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그림자가 되어

어떻게 알 수 있지?

by moonrightsea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운전하는 동안 불안해하며 내게 전화한 우석은 연신


" 야 내가 회사에 말했으니까 일단 넌 좀 쉬어. 도저히 안 되겠다. 아니 우리 집에서 쉴래? 너 정말 병신 같아. 정신병자. 괜찮은 거야? 입원할래?"

" 아냐. 괜찮아."


" 허어.... 나 진짜. 이게 무슨 일이냐? 도대체? 머 암튼 일단 내가 말은 잘할 테니. 정신 좀 차리고 새끼야."

" 응. 고마워."

" 와. 이 새끼. 진짜 뭐냐. 너 진짜 정신 똑바로 차리면 꼭 전화해라. 알았지?"

" 좀 쉬면 낫겠지. 아무튼 고맙다. 뚝."


그렇게 전화를 끊고 머릿속에 든 것은 아니 내 머릿속에는 온통 한마디만 떠 올랐다.


연수의 말.

" 책임져."


분명 집이다. 집에 있을 거야. 있어야 해. 분명 집이다.

그렇게 미친 듯 차를 몰아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단숨에 뛰어올라 현관문을 붙잡고 섰다. 덜덜 덜덜.

떨리는 내 두 손. 차마 비밀번호도 못 누르고 그렇다고 내 집인데 벨도 못 누르고 한참을 그렇게 떨고 서 있었다.

"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미친 듯 요동치는 심장을 손으로 한번 진정시키고

" 후우~ 후우~ 후우~ 후우~"

숨을 한번 더 돌리고 그렇게 천천히 비밀 번호를 눌렀다.



현관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신발.

그녀의 구두.

나는 미친 듯 방으로 뛰어들어 방 입구 문지방 위에서 방문턱을 잡고 침낭을 바라보자 그녀는 침낭 안에서 잠들어 있다 눈을 떴다.

" 왔... 흡"


그녀가 내게 어떤 말을 하려 했는지 나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내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데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 요동쳤지만 내 심장소리가 미친 듯 내 귀를 뒤 흔들었지만 나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달려들어 미친 듯 나는 그렇게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내 미친 몸부림에 내 미친 거친 숨에 그녀는 가만히 머리를 들어 내 손에 머리를 맡긴 채 그렇게 내 움직임에 기대어 있다 이내 조금은 진정된 내 호흡이 느껴졌는지 두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떼어냈다.


" 쉼 쉬어. 나 안 죽었어."

그녀의 말.


그 목소리.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미친 듯 눈물이 났다. 왜... 왜지?


그녀는 천천히 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신기해. 참. 왜 네게는 안 먹히지?"


그리고는 천천히 일어나 거실로 나가 간이침대에 앉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 왜 안 물어봐?"

그녀는 내게 말했다.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뭐라고 물어야 하지? 무엇을 물어야 하지?



" 사... 사... 사람은 맞아?"

막상 막상 그녀에게 물어는 봤지만 입으로 말은 꺼냈지만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내 몸은 부정하고 있었다.

어떤 생각도 들기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거실로 향해 담배를 물고 있던 그녀의 손을 잡고 연신 다시 키스를 퍼부었고 그녀는 자연스레 내 턱을 한 손으로 감싼 채 감미로운 키스로 응답해 왔다. 그런 그녀의 볼을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이렇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내 손끝으로 그녀의 살결과 머릿결이 느껴지는데 차마 그녀가 실존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내 두 눈앞에 있고 이렇게 느껴지는데 말이다. 그녀는 이내 참았던 숨이 힘들었는지. 나를 떼어내고는


" 후우~~ 나 숨 좀 쉬자. "

그러며 내가 쥐었던 그녀의 손을 풀어 다시 담배를 마저 피웠다. 그리고


" 봤지? 아까?"

나는 흔들리는 내 동공을 진정시키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려 애를 썼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파오고 마치 머리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 두통이 순간 엄습해 왔다. 지속적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 위험해. 조심해야 해. 네가 나를 탐할수록 네가 위험하다고. 그러니 조심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게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다시 다리를 꼬고 간이침대 끝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베란다 밖 어느새 덩그러니 떠오른 붉은 달을 바라봤다.


" 특히 저 붉은 달아래선 더 조심해야 해. 그러다 너 죽을 수도 있어. "


머리를 움켜쥐고 흔들던 내가 힘들게 밖을 바라보자 붉은 달은 그렇게 베란다 창 가운데 덩그러니 떠 있다.



" 사람.... 이냐고 물었지?... 후훗. 글쎄.... 음."

그녀는 슬며시 일어나 베란다 밖 붉은 달을 보며 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음. 나도 궁금해. 내가 사람이긴 한 건지.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 무슨 일을 하는 거야. 도대체?"


가느다랗게 떨리는 그녀의 몸. 그녀는 그런 몸을 진정시키려는 듯 길게 한 숨을 내 쉬었다.

" 글쎄. 언제부터 인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네가 나를 불렀을 때부터. 그때부터 시작되었으니까. "

" 내가?"


" 응"


그녀의 말에 기억을 되돌려 보니 그랬다. 내가 그녀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나를 찾았던 때는 기억이 났다. 내가 7살 때 부모님과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분명 나는 기억이 났다. 그녀였다.

" 그럼 그때가 처음이었던 거야?"


" 응. 엄밀히 말하면 그때 네가 나를 깨운 거지. 내 안의 나를."


" 도대체 넌 어떻게 알고 그 자리 온 거야?"


" 흠...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뭐라 말해야 하나?"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간이침대에 앉아 나와 1m도 되지 않는 그 좁은 간격을 두고 앉아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정확히 말하자면 네 목소리를 들었어. 네 마음의 목소리. 살려달라고. 그 간절한 마음. "


" 내가?"

" 응"




" 그리고?"

" 그리고 내가 네 곁에 오늘 처럼 가 있었지. 나도 모르게. 정신을 차려보니 네가 내 앞에 있었던 거지. "

하지만 혼란스러웠다. 난 너무 어렸고 그녀는 나보다 나이도 있었고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도.


" 알지. 지금 너의 혼란도.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난 정확히 알고는 있어. 적어도 너는 죽으면 안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살려야 하는 존재였다는 것. 그래서 내가 그 자리 가야한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거든. 그래서 더 미친 듯 화가 났는지 모르겠어. 내 평범했던 삶을 일순간 니가 뒤엎어 버렸으니까. "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뒤돌아보며 말했다.

" 그리고 내가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도 너는 나를 두 번이나 더 불러서는 결국에는 내 능력을 깨워버렸으니까. 사실 나도 두려워. 그게 끝이었는지. 아님 더 있는지.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 능력이 너한테만인지 아님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는지. 그게 더 나를 두렵게 해. "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밀어냈다.

" 위험하다고 했잖아. 저 달 아래서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침낭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를 따라 내가 침낭으로 파고들자 그녀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 하아~. 얼마나 더 버티면 니가 알게 될까? 니 스스로 알게 되야 그래야 우리가 얼마나 더 가까워지고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도 알게 될텐데...하아."


내 품에 파고든 그녀. 알 수없는 말만 하는 그녀. 하지만 나는 그녀를 지금 이 순간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녀를 포근히 감싸 안고 그렇게 떨리는 심장을 진정을 시키려 애를 썼다. 미친 듯 꿈틀 대는 내 몸을 내 야성을 잠재워야 했다. 그녀를 잃지 않기 위해.


차마 눈 감기 싫은 밤.

차마 눈 뜨기 싫은 내일을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 밤을 그렇게 그녀를 가슴에 품고 나는 서서히 꿈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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