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이유?
" 어떻게 알았어?"
" 너와 같은 이유야."
새벽 4시.
파출소로 차를 몰아 소녀를 데려다 경찰에 인계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소녀의 부모가 오는 것을 보고 인사도 않고 바로 차에 올랐을 때 그녀가 말했다.
"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지."
차를 몰고 가다 나는 기어이 차를 세웠다.
미칠 것 같은 답답함.
' 이 답답함과 이 화남과 이 황당함과 이 당혹스러움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어떤 이유를 들어야 내 마음이 풀리지?'
하지만 내 마음과 달리는 나는 정말 차분히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사라져 버릴까 봐. 또다시 내 눈앞에서 없어져 버릴까 봐. 그게 더 두려웠다.
" 살고 싶다며. 죽고 싶다며. 살고 싶다며?"
"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기어이 화가 났다. 아니 화를 냈다.
나도 더는 주체가 안 되는 걸.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 곧 너도 알게 되겠지. 하지만 그때는 아니야. 네가 죽을 때가. 그러라고 내가 간 거니까. 어서 가. 피곤해. "
나는 아무 말 없이 더 묻지 않고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 따위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언제 사라질지 모를 그녀가 더 궁금했다.
현관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비밀 번호를 누르더니 이내 신발을 벗고 다시 침낭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잽싸게 침낭으로 따라 파고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내 다시 잠에 깊이 빠져들었다.
날이 밝아 오고 새가 지저귀고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머릿결을 슬며시 들어 넘기자 그녀는 눈을 살며시 뜨며 나를 봤다.
" 배고파. 나 밥."
그녀의 말에 나는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있는 거라고는 어제 그녀가 사둔 사과와 참외. 그리고 상온에 둔 햇반과 김치. 아 계란도 있구나. 하지만 우리 집에는 주방 도구도 아무것도 없다.
" 휴우~"
한숨을 쉬고 냉장고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이내 그녀가 다가와 사과를 꺼내더니 바로 옆 싱크대에서 한번 휙 헹구더니 한입 베어 물고는 내게 권했다. 내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자,
" 뭐 별생각 없으면... "
그러더니 연신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과를 먹으며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 보나 싶더니,
" 음 이만 하면 난 이제 가도 되겠다. "
" 간다고? 어딜?"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물었더니
" 출근해야지?"
그러더니 그녀는 입에 사과를 물고는 외투를 입기 시작했다. 내가 서둘러 외투를 입자 그녀는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고는 거실 간이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 넌 여기서 스탑. 이제 나의 시간이야. "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고 사라졌다.
차마 따라갈 수 없어서 나는 물끄러미 그녀가 떼어버려 햇빛이 들어오는 베란다 창문가에서 그렇게 아래를 내려보자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거나 싶더니 택시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휴우. 어떻게 하지?'
고민도 잠시... 베란다로 쏟아지는 햇살에 나도 모르게 그 간이침대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길게 이어진 기마 행렬.
짙게 내린 어둠을 뚫고 나는 긴 기마행렬의 선봉에서 미친 듯 말에 몸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한 손에 검을 쥔 채.
앞서 달리던 선봉에서 이내
" 장군. 연통이 왔습니다. "
" 멈춰라. "
긴 기마 행렬을 손을 들어 멈춘 대왕이 연통을 보더니,
" 앞으로 두식경은 더 가야 한다. 네가 선봉에 서라."
그렇게 말하며 내게 지시를 내렸고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선봉에 선 채 기마행렬에 지시를 내리며 이내 미친 듯 말을 몰기 시작했다. 깊은 산속에서 어느새 나지막한 산세가 보이는 가 싶더니 동녘을 따라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평야.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이곳.
드 넓게 펼쳐진 평야 위로 곡식이 자라고 멀리 작은 짚더미 같은 움막이 보인다. 나는 손을 들어 행렬을 세웠다.
" 쉬었다 가시죠. "
뒤에 있던 대왕이 내게 다가와,
" 그럼 저기로 가자."
이내 낮은 산 아래 움막이 움집 한 곳으로 가리켰고 우리는 그곳으로 말을 몰아 향했다.
눈을 뜨자, 미친 듯 알람이 울기 시작했다.
야간 출근을 알리는 알람. 시간은 오후 4시.
나는 서둘러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여 그녀가 올까 시계를 봤지만 아직 그녀의 퇴근 시간은 아니기에 서둘러 그녀가 근무하던 유치원으로 향했다. 오후 4시 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섰는데 어느새
" 탁"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차에 올랐다.
" 가자."
나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몰아 내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러자 그녀가 내리며,
" 다녀와."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내 집으로 올라간다.
나는 별 고민도 않고 다시 차를 몰아 소방서로 향했다. 하지만 마음은 너무나 초조했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막상 출근은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 생각뿐이다. 꿈자리도 뒤숭숭한 것이 뭔가... 이상하다.
" 야이 새끼야? 불타는 밤 보냈냐?"
우석이다. 내 목을 조르는 우석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자,
" 오~~ 진짜인가 보네? 좋았냐? 어땠어? 죽여줬어?"
우석은 난리다. 그런 우석에게 나는 시선도 두지 않고.
" 치워."
