윤이 슬그머니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후한 목소리의 가슴을 울리는 중저음의 보이스. 


" 어찌합니까? 어찌할까요. 내가 그녀만을..."


미처 몰랐다.

  항상 말이 없고 조용하기만 하던 경윤의 몸에서 저토록 멋진 중저음이 울려 퍼질지.


  온몸에서 우러나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멋진 악기가 되어 온 방안에 울려 퍼졌고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채 물결이 되어 좌우로 리듬에 맞춰 목청껏 클라이 막스로 향하는 노래를 따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함께 부르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한번 물끄러미 바라본 뒤 나는 그 가운데서 보석처럼 빛나는 경윤의 눈을 바라봤다. 긴 목을 이리저리 오가며 연신 중저음을 실어 나르는 저 굵은 목젖으로 그의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는 너무나 감미롭게 가슴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린 채 그렇게 경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려고 했는데... 그 순간.

  내 입으로 손가락이 쑥~ 들어왔다. 내가 깜짝 놀라 바라보니. 권익이다. 


" 헤헤. 반했냐? 침 닦아라. 경윤이 내 거다. "


저 의기양양한 권익의 표정. 


마치 오만가지의 보석을 숨겨둔 비밀의 방을 연 듯한 심밧드의 표정을 한 권익의 저 익살 스런 표정. 그 뒤로 반짝이는 경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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