" 뭐야. 아닌 거야? 에이 설마... 그냥 지나간 거야? 헐. 연수는 어디 갔는데? "
" 집에."
내 반응에 이미 답을 얻은 우석이지만 그래도 우석은 이내 아쉬워하는 내 표정을 읽은 건지 아니면 내 태도가 영 이상했는지
" 뭐. 일단으 집에 데려다 놓으면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지. 암."
그렇게 말하며 지가 더 좋아한다. 그때.
" 에에에에엥"
출동 사이렌이 울리며 우리는 서둘러 환복을 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무전으로 들리는 소리
" 오봉산 주차장입구. 산지기 제보에 따르면 18시. 산길로 진입한 차량에 4명이 탑승한 채 입산하였는데 아직 하산하지 않았고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얼마 안 되었으니 서두르기 바람."
좁은 산길로 소방대원들이 장비를 챙겨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무엇인가 홀린 듯 제일 앞에 서서 미친 듯 내달렸다.
저 멀리 보이는 차량.
산을 오르는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 길에 서 있는 소형차. 불길한 예감에 나도 모르게 미친 듯 내 달리는데 멀리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 연..."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다급히 손가락을 튕기는 가 싶더니, 눈앞에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나를 둘러싼 모든 대원들은 그대로 멈추고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손에 든 장비가 바닥에 흩어졌다. 몸이 돌처럼 굳는 게 느껴진다.
' 어떻게 하지?'
미친 듯. 미친 듯 몸부림쳤다.
눈알이 빠질 것만 같은 이 순간.
나는 미친 듯 그녀에게 다가가려 용을 썼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슬로비디오 속 주인공처럼 그렇게 천천히 힘겹게 그녀에게로 겨우 겨우 한 발씩 겨우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때,
창문을 통과한 흰 무엇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는 그 물체를 끌어안고 미친 듯 소리쳤다.
" 안돼. 안돼. 가지 말라고. 안된다고!!!!!!"
그녀의 절규와 상관없이 그 물체는 연내 사라진다.
연기처럼.
그러자 그녀는 다급히 옆 창문으로 향했고 그곳에도 곧 흰 무엇인가 아... 사람의 형체처럼 보이는 투명한 어떤 것이 빠져나오나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그 순간. 차 안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나는 미친 듯 요동치는 내 심장소리가 들렸다.
"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바닥에 쓰러져 바닥을 긁으며 그렇게 기어 기어 차로 향해 겨우 겨우 차를 타고 일어서자 그녀는 차 안에서 뒷좌석에 쓰러진 사람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 고개 돌려. 넌 절대 산 자와 눈이 마주치면 안 돼!"
그녀의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미친 듯 문을 잡고 흔들었다.
안에서 잠긴 차 문.
어느새 돌처럼 굳었던 내 몸은 풀리기 시작했고 나는 더더욱 미친 듯 차문을 흔들어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닥에 돌을 주워 창문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 와장창!"
그 순간.
그녀는 사라졌다. 그리고 들리는 신음 소리.
" 으으으응.... 살...... 살ㄹ...... 살려..... 주.... 세요."
나는 미친 듯 유리를 떼어내고 차 문을 열어 신음하던 남자를 끌어냈고 그 옆에서 힘들게 숨을 쉬다 멈춘 여자를 흔들 때 뒤늦게 우석과 다른 대원이 달려왔다.
" 하아.. 다행이다. 어서 확인해!"
내가 바닥에 주저앉자 우석과 다른 대원이 이내 들 것에 실어 남자를 옮기고 숨이 멈춘 듯 보였던 여자에게 심폐 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에는 홀연 연기처럼 사라진 그녀의 흔적만이 눈가에 선하게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인가.
정신을 차리자, 병원이었다.
" 야이 새끼야. 너 요새 왜 그래? 왜 네가 실신을 하고 지랄이야. 사람 놀라게."
우석이었다.
" 휴우~"
나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 앉자,
" 야야. 너 누워. 너 좀 더 안정을 취해야 한대. 아무래도 지난번 연기 마신 게 아직도 몸에 무리 가나 봐. "
하지만 나는 진정이 되지 않는다. 내가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자,
" 야. 넌 뭐 하다 출동복을 이지경을 만든 거야. 야산에서 같이 출동했는데... "
우석의 말에 고개를 숙여 보니 내 옷은 갈가리 찢겨 있고 나는 온몸에 베인 자국이었다.
" 암튼 무슨 일인지 몰라도 오늘은 네가 저 둘 살렸어."
우석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차트를 들고 이리저리 보는 의사 옆 산소 호흡기를 낀 한 여자와 그 옆 베드에 누운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놈이다. 그녀가 입을 맞춘 놈. 나는 벌떡 일어나 그놈에게로 갔다.
" 그 여자 어딨 어요?"
다짜고짜 흔들며 묻는 내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 남자는 말했다.
" 누... 구.. 말인가요?"
나는 미친 듯 화가 났다.
" 그 여자 어딨 냐고? 너 봤잖아! 그 여자! 연수! 연수 어딨 냐니까!"
우석은 깜짝 놀라 내게 달려와 나를 말렸고 의사는 커튼으로 그의 베드를 가렸고 나는 미친 듯 울부짖었다.
" 연수 어딨어! 어디 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